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탈을 하려다 봉변을 당하다

 
 

구타가장(毆打家長) : 겁탈을 하려다가 봉변을

당하다.

어느 마을에 한 선비가 제법 부유하게 살았다.

선비집의 이웃에 한 포수가 살고 있었는데 포수

아내의 자색이 매우 참하고 고왔다.

그래서 선비가 항상 마음에 두고 한번 접근하여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

선비가 포수의 아내를 대할 때마다 항상 눈길을

주곤 하니 포수의 아내가 눈치를 채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다.

그러자 포수가 선비의 행동을 살펴보고 음흉한

마음을 알고는 좀처럼 집을 비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가 포수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근래 사냥갈 생각을 않는고?"

"사냥을 가려면 여비가 많이 필요한데, 그 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가지 못한답니다."

포수는 선비가 자신을 사냥하러 보내놓고 자기

아내에게 접근하려는 음흉한 심보를 알고 있어

슬쩍 이렇게 대답했다.

여비가 없어 사냥을 가지 못한다는 포수의 말을

듣고 선비가 포수에게 다시 물었다.

"이사람아! 한번 사냥에 경비는 얼마나 드는고?"

"예, 선비어른! 경비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아무리 적게 들어도 10냥은 있어야 한답니다."

"10냥이나 든다고? 그렇게도 많은 비용이 든단

말이지?"

"사냥을 가면 여러 날 먹고 지내야 하는 경비도

많이 들고, 산신제도 정성껏 지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내가 그돈 10냥을 줄테니 사냥을 가서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짐승을 잡아오게나.

그래서 잡은 짐승들을 나하고 반반씩 나누도록

하세. 그러면 되겠지?"

선비는 이와 같이 말하며, 돈 10냥을 포수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에 포수는 선비의 마음을 알기에, 돈 10냥을

받아가지고 아내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비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어서 날더러 사냥을

가라고 돈 10냥을 주었소.

내 짐짓 사냥하러 가는 것처럼 떠날테니 당신은

여차여차 하면서 유혹하기 바라오."

이렇게 아내와 약속한 포수는 사냥도구를 챙겨

선비에게 가서 떠난다는 작별 인사를 했다.

"선비어른! 소인이 오늘 사냥을 떠나니 소인이

떠나고 나면, 아내 혼자서 집에 있으니 수시로

돌보아 주소서."

"이 사람아!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사냥이나

잘 다녀오게나."

이렇게 포수가 인사를 하고 떠나자, 그 날 저녁

선비는 담뱃대를 물고서 어슬렁어슬렁 포수의

집에 나타났다.

"오늘 남편이 사냥을 갔으니 독수공방에 적적할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찾아왔다네 혼자 외롭지

아니한가?"

"예, 선비어른! 선비어른 같은 분이 제옆에 있어

주신다면 적적하지 않고 너무 좋을것 같습니다.

어서 방으로 올라오십시오."

포수의 아내는 선비에게 아양을 떠는 척하면서

선비를 안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때 부드러운 말로

잘 응대하여주니 선비는 슬그머니 포수 아내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수의 아내도 적당히 응해주자, 선비는

포수의 아내가 정말로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곧 선비가 포수의 아내를 끌어안고 옷을 벗기려

하자 포수의 아내는 좋아하는 척 하면서 말했다.

"선비어른, 저기있는 탈을 얼굴에 쓰지 않으시면

소인은 옷을 벗을 수가 없습니다.

"그 탈이 어떤 것인데. 왜 쓰라고 하는고?"

곧 포수의 아내는 일어나서 시렁위에 얹혀 있는

탈을 내려 선비에게 보여주었다.

탈을 살펴본 선비가 이걸 쓰면 무엇이 좋으냐고

묻자 포수의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비어른, 소인의 남편이 소인과 함께 잠자리를

할 때면 언제나 이 탈을 쓴답니다.

그러면 정감이 두배로 높아지고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쓰시라는 겁니다."

"자네 말대로라면 내 안 쓸 수가 없구먼. 어떻게

쓰는 것인지 자네가 내 얼굴에 씌워 봐주게."

선비가 얼굴을 내밀자, 포수 아내는 선비 얼굴에

탈을 대고 거기 달린 끈으로 풀어지지 않게 머리

뒤쪽에서 단단히 동여맸다.

그런 다음에 포수의 아내는 선비의 옷을 벗기는

척하고 장난을 치면서 시간을 끌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뒤뜰에서 마치 우뢰가 치듯 큰 고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떤 놈이 남의 집에 침입해 아내를 겁탈하려

하느냐? 이런 놈은 당장 잡아 죽여야 한다.

어디 보자~ 어떤 놈이냐?" 하며 막대기로 벽과

창틀을 두드리며 앞으로 돌아와 방문을 박차고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이때 선비는 얼굴의 탈을 벗으려 했지만, 워낙

단단히 묶여 있어 벗을 수가 없었다.

선비는 탈을 쓴 채로, 달아나 얼른 자기 집으로

들어가니 포수가 따라오면서 일부러 큰소리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도둑이 선비 집으로 숨어 들었다. 동네 사람들!

도둑이 선비의 집으로 들어갔으니 속히 나와서

잡으시오!"

포수가 선비의 집으로 같이 따라 들어가자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르르 달려왔다.

선비 집 식구들도 도둑이 자기 집에 들어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고 나와서 몽둥이를 들고 사방을

찾아 헤맸다.

선비는 뜰옆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선비를 발견하고, 덤벼들어 때렸으며

선비는 몽둥이로 얻어맞고 발로 채이며 말했다.

"나요, 나. 제발 때리지 마시오. 나요, 나라고!"

선비가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분간하지 못하고

식구들까지 합세하여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그 사이 탈을 묶은 끈이 떨어져, 탈이 벗겨지고

선비의 얼굴이 드러나자 집안사람들이 놀라서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자 동네사람들도 선비의 얼굴을 확인하고

쑥덕거리면서 모두 물러갔다.

그후 선비는 부끄러워 문밖출입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포수에게 건네준 돈도 감히 돌려달라고

말하지 못했더라 한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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