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위에서 사랑을 엿보다

 
 

손가락이 바뀌었다 (彼指則是此指則非也)

어떤 사람이 누에를 치는데 뽕잎을 먹일 때가

되어 사방으로 뽕잎을 구하러 다니던 중에

어떤 곳에 당도해 보니 뽕나무가 무성한 곳에

부잣집이 보였다.

조용히 뽕나무 밑으로 들어가 사방을 살피자

사랑을 나누었던 자리가 있었다.

커다란 뽕나무에 올라가서 뽕을 따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왔다.

남자는 뽕나무 밑에서 얼마동안 방황하더니

휘파람 소리를 길게 몇 번 내었다.

그러자 아름다운 여인이 술 주전자와 안주를

가지고 그 남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 남자는 술과 안주를 먹을 생각은 하지않고

그 여인을 끌어안고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 턱을 맞대고 앉아서 사랑을 소근

거리기 시작하였고 여인이 먼저 남자에게,

"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처지가

됐는데, 이제 서로 폐부(肺腑)를 털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내가 먼저 당신 옥경(玉莖)을 빨겠으니

당신도 나의 옥문(玉門)을 빨겠소?"

그러자 그 남자는 "그것 좋은 일이요" 하면서

즉시 자신의 옥경을 드러내어 놓았다.

여인은 그 옥경을 빨고난 후에 자신의 옥문을

남자의 앞에 드러내자, 남자는 그것을 보면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물었다.

"옥문은 옥경과 다르게 움푹 들어가 있으므로

빨기가 거북하니 나의 긴 손가락을 옥문 속에

넣고 그 손가락을 빨면 되지 않겠소?" 하자

여인이 "그렇게 하여도 좋소." 하고 대답했다.

남자가 긴 손가락을 옥문속에 넣어보았으나

음액이 손가락에 묻어나와 빨기에 더러웠다.

그리하여 그 손가락을 감추고 다른 손가락을

빨자 여인이 남자에게 따져 물었다.

"당신은 왜 나처럼 하지 않아요? 이 손가락이

아니지 않아요?"

이렇게 되어 이 손가락이다 아니다 하고 서로

옥신각신 다투게 되었는데 이때, 뽕나무 위에

있던 사람이,

"그 손가락이 옳고 저 손가락은 옳지가 않소!"

하고 판단을 내려주었다.

그러자 놀란 남자는 엉겁결에 도망 가버리고

뽕나무 위에 있던 사람이 나무에서 내려와

 

여인과 마음껏 질펀하게 놀아난 후에 그녀가

가져왔던, 술과 안주를 모두 먹고, 뽕 한 짐을

잔뜩 지고 돌아갔다.

그후로 이 마을은 "그 손가락이 아니다."라는

뜻의 '비지촌(非指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지게 되었다고 한다.

- 옮겨온글 -

 

그것 우려낸 물을 나눠 마시자

 
 

침모분작(沈毛分酌) : 음모 우려낸 물을 나누어

마시자

옛날에, 호남의 한 절에서 큰 수륙재(水陸齋)가

열려 인근 고을의 남녀 수천명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채 성황을 이루었다.

※수륙재(水陸齋) : 육지와 수중 잡귀들을 위해

경을 읽어주는 큰 행사.

행사가 끝난 후에 절의 안팎을 청소하고 있는데

한 동자승이 도장을 쓸고 닦다가 여자 시주들이

앉았던 자리에서 기다란 음모 하나를 발견했다.

이에 동자승이 크게 소리쳤다.

"내 오늘 운이 좋아서 기이한 보배를 얻었도다."

그러면서 껑충껑충 뛰면서 좋아하는 것이었다.

여러 스님들이 뭔가 하고 몰려들어 음모를 보고

서로 뺏으려고, 동자승의 손을 붙잡고 승강이를

벌이자 절 안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동자승은 음모가 든 손을 단단히 움켜쥐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내 눈동자가 빠지고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이것만은 결코 뺏기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내가

얻은 것입니다."

하면서 동자승이 악을 쓰자 여러 스님들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와 같은 귀한 보배를 너 혼자 차지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니라.

그러니 이렇게 사사로이 싸울 게 아니라 절안의

공중(公衆) 의견을 들어 결정함이 옳도다."

그리하여 마침내 종을 울려서 절안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모이라고 하였다.

이에 스님들이 가사를 걸치고, 법당에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앉았으며 이윽고 나이 많은 스님이

동자승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그 물건을 네가 습득했다고 하나, 엄연히

도장 안에 떨어져 있던 것이니, 우리 절 전체의

것이니라.

그러니 결코 내가 습득했다고 하여 네 것이라고

주장할 수가 없는 일이로다."

이말에 따라 동자승은 앞으로 나와서 그 음모를

여러 사람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그러자 스님들은 음모를 유리그릇에 담아 불상

앞에 정중히 올려놓았으며 이어서 주지 스님이

선언했다.

"이 물건을 우리 절의 삼보(三寶)로 보관하여

영원히 후세로 전해지도록 할 것이니, 아무도

접근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러자 여러 스님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것은 수륙재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니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보관해 두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므로, 이는 마땅히 잘게 나누어서 모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과 몇치밖에

안 되는 털을 어떻게 나누어, 우리 1천여 명의

승려들에게 돌아가게 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의견이 서로 분분할 때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객승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조용히 하시고 외인(外人)으로 참가한

소승의 의견을 들어 보십시오.

소승의 소견으로는 음모를 큰 가마솥에 넣어서

떠오르지 못하게 돌멩이로 눌러두고,

물을 가득 부어, 우려 낸 물을 한 그릇씩 골고루

나누어 마시면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 되면 소승 또한 그 물 한 그릇 얻어마시는

혜택을 누릴 수가 있을 듯 하나이다."

이에 모든 스님들은 매우 좋은 의견이라 하면서

크게 찬성했다.

이때 절에는 백세된 노스님 한분이 있어 기침과

천식이 심해서 항상 문을 닫고 누워있었는데,

음모를 우려내어 물을 나누어 마시자는 객승의

의견을 듣고 기뻐하며 방문을 열고서 객승에게

합장 배례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 오신 객승인지 몰라도 그 논사(論事)가

어찌 그리도 분명하신지요?

앞서 음모를 잘게 나눈다고 하였을 때에 나같은

늙은이는 혜택을 입지 못할것 같아 걱정했는데,

지금 객승의 의견에 따라서 이 병자도 그 물 한

그릇을 얻어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내가 그 물을 한번 마시고 나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을 듯합니다. 바라옵건대, 객승은 부디

성불하시고 또 성불하소서!"

이 이야기에 야사씨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불가(佛家)에 따르면 '육진(六塵) 가운데 색진

(色塵 : 여색)에 물들기가 가장 쉽다'고 한다.

여인의 음모 하나를 우려낸 물도 이렇게 모두가

기뻐하거늘, 만약 경국지색 미인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어찌하겠느냐?

이런고로 성인(聖人)들은 항상 여색을 멀리하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느니라.

- 옮겨온글 -

 
 

등에 업혀온 중이 어딜 가는가

 
 

부승언왕(負僧焉往) : 업혀 온 중이 어딜 가나

어느 시골에 한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출가할 나이가 지났는 데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시집을 못가고 있었다.

그러나 색욕은 강해 이웃 마을에 사는 노총각과

가까이 지내며 정을 통하다가 이런 제의를 했다.

"내가 마을 뒤편의 으슥한 곳에 짚단을 쌓아놓을

테니, 매일밤 그 속에 들어가 숨어 계세요.

그러면 내가 몸이 크고 힘이 세니 밤에 업고와서

함께 정을 나누도록 합시다."

그러자 노총각이 좋다고 하여 두 사람은 매일밤

약속대로 시행하고 있었는데 근처의 절에 있는

젊은 중 하나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느날 밤 노총각이 다른 볼일로 늦게

오는 틈을 타서 중이 짚단 속에 들어가 있었다.

이에 처녀는 그 사실을 모른채 짚단속의 사람을

업고 집으로 돌아와 방에 들이고 보니 중인지라

크게 놀랐다.

"아니, 웬 대머리 스님이신지요? 어찌 스님께서

그 짚단 속에 숨어 계셨습니까?"

"왜요, 낭자! 중은 남자가 아니랍니까?"

이렇게 중이 큰소리를 치자 처녀는 다른 사람이

들을까 두려워 작은 소리로 제발 돌아가 달라고

애원하자 중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낭자! 업혀 온 중이 어딜 간단 말입니까?"

중이 나가기를 거부하자 처녀는 할수 없이 중을

달래며 옷을 모두 벗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몸을

포개고 질펀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속담 중에 '업혀 온 중이

어딜 가나?'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싫지만 괄시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로서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 옮겨온글 -

 

아전에게 큰 수모를 당한 기생

 
 

호린멸촉(呼隣滅燭) : 수모를 당한 기생

고을에 권모술수를 잘 부리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관아에서 토지 세금을 관리하는 아전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해 아전이 관장의 명령을 받들어 고을에서

조정에 납부할 곡식을 싣고서 상경하여 업무를

모두 마치게 되었다.

그는 세곡(稅穀)을 납부 했다는 호조의 커다란

인장이 찍힌 문서패를 받아 숙소로 돌아왔으며

세리(稅吏)가 숙소의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장, 서울에서 가장 이름 있는 기생이 누구

입니까?"

"이봐요, 당신은 지금 곡식을 모두다 납부하고

주머니 속이 무일푼일 텐데, 기생은 왜 찾으며

기생집에 간다 해도 기생을 만나볼 수나 있을

것 같소? 가당치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말구려."

"아, 만나든 못 만나든 주인장은 다만 저에게

알려나 주시구려."

숙소 주인은 웃으며 어느 지역 아무개 기생이

장안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가르쳐 주었다.

세리는 곧 호조의 인장이 찍힌 세곡 납부 패를

허리에 차고 주인이 말한 기생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황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기생집 대문

앞에 쓰러져서 잠든 것처럼 누워있으니 한참후

기생이 나와서 살펴보는 것이었다.

곧 기생은 호조 인장이 찍힌 패를 발견하고는,

'어느 고을 아전이 술에 취한 게로구나.'

라고 생각하며 부축하여 방으로 데려가 눕히고

꿀물을 타서 마시게 하는 등 조리를 해주었다.

세리가 정신없이 자는척 하다가 한참후 깨나자

기생이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어느 고을의 토지세를 관장하는 아전으로

마침 주점에 들어갔다가, 그만 과음하여 정신을

잃고 길가에 쓰러진 것 같습니다.

낭자가 구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야금(夜禁)에

걸려서 곤욕을 치를 뻔했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내 내일 고을로 내려가서 쌀을

여섯섬 실어보내 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말을 들은 기생은 매우 친절히 대하면서 더욱

좋은 음식을 차려 대접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자, 기생은 자진해 잠자리를

원하고는 온갖 교태를 부리며 정감을 고조시켜

주는 것이었다.

한바탕 애희 행사를 치르고 나자 세리가 말했다.

"내가 시골에서 여인과 이렇게 즐길 때에는 아주

특별한 놀이를 하곤 했답니다. 한번 경험해 보지

않겠는지요?"

세리가 은근히 유혹하자, 기생은 어떤 놀이인지

궁금하여 한번 시험해 보자고 하였다.

세리는 그것이 그네놀이라고 하며 명주 한 필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다.

기생이 명주를 주자, 그 것을 4가닥으로 만들어

기생의 두팔목과 두발목에 묶어 들보에 매다니

사지를 묶어서 운반하는 돼지의 모습이었다.

세리는 기생의 엉덩이 쪽에 가서 자신의 양물을

기생의 음호에 삽입한 다음에 두 손으로 기생의

허리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진퇴 운동을 하니,

기생은 처음 경험한 놀이라, 신기하게 느껴졌고

또 흔들림에 의해서 물건이 힘차고 좋아서 매우

야릇한 정감을 느끼며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세리는 한동안 이러다가 체액을 쏟아낸 다음에

촛대의 초를 가져와 불을 붙인 채, 그 아래 쪽을

매달려 있는 기생의 음호에 삽입해 놓았다.

그리고 세리는 옷을 모두 챙겨입고 기생의 방을

나가서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들보에 매달린 기생은 초가 타면서 점점 음호가

뜨겁게 느껴졌지만, 사지가 묶인 상태라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생은 슬퍼하면서 어쩔수 없이 '불이야!'

하고 계속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웃 사람들이 기생집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물동이를 들고 달려왔으나 불은 보이지가

않고 방에서 계속 '불이야!' 하는 소리만 들렸다.

사람들이 방문을 열어보니 기생이 발가벗겨진

알몸으로 들보에 매달려 있어, 얼른 초를 뽑고

줄을 풀어내린 다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그러나 기생은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여 고개를

숙인채로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만 할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더라고 한다.

- 옮겨온글 -

짓궂은 총각과 과부의 말다툼

환장설전(歡場舌戰) : 총각과 과부의 말다툼

짓궂은 행동을 잘하는 한 총각이 있었다.

하루는 이웃의 혼자 사는 젊은 과부를 만나니

한번 희롱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 그녀에게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여인의 음욕(淫慾)이 남자의 성욕보다 두배

강합니다."

"무슨 소리냐? 남자의 음탕한 욕망이 여자보다

몇 배는 더 강하기 때문에, 항상 여자를 충동질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니라."

과부가 화를 내며 반박을 하자, 총각도 일부러

약을 올리면서,  그렇지 않다고 우겨서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결판이 나지 않았다.

이에 총각이 다음과 같이 제의했다.

"이렇게 서로가 우겨서는 결판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제가 한 가지 제의를 하겠습니다.

지금 저와 몸을 합쳐 교환(交歡) 행위를 하면서

실험해보고 그 결과로 결정함이 어떻겠는지요?"

"그래, 좋도록 해라. 내 얼마든지 증명해 보여줄

수가 있느니라."

이에 총각은 자신의 계책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기뻐하면서 다시 이렇게 제의했다.

"예, 좋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을 합쳐 운동을

하면서 어떤 구절을 계속 외워서 끝까지 틀리지

않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러고서 총각은 그 구절을 정했다.

곧 자신은 '어모장군 용양위 부사직(禦侮將軍

龍양衛副司直)'이란 말을 하고

과부는 '한강변 암소의 목 방울 소리 딸랑딸랑'

이라는 말을 외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총각은 과부를 바닥에 눕히고 몸을 합쳐

자신의 양물을 그녀의 옥문에 집어넣고는

천천히 장난치듯 운동을 전개하며 약속한 말을

틀리지 않게 외웠고 과부도 처음에는 자신있게

그대로 잘 외웠다.

그런데 총각이 점점 속도를 빨리하면서 심하게

몸을 흔들어 감흥이 일도록 충동을 하자

과부는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흔들어 열을 올리다가

그만 앞에 있는 말은 빼먹고 '딸랑딸랑 딸랑딸랑'

하는 외마디 소리만 계속 반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총각이 웃으면서,

"그 왜 '한강변 암소'는 어디 가고,  '딸랑딸랑'만

하는 겁니까?"

하면서 놀려주니, 과부는 마침내 소 울음소리를

내면서 왈칵 눈물을 쏟았더라 한다.

- 옮겨온글 -

 

우리 집안의 그 맛은 소문났지

 
 

유소문음호(有所聞陰戶) : 그 맛은  소문이 났지

옛날 어느 시골에 한 노파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는데, 노파는 그 딸의 얼굴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큰 걱정이었다.

집안 살림도 어렵고 딸의 얼굴 또한 예쁘지가

않으니, 일찍부터 중매를 넣어서 딸의 혼사를

정하려 해도 쉽지가 않아 괴로워했다.

그러던 차에 매파가 나이 든 총각을 노파에게

소개하여 마침내 혼인이 성사되었다.

혼례식 날 예를 올리고 딸을 신방에 들여보낸

노파는 혹시나 신랑이 딸의 얼굴을 보고 싫어

하지나 않을까 하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햇다.

아침이 되어 첫날밤을 보낸 딸이 밖에 나오자

노파는 얼른 딸을 붙잡고 방에 들어가 물었다.

"얘야, 간밤에 신랑이 네 얼굴을 보고서 예쁘지

않다고 뭐라 하지 않더냐? 너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는 하더냐?"

그러자, 딸은 노파를 빤히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 신랑이 처음에 내 얼굴을 보고는 조금

시무룩했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어.

그런데 있잖아, 내 옷을 벗기고 몸을 합쳐서

재미를 보고 나더니 이러는 거야."

"속히 말해 보아라! 신랑이 뭐라고 했는데?"

"글쎄 말이야. '얼굴 모습은 영 볼 게 없더니

음호 맛은 아주 별미로구먼. 쓸만한데 그려'

그리곤 자면서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어."

그러자 노파는 손뼉을 치고 무척 기뻐했다.

"그래! 그렇고말고. 우리 집안의 음호 맛은

별미라고 온 동네에 소문이 파다하거든."

그것은 곧 이집 여인들의 음호 맛을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었더라.

- 옮겨온글 -

겁탈을 하려다 봉변을 당하다

 
 

구타가장(毆打家長) : 겁탈을 하려다가 봉변을

당하다.

어느 마을에 한 선비가 제법 부유하게 살았다.

선비집의 이웃에 한 포수가 살고 있었는데 포수

아내의 자색이 매우 참하고 고왔다.

그래서 선비가 항상 마음에 두고 한번 접근하여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선비가 포수의 아내를 대할 때마다 항상 눈길을

주곤 하니 포수의 아내가 눈치를 채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그러자 포수가 선비의 행동을 살펴보고 음흉한

마음을 알고는 좀처럼 집을 비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가 포수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근래 사냥갈 생각을 않는고?"

"사냥을 가려면 여비가 많이 필요한데, 그 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가지 못한답니다."

포수는 선비가 자신을 사냥하러 보내놓고 자기

아내에게 접근하려는 음흉한 심보를 알고 있어

슬쩍 이렇게 대답했다.

여비가 없어 사냥을 가지 못한다는 포수의 말을

듣고 선비가 포수에게 다시 물었다.

"이사람아! 한번 사냥에 경비는 얼마나 드는고?"

"예, 선비어른! 경비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아무리 적게 들어도 10냥은 있어야 한답니다."

"10냥이나 든다고? 그렇게도 많은 비용이 든단

말이지?"

"사냥을 가면 여러 날 먹고 지내야 하는 경비도

많이 들고, 산신제도 정성껏 지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내가 그돈 10냥을 줄테니 사냥을 가서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짐승을 잡아오게나.

그래서 잡은 짐승들을 나하고 반반씩 나누도록

하세. 그러면 되겠지?"

선비는 이와 같이 말하며, 돈 10냥을 포수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에 포수는 선비의 마음을 알기에, 돈 10냥을

받아가지고 아내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비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어서 날더러 사냥을

가라고 돈 10냥을 주었소.

내 짐짓 사냥하러 가는 것처럼 떠날테니 당신은

여차여차 하면서 유혹하기 바라오."

이렇게 아내와 약속한 포수는 사냥도구를 챙겨

선비에게 가서 떠난다는 작별 인사를 했다.

"선비어른! 소인이 오늘 사냥을 떠나니 소인이

떠나고 나면, 아내 혼자서 집에 있으니 수시로

돌보아 주소서."

"이 사람아!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사냥이나

잘 다녀오게나."

이렇게 포수가 인사를 하고 떠나자, 그 날 저녁

선비는 담뱃대를 물고서 어슬렁어슬렁 포수의

집에 나타났다.

"오늘 남편이 사냥을 갔으니 독수공방에 적적할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찾아왔다네 혼자 외롭지

아니한가?"

"예, 선비어른! 선비어른 같은 분이 제옆에 있어

주신다면 적적하지 않고 너무 좋을것 같습니다.

어서 방으로 올라오십시오."

포수의 아내는 선비에게 아양을 떠는 척하면서

선비를 안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때 부드러운 말로

잘 응대하여주니 선비는 슬그머니 포수 아내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수의 아내도 적당히 응해주자, 선비는

포수의 아내가 정말로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곧 선비가 포수의 아내를 끌어안고 옷을 벗기려

하자 포수의 아내는 좋아하는 척 하면서 말했다.

"선비어른, 저기있는 탈을 얼굴에 쓰지 않으시면

소인은 옷을 벗을 수가 없습니다.

"그 탈이 어떤 것인데. 왜 쓰라고 하는고?"

곧 포수의 아내는 일어나서 시렁위에 얹혀 있는

탈을 내려 선비에게 보여주었다.

탈을 살펴본 선비가 이걸 쓰면 무엇이 좋으냐고

묻자 포수의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비어른, 소인의 남편이 소인과 함께 잠자리를

할 때면 언제나 이 탈을 쓴답니다.

그러면 정감이 두배로 높아지고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쓰시라는 겁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내 안 쓸 수가 없구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자네가 내 얼굴에 씌워 봐주게."

선비가 얼굴을 내밀자, 포수 아내는 선비 얼굴에

탈을 대고 거기 달린 끈으로 풀어지지 않게 머리

뒤쪽에서 단단히 동여맸다.

그런 다음에 포수의 아내는 선비의 옷을 벗기는

척하고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뒤뜰에서 마치 우뢰가 치듯 큰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떤 놈이 남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겁탈하려

하느냐? 이런 놈은 당장 잡아 죽여야 한다.

어디 보자~ 어떤 놈이냐?" 하며 막대기로 벽과

창틀을 두드리며 앞으로 돌아와 방문을 박차고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이때 선비는 얼굴의 탈을 벗으려 했지만, 워낙

단단히 묶여 있어 벗을 수가 없었다.

선비는 탈을 쓴 채로, 달아나 얼른 자기 집으로

들어가니 포수가 따라오면서 일부러 큰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도둑이 선비 집으로 숨어 들었다. 동네 사람들!

도둑이 선비의 집으로 들어갔으니 속히 나와서

잡으시오!"

포수가 선비의 집으로 같이 따라 들어가자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달려왔다.

선비 집 식구들도 도둑이 자기 집에 들어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와서 몽둥이를 들고 사방을

찾아 헤맸다.

선비는 뜰옆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선비를 발견하고, 덤벼들어 때렸으며

선비는 몽둥이로 얻어맞고 발로 채이며 말했다.

"나요, 나. 제발 때리지 마시오. 나요, 나라고!"

선비가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분간하지 못하고

식구들까지 합세하여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그 사이 탈을 묶은 끈이 떨어져, 탈이 벗겨지고

선비의 얼굴이 드러나자 집안사람들이 놀라서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동네사람들도 선비의 얼굴을 확인하고

쑥덕거리면서 모두 물러갔다.

그후 선비는 부끄러워 문밖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포수에게 건네준 돈도 감히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했더라 한다.

- 옮겨온글 -

 

 

도깨비가 과부에게 준 방망이

 
 

귀봉변괴(鬼棒變怪) : 도깨비가 갖다준 이상한

방망이

어느 시골에 일찍 홀로된 청상과부가 살았는데

과부의 소원은 도깨비와 어떻게 한번 친해보고

싶었으며 만약에 도깨비와 친해지게 되면 무슨

소원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깨비의 비위를 한번 거슬리기만 하면

논밭의 곡식은 거꾸로 심겨지고 솥뚜껑이 날아

다니며 밤이면 집안으로 모래나 돌이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변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아무나 쉽게 도깨비와 친해질 수도 없고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 과부도

우연한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과부가 홀로 방에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도깨비가 찾아와 이상한

물건을 하나 방안에 훌쩍 던져주고 갔다.

과부가 깜짝 놀라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마치 큼직한 남자의 양물과 같은 것이었다.

과부는 내심으로 '도깨비가 나를 동정하는구나.'

생각하며 그것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며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고 중얼거리자,

그것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해 불문곡직

과부에게 달려들어 겁간을 했으며 일이 끝나자

총각은 다시 한 개의 양물로 변해버렸다.

과부는 이런 변괴가 일면으론 두렵기도 하지만

그 신기한 조화에 너무나 놀랍고도 기뻤다.

그후로 생각날 때마다 양물을 잡고 재미를 볼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귀하고 값진 물건은 있을

수가 없다 하고 장롱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놈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말하면 즉시

총각으로 변하여 그 소회를 풀어주니,

그 이후부터 과부는 비로소 새 광명을 찾았으며

세상에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언제나

얼굴에 회색이 넘쳐흘렀다.

하루는 멀리 볼일이 생겨서 이웃 과부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나자 이웃 과부는 별로 할일도 없고

하여 과부의 살림살이나 구경하자고

과부의 집으로 와서 이리 저리 뒤져보다가 마침

장롱을 열어 보자 이상한 물건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남자의 양물과 같았다.

"아하! 이놈을 가지고 남모르는 재미를 보는구나.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는 다만 보는 것뿐일 텐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속만 태울 뿐이지."

이웃 과부는 그것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리

저리 고루 살펴봤으나, 아무리 보아도 그놈으론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하고

말이 미처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놈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여

벌벌 떨고 있는 이웃 과부를 다짜고짜로 끄집어

엎어서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마자 총각은

온데 간데 없고 처음의 그 양물만 있었다.

과부는 모처럼 당하는 일이라 즐거워야 했으나

즐거움도 간곳없고 다만 두렵고 놀라울 뿐으로

서둘러 장롱 속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웃 과부는 시간이 지나고 제정신이 차려지자

그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간절했다.

저녁밥을 짓는 장작개비도 그놈만 같아 보이고

방구석에 놓여있는 다듬이 방망이 조차 그놈만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연신 그놈만 눈에 어른거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 가서 다시 한번 해볼까? 총각놈이 또다시

나타날까?"

이웃 과부는 이생각 저생각으로 하룻밤을 온통

뜬눈으로 지세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가 장롱 문을 열고

그놈을 끄집어내어 들고 어제와 같은 말을 하니

또다시 그 총각이 나타나 행간을 하는데 재미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미를 보고 나자 이웃집 과부는 욕심이

발동해 "어떻게 하면 이놈을 내 것으로 만들까?"

하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다.

"달라고 할까? 주지 않겠지."

"같이 가지고 놀자고 해볼까? 그것도 안될 말."

"몰래 가지고 가버려? 이내 달려와 야단일 걸."

아이고 모르겠다.

"어찌됐던 올 때까지 실컷 재미나 보고 하회를

기다리자." 하고 그후 밤이나 낮이나 시간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달려가 재미를 보았다.

며칠후 과부가 돌아왔으며 두 과부 사이에서는

그간의 얘기가 오고가고 하다가 끝내는 그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주인 과부는 펄펄 뛰었다.

며칠이 지나자 이웃 과부는 그놈의 생각이 또한

간절해져 주인 과부한테 하룻밤만 빌려 줄 것을

간청했으나, 결코 들어주지 않았고 이웃 과부는

성깔이 부시시 일어났다.

"도대체 이년은 그것을 한 번 빌려주는데 그놈이

닳느냐 어디로 날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집어먹어 삼키느냐?"

이웃 과부는 주인 과부가 내심 괘씸해 어디 두고

보자면서 별렀고, 그러다 두 과부는 서로 욕설이

오고가더니 이내 대판거리로 싸움이 벌어졌다.

이웃 사람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듣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었고 소문은 마침내 그 고을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원님은 "세상에 그럴 리라 있겠는가? 귀신이란

원래가 심신에서부터 생기는 것이고, 도깨비란

정신이 부실해 헛것이 보이는 것인데." 하였다.

고을의 원님은 극구 부인하고 아전배는 사실이

그렇다고 우겨댔으며 결국엔 원님이 두 과부를

불러서 그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원님은 과부가 갖다바친 물건을 손에 쥐고 이리

저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모양은 틀림없이 소문과 같이 양물과 같았으나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으며, 또한 그것이 과연

그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궁금하고 답답한 나머지 고을의 원님은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면서 중얼거리자

원님의 말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 양물은 총각으로 변하여 다짜고짜 원님에게

달려들어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행간을

하고는 다시 원래의 양물로 변해 버렸다.

그러자, 원님은 한편으로는 놀랍고 창피했으나

자기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사실을 자세히

적어 장계(狀啓)와 함께 감영으로 보냈다.

그리고 소문은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펴져나가

고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감영으로

가지고 갔다 하니 귀결이 어찌될까?

소문이 사실인가? 하여 그 물건을 멀리서나마

한번 보기 위해서, 감영 근처에는 구경꾼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고, 감사가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하기는 하나,

"어디 세상에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마도 원이

미쳤거나 실성하였겠지." 하면서 더욱더 유심히

그 물건을 들여다보니 흡사 남자의 양물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설마 그럴려고 하면서 궁금하여

"그럼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하면서

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역시 그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더벅머리

총각이 나타나, 사람들이야 있건 말건 다짜고짜

감사를 엎어놓고 행간하고 일이 끝나자, 본래의

양물의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감사는 치사하고 괘씸해, 분이 머리끝까지 올라

"이 요물을 불에 태워버리자." 하고 감영의 뜰에

모닥불을 지피게 하여 그속에 던져 넣었으나,

그물건은 불에 타지도 않고 녹지도 않아서 다시

끄집어 내어서 펄펄 끓는 물에다 집어 넣었으나

삶아지지도 않고 익지도 않았다.

그러자 감사는 하는 수없이 모든 것을 단념하고

"조물주가 불쌍한 과부들을 위해서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가보다." 생각하고 그 물건을 과부에게

다시 돌려주었다고 한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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