이렇게 야경이 이쁜 항구는 찾기가 힘든데

부산항 여객 부두에서 본 야경은 정말 일품이다

 

시모노세키 가라토 시장에서 바로 맞은편 Miyajidake Shrine(宮地嶽神社) 신사가 있고

그 좌측편으로 옛 영국 영사관과 가라토피아 전문 상점라는  3층엔 다이소가 있다.

가라토 시장 주변만 구경하고 또 시모노세키역 주변만 구경 하여도 하루가 꽉찰 만큼 

당일 여행은 빠듯 하다 여러 관광지가 있겠지만 시모노세키항을 중심으로 도보여행도 괜찮은듯 하다

주변 상점에서 파는 도시락과 맥주 그리고 라면을 사서 시모노세키항으로 가서 출국 심사후 

귀국하는 하마유 선박에 탑승하여 저녁을 먹고 선박위에서 시모노세키 항 주변의 야경도 감상 하고

선박안에 있는 목욕탕에서 하루 여행의 피로를 씻어 내고 그곳서 다시 1박하니 부산항에 도착 

당일 여행 이지만 저렴하고 나름 시간을 잘 쪼개 쓴것 같아 참 유익한 여행 이다 싶다

어제 시모노세키를 다녀왔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하마유페리를 타고 배에서 1박하고
그리고 어제 아침에 도착하여 시모노세키를 여행하고
다시 어제 오후에 배를 타고 오늘 부산항에 입항 했다.
이 사진을 올린 이유는 고마운 일본분에 대한 이야길 하려고
사진을 올렸다.
어제 아침 시모노세키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내린다.
전날 부산항으로 갈때만 해도 화창하여
일본에 비가 올거라는 예상을 못하여
아무런 준비 없이 갔다가 아내와 함께 시모노세키항에서
가라토시장 까지 걸어가며 비를 흠뻑 맞았다.
우산을 살 곳도 없고 상점을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비를 흠뻑 맞고 난감해 하다가
가던 길에 빌딩 입구에 우산이 꽂힌걸 보고
저걸 빌려 볼 수는 없을까하여 두리번 거리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경비원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시며
가라토시장 가는길을 물으니 친절히 답해주시고
우산 꽂이를 유심히 보는 내 모습을 보고
어디서 커다란 비닐 우산을 하나 갖고 와서는 쓰고 가라고 하여
더 이상 비를 안 맞아도 되어서 그 분의 친절 함에 감사 드리고자
사진을 올려 둔다.
우산 잘 쓰고 오는 길에 돌려 드리고 왔다.
다시 한번 친절을 베풀어 주신 일본 시모노세키 시티홀
경비원 분의 친절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모든 공감:
김영욱
 
배타고 일본에 도착한지가 새벽 3시정도 되나 보다
밤에 풍랑과 파도가 심했던것. 같 다
배가 흔들리고 파도가 뱃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만 다 들 잘 잔다
나가보니 캄캄한 어둠만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물결만 일렁인다.
배는 멈추고 닷을 내려 먼바다에 머물렀다
다시 잠에 들어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다시 배가 움직인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하선 준비
7시45분에 하선하여 가라토 시장으로
걸어가는데 부슬 부슬 비가 내린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다
어떤 빌딩에 잠시 피했는데
경비원아저씨가. 나오길래 가라토시장. 가는길을 물었더니 길을 가르켜 주시며 우산을 선뜻 내어준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다행히 비를 가릴수 있으니
얼마나 고맙던지...
가라토 시장엘 갔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그곳서 생선 초밥 새우 튀김을 사서 아침 요기를 하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낯선 일본 시모노세키를 여행 한다.
시모노세키항 여객터미널 도착
가라토 시장

 

 
 
배타고 일본여햄
왕복58,900원에 티켓을 샀다
부산항에서 출국할때 유류세 부두 이용료등 25,20 원을
내야했고 일본 입국 후 다시 출국할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단다
그 금액이 약 3만원 정도라 보면
10 만원에 일본을 갔다 오는셈이다
배는 부산 페리 일본국적의 HAMAYUU를 탓다
부산항서 시모노세키로 가는 선편이다
또. 다른 페리 카멜리아호가 있는데 그건 후쿠오카를
정기 운항한다
하마유 배는 제법 크다 조선 부품업체에 있으며
많은 대형 유조선이며 화물선에 올라가 보았지만
하마유란 선박도 그에 못지 않다

선박의 축소 본인데
선박 1층 아래로는 엔진 룸이 있고
1층은 2등객실 2층은 객실과 식당 레스 토랑이 있고
3층엔 객실과 연회장이 있다
그위로 일등실과 특실이 있고
또 그위는 항해실이 있는데 그쪽은 출입금지다
선박에는 대형화물차가 들어가 현해탄을 건너는 모습도
볼수 있고. 선실에는 각팀별로 간식을 먹거나
소주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장실과 목욕탕이 마련되어 목욕탕에서뜨거운 물에
들어가 앉아. 피로를 씻어낼수도 있다

2등실 객실

 

화장실과 세면실은 물론 목욕탕도 갖춰져 있다. 흡연실과 심지어는 노래방도 있고                                                                                                                            매점과 급탕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로비에는 각종 음료 자판기 담배 자판기등 이 갖춰져 있다

 

대 연회장 이곳은 무료로 오픈 되어 여행객이 술과 음식 담소를 즐길수 있다

객실의 모습은 일반적인 온돌방의 구조와 흡사 하지만
온돌은 아니다
또 다른 객실은 2층 침대로 마련 되어
같이 갈 사람들이 있다면
할인 티켓 행사시 티껫을 구입하여
2박 3일 동안 배에서 2박을 하는 여행을 하면 좋겠다 싶다
배에서 내려 일본 도심을 구경하고 쇼핑도 하고
돌아올때는 편의점서 안주거리와 술을 사서
저녁에 간단히 마시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같이 가는 것도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넌 안직도 멀었구만

 

"물건도 물건같지 않은 것얼 휘두르고 댕길 때 내가 밤마동 얼매나 눈물얼 흘린 줄 아시요?

어쩌다 집이라고 들어와서는 쑤시지도 못헐 물건을 가지고 이년얼 얼매나 환장허게 맹근 줄 아시오?

첨부터 색얼 몰랐다면 모를까, 한번 알고 난깨 몸뎅이가 저 혼자 지랄발광얼 떠는 것얼 못 참겄습디다.”

“임자도 색골언 색골이구만.”

“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살방애럴 실컷 찧어보변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앴소.

헌디, 저 놈언 아새끼 잠질망정 탱탱헐 때넌 다른 년 좋은 일만 시키고,

나 잡아묵소, 허고 고개 팍 숙이고 있을 때만 내 속곳얼 내렸소.

허니, 그때마다 이년이 얼매나 환장했겄소. 하루에도 열두번씩 저 놈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소.”

음전네가 살집으로 강쇠 놈의 거시기 놈을 갉작거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긍깨, 멋이냐? 시방 정사령헌테 보개피럴 허는 것인가?”

“보개피도 아니요. 정말 보개피럴 헐 생각이었다면저 자구럴 내버려놓고 야반도주라도 허는 것이겄제요.

지랄났다고 똥오줌 수발에 더런 몸뎅이럴 씻겨줌서 쌩고생얼 허겄소. 아, 심 좀 팍팍 줘보씨요. 미치고 환장허겄소.”

음전네가 아랫녁을 풀쩍거리며 안달을 했다. 

“그까? 팍팍 해뿌리까?”

“아구창이 나도 존깨 심껏 해보씨요.”

“흐면, 글제, 머.”

강쇠 놈이 눈을 질끈 감고 이년아, 죽어봐라, 죽어봐라, 하고 중얼거리며 엉덩이를 깝죽거렸다.

음전네가 비릿하고 달콤한 냄새를 내뿜으며 죽겄소, 나 죽겄소, 좋소, 좋아 죽겄소, 아으아으,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이 허리 운동만 죽어라고 해댔다.

조금이라도 빨리 음전네를 죽여놓고 정사령 놈의 눈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냥이라도, 음전네가 반내내 허벅지를 꼬집건, 덜 식힌 몸둥이 때문에 방바닥이 닳도록 뒤척이건,

얼음물에 멱을 감건 상관하지 않고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안 되요, 하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기왕에 만나 시작한 일이니까 거시기 놈도 재미난 꼴을 보아야하는 것이었다.

놈이 제 스스로 고개는 숙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주인 된 도리였다.

얼마나 살방아를 찧었을까.

음전네의 입에서 아으윽하는 비명이 쏟아져 나오더니, 몸에서 힘이 빠져벼렸다.

“그만. 그만 허씨요. 날 좀 살려주씨요.”

음전네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넌 안직도 멀었구만. 기왕에 시작했는디 끝장얼 봐뿐져야제.

허다가 말면 요놈이 저녁내 나럴 잠 한숨 못자게 헐 것이랑깨.”

강쇠 놈이 더욱 힘을 주어 살방아를 찧어댔고 음전네가 눈물반 콧물반으로 꺽꺽 울었다.

그러다가 숨이 컥컥 막힌가 싶더니, 고개를 한 쪽으로 떨어뜨렸다.

그러건 말건 강쇠 놈의 방아고질은 한 식경 남짓이나 계속되었다.

그래도 거시기 놈은 지칠 줄을 모르고 더욱 왕성하게 살아날 뿐이었다.

‘야이, 썩을놈아. 인자 그만 좀 허자. 오널언 왜 싸도 않고 뻣뻣허냐?’

강쇠 놈이 거시기 놈을 나무래다가 정신을 퍼뜩 차리자 다시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온 몸에 소름이 솟았다.

‘거참, 별 일이시. 저녁에 내가 왜 이런다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음전네를 내려다 보니, 계집이 고개를 한 쪽으로 쳐박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어? 이 여자가 숨줄얼 놓은 것이 아닌가?’

강쇠 놈이 얼른 음전네의 몸에서 내려와 콧구멍에 손가락도 대보고 가슴에 귀도 대보았다.

다행이 가느다란 숨결은 남아있었다.

‘흐참, 송장 치루는 줄 알고 십년언 감수했네.’

강쇠 놈이 한숨을 휴 내쉬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바지를 입고 저고리를 걸치면서 흘끔보니, 정사령놈이 눈을 번히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시럽소. 허나 어쩌겄소? 다 당신이 자초헌 업보인 것을.”

강쇠 놈이 중얼거리다 말고 둘둘 말린채 한 쪽에 몰려있는 이불자락을 펼쳐 음전네의 몸둥이를 가려주고 방을 나왔다.

그래도 음전네는 꼼짝을 못했으며 아니, 강쇠 놈이 방을 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마당으로 나오자 지리산을 불어내려 온 바람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순간 숨이 컥 막히면서 가슴이 오그라 들었다.

‘흐, 날씨 한번 지랄겉이 춥네이.’

강쇠 놈이 중얼거릴 때 방안에서 으으으하고 내뱉는 정사령 놈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다시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 몸이 으실으실 떨렸다.

‘기분 참 더럽구만이. 내가 음전네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디.’

혀를 툭 차다가 침을 퉤뱉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흐흐, 박가 성님언 오랫만에 살방애 한번 잘 찧었을랑가?

괜히 주모 아짐씨의 문전만 더럽혔다고 쬐껴나지는 않았을랑가?’

 

풍류야화 자동선(최종회)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했고 영천군과 자동선의 사랑 얘기도 송도를 넘어 한양에까지 봄바람에 꽃향기 날아들 듯 장악원에도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송악산 유람 때 등산객들 눈에 띄어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크고 송도(개성)는 중국으로 사신들이 오고가는 길목이어서 항상 왕래하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발없는 말이 어느새 영천군의 본가에 영천군과 자동선의 연리지(連理枝) 얘기가 소문이 아닌 사실로 알려졌다.

안국방(안국동) 영천군댁에선 자동선이 올 것을 대비하여 사랑채 옆에 방을 더 꾸몄다.

자동선의 이름은 이곳 한양에서도 익히 알려진 이름이고 그 자동선이 영천군의 부실(副室)이 되어 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묘한 분위기다.

특히 장악원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조짐이며 한양에서 가장 확실하고 큰 손님을 잃지는 않을까 조심스런 분위기다.

사실 왕실 후손들은 할 일이 없으며 신분이 높아 그들이 할 일이 사회에는 없기 때문이고 요즘말로 백수며 그러다보니 자칫 주색(酒色)에 빠지기 쉽다.

아름답게 뻗은 뿔 때문에 가시덤불에 걸려 사자먹이가 된 사슴 우화처럼 때로는 빼어난 재능 때문에 불행해 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례는 왕족과 서열일 것이며 전자는 너무 높은 신분 때문이고 후자는 어머니의 낮은 신분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 못하는 사례며 조선시대 사회상이다.

세종의 셋째 안평대군이 양가집 재모(才貌)가 뛰어난 소녀 10명을 뽑아 시문(詩文)을 5~6년 가르치며 세월을 보낸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남들은 먹고 살기 어려워 동분서주 하는데 할 일이 없어 멀뚱히 있는 것도 쉽지 않은 태도다.

그래서 그들은 예술이나 종교 등에 심취하지 않으면 자칫 주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천군도 그 부류에 속하는 조선 최고의 신분인 왕족이다.

그림에 재주가 뛰어났으나 신분의 제약으로 행동에 자유롭지 못했음을 여자에 관심이 갔으며 젊음의 격정을 시(詩)와 미(美)로 카타르시스 시켰을 것이다.

안평대군은 시, 서, 화에 능하여 3절(三絶)로 불리었고 그의 글씨는 중국에까지 명성이 높아 황제들이 사신을 통해 얻어가려고 청까지 넣었다는 얘기까지 전해졌다.

그의 글씨는 '몽유도원도 발문'이 대표적 작품이고 그는 또한 예술에 뛰어나 제자격인 10인의 궁희(宮姬)들에게 열정을 쏟았다.

가벼운 비단으로 달을 덮은 듯/

푸른 띠로 길게 산을 두르듯/

미풍에 점점 흩어지더니/

오히려 작은 연못을 적시네.

10인 궁녀 중 옥녀(玉女)의 '무제'이고 어느 특정인을 연모하는 듯한 시다.

재색을 갖춘 젊은 여인 10명이 한 곳에 모여 시를 쓰고 뛰어난 예술 감수성이 탁월한 왕족 밑에서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했다면 그것은 예삿일이 아니고 상사별곡(相思別曲)의 천일야화도 탄생했으리라.

더욱이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양가집 딸들이 옥골선풍 헌헌장부인 안평대군과 시문학을 공부했다면 문학사에 경천동지 할 사건이다.

하지만 남녀칠세부동석 엄격한 신분사회에 그런 일이 있었고 그것이 역사다.

한편 영천군과 사가정이 송도에 내려올 때는 두 사람이었는데 한양으로 올라갈 때는 세필의 나귀에 이삿짐을 실은 부담마(負擔馬) 두 필까지 나귀만도 다섯 필로 늘어났다.

일행이 천수원을 통과하게 되자 사가정이 “영천군 나으리, 여기가 천수원이예요! 돌아오는 길에 청교월(靑郊月)에 들린다는 약속은 어쩌시렵니까?” 라고 말하자

영천군은 고개를 휙 돌리며 “에이 사람도 짓궂기도 하네...”라며 나귀엉덩이에 채찍질을 하였고 사가정은 크게 웃으며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읊었다.

청교의 버들은 가슴 아프게 푸른데/ 자하동의 안개는 마냥 흡족하구나.

자동선은 아무 말도 없이 행복에 겨운 미소만 짓고 있으며 한때는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명기였으나 이젠 한 사내의 여자로 충실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듯 하여 보였다.

자동선은 영천군의 부실이 되어 현모양처로 변신하여 아들딸 낳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사신 장녕과 김식을 통해 자동선에 대한 명성을 들은 사신들은 조선의 송도에 왔다가 그녀를 품으려는 꿈에 부풀었다 허탕을 쳤을 게다.

그들은 자동선을 중국의 4대 미녀인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의 장점만 닮은 세기의 미녀 팬이 되었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의 빼어난 명기에 그들은 넋을 잃었으나 자동선은 왕실의 여자가 되었으니 옛명성을 되새김질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였다.

한편 동갑내기 사가정은 심심하면 불러서 갔던 영천군이 이젠 오매불망 했었던 자동선을 품에 넣었으니 불려가지 않고 사가독서에 열중할 것을 다짐하며 시 한 수를 읊는다.

이름난 명승지는 말을 자주 멈추던 곳/ 담 무너진 나무숲엔 두견새만 우노나.

늙은이들 마주치면 저마다 묻기를/ 조선은 어느 해에 한양으로 옮겨갔소.

시인다운 세월의 표현이다.

송도는 고려의 도읍지이나 지금은 조선시대며 권력이 휩쓸고 간 옛도읍지의 산천은 옛날 그대로이나 민심은 옛날이 아니다.

사가정은 한양에 왔어도 빼어난 송도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져 끝없는 시상(詩想)에 빠져 들었고 그는 문득 안평대군의 10인 궁희 중 금연(金蓮)이 쓴 '무제' 시를 떠올렸다.

산아래 차가운 안개 쌓여/

궁궐나무가로 비껴 날아가네/

바람 부니 저절로 움직여/

기우는 달 푸른 하늘에 가득하네

왜 갑자기 이 시를 떠올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본인의 심정이 허허로웠을 터다.

영천군은 자동선을 데리고 왔는데 자신은 사랑하는 제일청을 송도에 두고 올 수밖에 없는 신세를 잠시나마 떠올렸을 것이 아닐까? 역시 신분의 차이를 생각했을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풍류야화 자동선(제24화)

 
 

예성강 저녁노을에 사가정은 넋을 잃었고 조선팔도에 그의 발길이 안 닿은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에 송도 매력에 빠졌고 백악(白岳)에 걸려있는 구름과 북산에 서리는 연기와 비는 한 폭의 산수화다.

또한 장단의 절벽과 박연폭포는 웅장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 바로 그 자체며 사가정은 제일청의 곁에 그냥 이곳에 주저앉고 싶다.

작은 내 깊숙한데 버들가지 날리고/ 가랑비 맑게 개니 풀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네

손님이 가든 머무르든 상관하지 않고/ 술동이 하나 놓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마주하네

이제현의 '청교 靑郊의 손님배웅'이다.

사실 사가정이 팔도유람을 할 때는 빛과 그림자 같이 술이 따랐고 높은 벼슬을 했음에도 형식과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소유자다.

그의 해학집 '태평한화골계집'엔 아래와 같은 익살이 실렸다.

‘극락이라도 삼해주(三亥酒)가 없다면 가지 않겠다.’라고 쓰여 있으며 그가 얼마나 술을 사랑하나를 적나라하게 포효하는지 딱 맞는 시(詩)라 하겠다.

사가정은 허탈하고 영천군과 자동선의 연리지 작전이 마무리 되어서며 사가정은 제일청의 집에서 밤낮없이 술이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제일청이 “사가정 나으리, 자동선의 반살미 상을 차릴 준비를 해야겠어요. 장인이 되가지고 술만 퍼마시면 어떻게 해요?”

장인 소리에 사가정이 손에 들렸던 술잔을 탕하고 술상에 놓으며 “장인이란 소리가 무슨 소리요?”라고 따져 물었다.

“나으리와 제가 만리장성을 쌓았으니 부부요! 내가 자동선의 어머니이니 사가정 나으리가 영천군 나으리의 장인이지 뭐겠어요?”

제일청의 표정은 웃음기도 없는 단호한 말투였고 사가정이 처음보는 그녀의 단호한 말투와 표정이다.

사가정도 제일청이 영천군과 자동선이 오후에 받을 반살미 상차리는데 오며가며 심부름으로 거들었다.

송도의 가을 날씨는 한양과 다르고 한낮엔 따가운 햇살이 아침저녁으론 제법 싸늘하며 오후가 조금 지나자 영천군과 자동선이 손을 맞잡고 제일청의 집에 도착하였다.

“어서 오시게. 영천군 사위...”

영천군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고 며칠 전까지도 퇴기로 아랫것 취급을 했는데 자동선과 약식결혼식을 치르고 놀러가는 기분으로 왔는데 사위소리를 들으니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제일청과 자동선은 수양모녀 관계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며 반살미 상은 산해진미로 눈을 의심할 정도다.

“내 이런 영광스런 날이 언제고 오리라 믿고 산해진미를 항상 준비해놓고 있었다네!

내딸 자동선이 어디 보통 여자인가 중국 사신들까지 목을 매고 수청을 간청했으나 번번이 뛰어난 기지와 지혜로

그들의 체면을 지켜주면서 정조를 지켜 오늘날 영천군 나으리를 지아비로 섬기게 되었소이다.

어서 앉아서 맛있는 술과 안주가 준비됐으니 마음껏 드시게. 화촉동방은 잘 치렀겠지 자동선아?”

영천군 옆에 앉아있던 자동선이 부끄러워 농익은 가을 석류알 같이 얼굴이 붉어져 몸둘 바를 몰라한다.

“부끄러워 말거라. 여자라면 한 번은 겪는 즐거움이니라.” 제일청이 한술 더 떠 준다.

“하하하, 영천군 나으리께선 천하재색 자동선 신부의 옷을 잘 벗기셨지요? 옷 벗기는 차례야 여러 번 해 보셨을 터이니 거칠 것이 없으셨겠지요?”

사가정이 너스레를 떨어도 영천군은 묵묵부답이고만족했다는 표정으로 사가정은 읽고 있으며 자동선 만이 귓불까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사내들 앞에서 언제 어디서고 당당했던 자동선인데 지금은 영천군과 화촉동방을 치르고는 부끄러워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8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정조를 아낌없이 받치고 아쉬움과 해방감에 영혼의 자유를 찾아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다는 의미일 터다.

떠나시던 길 하염없이 보느라고/

사립도 닫지 않고

밤 깊도록 기다리고 있다가/

찬 이슬에 옷 다 젖었다오.

임 계신 양산관에는/

고운 꽃이 얼마나 피였기에/

날마다 보느라고/

돌아오실 줄 모르시나요.

양사기 풍천부사 애첩의 '님 기다리며'다.

당시 조선의 여자들은 시집가면 00댁 또는 애기씨로 불렀고 시의 주인공은 양사기의 첩이므로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아 ‘첩’으로 표기 되었다.

조선 사회는 철저한 남존여비 시대이고 남녀칠세부동석의 사회로 시집가면 친정에서 떨어져 나온다.

자동선도 재색과 학문이 높은 기녀신분에선 뭇사내들이 잠자리를 갈망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흠모의 대상이었으나 영천군의 여자가 된 이상 철저한 한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

사실 한양엔 송도보다 재색을 겸한 여자들이 많으며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쳤으나 이젠 규율이 엄격한 왕실의 여자가 된 이상 과거는 깡그리 잊고 영천군의 여자로 살아가야 할 운명이 되었다.

화촉동방을 치룬 하룻밤이 그녀의 운명을 갈라놓았고 제일청의 집에서 반살미 상을 후하게 받은 새신랑 부부는 집으로 다시 돌아와 내일 한양으로 떠날 채비에 부산하다.

오늘따라 휘영청 뜬 달이 대낮같이 밝고 자동선은 만감이 교차되었으며 왕손의 첩이 됐으니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평범한 사내의 여자가 됐으면 지아비만 잘 섬기면 되나 왕손의 여자가 됐으니 가릴 것도 지켜야 할 예의범절도 많을 것이 뻔해 송도에서 마지막 밤은 뜬눈으로 지새웠다.

영천군도 화촉동방을 치를 때와는 다르게 술기운에 한번 즐기고는 밤새 몸을 뒤척이었다.

한양에 가서 종친들과 일어날 일들에 대해 미리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 하고 아마도 이 밤이 영원히 밝지 않기를 바랐을지도 모를 것이다.

- 최종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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