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넌 안직도 멀었구만 - 대구 수목원의 매화

나넌 안직도 멀었구만

 

"물건도 물건같지 않은 것얼 휘두르고 댕길 때 내가 밤마동 얼매나 눈물얼 흘린 줄 아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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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집이라고 들어와서는 쑤시지도 못헐 물건을 가지고 이년얼 얼매나 환장허게 맹근 줄 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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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터 색얼 몰랐다면 모를까, 한번 알고 난깨 몸뎅이가 저 혼자 지랄발광얼 떠는 것얼 못 참겄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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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색골언 색골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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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살방애럴 실컷 찧어보변 원도 한도 없을 것 같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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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디, 저 놈언 아새끼 잠질망정 탱탱헐 때넌 다른 년 좋은 일만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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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잡아묵소, 허고 고개 팍 숙이고 있을 때만 내 속곳얼 내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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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그때마다 이년이 얼매나 환장했겄소. 하루에도 열두번씩 저 놈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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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전네가 살집으로 강쇠 놈의 거시기 놈을 갉작거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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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깨, 멋이냐? 시방 정사령헌테 보개피럴 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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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개피도 아니요. 정말 보개피럴 헐 생각이었다면저 자구럴 내버려놓고 야반도주라도 허는 것이겄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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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났다고 똥오줌 수발에 더런 몸뎅이럴 씻겨줌서 쌩고생얼 허겄소. 아, 심 좀 팍팍 줘보씨요. 미치고 환장허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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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전네가 아랫녁을 풀쩍거리며 안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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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 팍팍 해뿌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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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창이 나도 존깨 심껏 해보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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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면, 글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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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눈을 질끈 감고 이년아, 죽어봐라, 죽어봐라, 하고 중얼거리며 엉덩이를 깝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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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전네가 비릿하고 달콤한 냄새를 내뿜으며 죽겄소, 나 죽겄소, 좋소, 좋아 죽겄소, 아으아으,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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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이 허리 운동만 죽어라고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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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빨리 음전네를 죽여놓고 정사령 놈의 눈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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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도, 음전네가 반내내 허벅지를 꼬집건, 덜 식힌 몸둥이 때문에 방바닥이 닳도록 뒤척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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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물에 멱을 감건 상관하지 않고 도망을 가고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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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안 되요, 하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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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만나 시작한 일이니까 거시기 놈도 재미난 꼴을 보아야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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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제 스스로 고개는 숙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주인 된 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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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방아를 찧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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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전네의 입에서 아으윽하는 비명이 쏟아져 나오더니, 몸에서 힘이 빠져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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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만 허씨요. 날 좀 살려주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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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전네가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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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넌 안직도 멀었구만. 기왕에 시작했는디 끝장얼 봐뿐져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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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다가 말면 요놈이 저녁내 나럴 잠 한숨 못자게 헐 것이랑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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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더욱 힘을 주어 살방아를 찧어댔고 음전네가 눈물반 콧물반으로 꺽꺽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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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숨이 컥컥 막힌가 싶더니, 고개를 한 쪽으로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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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건 말건 강쇠 놈의 방아고질은 한 식경 남짓이나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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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거시기 놈은 지칠 줄을 모르고 더욱 왕성하게 살아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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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썩을놈아. 인자 그만 좀 허자. 오널언 왜 싸도 않고 뻣뻣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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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거시기 놈을 나무래다가 정신을 퍼뜩 차리자 다시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온 몸에 소름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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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별 일이시. 저녁에 내가 왜 이런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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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다가 음전네를 내려다 보니, 계집이 고개를 한 쪽으로 쳐박고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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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여자가 숨줄얼 놓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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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얼른 음전네의 몸에서 내려와 콧구멍에 손가락도 대보고 가슴에 귀도 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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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가느다란 숨결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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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참, 송장 치루는 줄 알고 십년언 감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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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한숨을 휴 내쉬고 서둘러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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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입고 저고리를 걸치면서 흘끔보니, 정사령놈이 눈을 번히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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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시럽소. 허나 어쩌겄소? 다 당신이 자초헌 업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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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중얼거리다 말고 둘둘 말린채 한 쪽에 몰려있는 이불자락을 펼쳐 음전네의 몸둥이를 가려주고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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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음전네는 꼼짝을 못했으며 아니, 강쇠 놈이 방을 나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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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으로 나오자 지리산을 불어내려 온 바람이 온 몸을 감싸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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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숨이 컥 막히면서 가슴이 오그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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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날씨 한번 지랄겉이 춥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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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놈이 중얼거릴 때 방안에서 으으으하고 내뱉는 정사령 놈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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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 몸이 으실으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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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참 더럽구만이. 내가 음전네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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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툭 차다가 침을 퉤뱉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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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박가 성님언 오랫만에 살방애 한번 잘 찧었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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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주모 아짐씨의 문전만 더럽혔다고 쬐껴나지는 않았을랑가?’

 

[출처] 나넌 안직도 멀었구만|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