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야화 자동선(제23화) - 대구수목원의 매화

풍류야화 자동선(제23화)

 

 

동기(童妓) 자하(紫霞)가 며칠 전부터 시장을 오가며 각종 혼숫감을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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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선은 일가친척이 없고 수양어미 제일청과 동기 자하가 가장 가까운 관계며 자동선은 영천군과 부부가 될 것을 대비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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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관자를 받고 마음을 굳혔으며 비록 양가 부모와 친척들을 모셔 놓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조촐히 결혼식을 올린 뒤 초야를 치르려는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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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라도 해야 18년 동안을 고이 간직했던 정조를 아낌없이 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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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사내들이 금은보화로 회유했으나 지금껏 어렵사리 지켜온 정조를 떳떳이 바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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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동선은 영천군이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해올 경우를 위해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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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찾아가서 서너번 부르자/ 아이가 나와서 주인 안계시다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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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 짚고 꽃 찾아가지 않았으면/ 거문고 끼고서 술꾼 찾아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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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기 문인 성희(成禧)의 딸 성씨(成氏)의 '꽃 찾아가지 않았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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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은 결혼을 하면 남편이 외도할까 걱정이 태산인 것 같고 오다가다 예쁜 여인이 지나가면 반사적으로 힐끗힐끗 쳐다며 동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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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적이란 원시시대에 사냥감을 보고 달려 나가는 맹수의 본능과 같은 것이며 그 본능이 없으면 맹수는 먹이를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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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예쁜 여인이 지나갈 때 무관심은 맹수에게 사냥의 본능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라 할 것이라 할까? 지금 이 시에서 꽃은 여자를 지칭함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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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동선과 숱한 사내들이 자신의 정조를 노렸으나 끝까지 지켜 이제 평생을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 영천군에게 화촉동방을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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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녀의 몸이야 어차피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재화(花代)가 필요하여 노류장화의 길을 택하였으니 사람을 가려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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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러는 자동선 같이 화대보다는 사람을 고르는 기녀도 있으며 황진이가 그러했고 지금 자동선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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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를 내는 사내가 아니고 화대를 받는 여자가 사내를 선택하는 기막힌 경우며 자동선이 18년 동안 고이 간직해 온 초야권을 영천군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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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은 것이고 평범한 사내가 아니여서며 임금의 조카요 효령대군의 자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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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은 노류장화로 불리는 기녀가 아니던가! 아무리 노래와 가무에 뛰어나고 학식이 높아도 기녀는 노류장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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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동선은 호박관자를 받고서야 꼭꼭 잠가 두었던 정조를 아낌없이 바치려 하는 것이며 결혼식은 자신의 집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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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필요한 혼수품은 자신이 틈틈이 오늘과 같은 경사스런 일이 생기면 지체없이 치르려고 준비해 놓았으며 식장은 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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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군은 제일청의 안내로 내실로 들어섰고 자동선은 녹의홍상(綠衣紅裳)에 머리엔 족두리를 썼으며얼굴엔 연지곤지를 찍어 완연한 신부차림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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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자동선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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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께서 입으실 사모관대를 마련했으니 초례복(醮禮服)으로 갈아입으시고 소녀의 배례를 받아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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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영천군이 자동선의 초야권을 허락받는 순간이고 영천군의 화촉동방은 순간적으로 치러졌을 것이며 아마 하룻밤이 일향(一晌:짧은 순간)처럼 지나갔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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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선은 18년을 고이 간직했던 동정(童貞)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영천군은 30여년에 처음으로 기가 막힌 여인의 사랑을 맛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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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군과 자동선의 첫날밤이 조선의 밤을 지배하는 여인 중의 여인이 그의 품에 있음이고 밤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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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자동선을 품었는데 동창으로 어느새 여명이 들어오고 조금 있자 사가정의 인기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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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짧아 해 뜬 후에 일어나니/ 천자는 그때부터 늦잠만 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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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정은 짜증섞인 어조로 백락천의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일부를 소리쳐 낭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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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일청이 새신랑 부부를 위해서 반살미상(갓 결혼한 신랑신부 초대상)을 차려준다니 어서 준비하시고 갑시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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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정이 월하빙인으로 영천군과 자동선이 맺어져 화촉동방을 치렀는데 그도 남자로 은근한 질투로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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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넘어 명나라에까지 소문이 그 이름이 자자하여 사신들이 조선에 오면 꼭 찾아와 수청 들기를 간청으로 안되면 위협까지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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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킨 정조를 영천군한테 바쳤으니 사내로서 질투를 넘어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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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천군과 사가정의 풍류와 멋을 즐김은 조선팔도에서 둘째가라면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사양을 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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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가정은 언제 어디서나 영천군이 먼저고 학식이나 재능으로만 보면 사가정이 영천군 보다 한발 앞설 것이나 사가정은 언제나 뒷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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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촉동방에서 꿀맛같은 사랑의 미봉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천군과 자동선의 소원성취가 이뤄진 것도 사가정의 희생에서 꽃피어진 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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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군도 그림에는 능하지만 대인관계에선 사가정이 스승격이며 더욱이 영천군은 왕손으로 한양에선 거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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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골선풍에 헌헌장부로 왕손이 아니더라도 사내가 예쁜 여인이 지나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듯 여인들도 영천군을 도둑시선으로 훔쳐볼 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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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군은 좀처럼 신혼방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자동선의 체취에 취해버렸고 자동선의 몸에선 야릇한 향기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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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방사를 거듭해도 피곤하지 않았으며 하면 할수록 힘이 솟고 더욱 짙은 향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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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이 밝자 자동선은 일어나 꿀물부터 대령하였고 흡족한 표정이며 영천군도 자동선이 살포시 일어날 때 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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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잠든 척하며 자동선의 행동을 살폈고 자동선도 밤새 시달렸으니 피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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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순간 영천군의 손이 끌어당겼고 그들은 밤샘도 부족한 듯 다시 뜨겁게 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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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에서 계속 -

 

[출처] 풍류야화 자동선(제23화)|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