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구멍 뚫으면 죄가 더 무겁다
(新穴穿罪加重) : 새 구멍을 뚫으면 죄가 훨씬
무겁다.
궁중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 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해선 안되는 율법이
있었던 바 이 율법을 방출궁녀간통금지율(放出
宮女奸通禁止律)이라고 했다.
선조때 도승지인 이항복의 집에는 옆에서 그의
일을 도와주는 겸인(비서) 한 사람이 있었다.
이사람이 선조 임금의 궁녀로 지내다가 방출된
한 여인을 사랑하여 간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궁녀 간통금지율에 걸려
구금되었고 장차 사형에 처해질 처지에 놓였다.
당시 이항복은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 올라
있었지만 중죄를 지은 겸인을 방면시킬 도리가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중 때마침 퇴궐한 이항복을 급한
일로 다시 입궐하라는 연락이 오자
'옳지,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이항복은 급히 들어오란 어명에
일부러 시간을 지체시켜 늦게 입궐하였다.
선조는 도승지가 왕의 부름에 지체했다며 화를
내고는 이항복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이에 이항복이 늦게 온 이유에 대해 아뢰었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왕명을 받고 급히 대궐로
들어가고 있는데,
종루가(鐘樓街)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며
웃고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가서
물어보니
사람들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조가 아직 화가 덜풀려서 이항복을 노려보자
이에 이항복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지어내어
아뢰었다.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다가 소피를 빨아먹고
사는 진드기라는 벌레를 만났습니다.
이 벌레는 별종 진드기로 다자라면 콩알만하게
되는데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못하는 까닭에,
소피를 계속 빨아 먹으면 몸의 가죽이 늘어나서
커지다가 마침내 더 커지지 못하고 배가 터져서
죽는 벌레입니다.
모기를 만난 진드기는 배설을 하지 못해 고통을
당하다가 모기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합니다.
“이봐! 모기야, 나는 본래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못하니 배가 팽창되어 견디기가 어렵다.
네가 가진 날카로운 침으로 내배를 찔러 구멍을
하나 뚫어주면
내가 그 구멍으로 배설을 할수가 있겠으니 제발
내 아랫배에 구멍을 하나 뚫어다오. 부탁이다.”
이 부탁에 모기는 놀라면서 진드기에게 말했다.
‘너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하느냐? 근래에 도승지
이항복의 겸인은 어떤 여인에게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배꼽아래의 구멍을 다시
뚫어 주었는데도 중죄에 걸려서 지금 구금되어
있지 않더냐?
너는 본래 구멍이 없었기에 내가 새로운 구멍을
뚫으면 죄가 훨씬 더 무거울 텐데, 내 어찌 그런
짓을 하겠느냐?
어림없다. 날 죽일 소릴랑 하지도 말라.’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하옵니다.
전하, 신이 이 이야기를 듣고 의혹이 많이 생겨
깊이 생각하느라고, 시간이 지체되었사옵니다.
통촉해 주시옵소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조는 빙그레 웃으면서
도승지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또 경이 무슨 이야기를 할줄 알았노라. 지금
그 이야기는 옛날 동방삭의 해학과 비슷한 데가
있다. 경의 겸인을 방면하겠노라."
그리하여 도승지 이항복의 겸인의 죄는 불문에
부치게 되었다고 한다.
- 옮겨온글 -
[출처] 새구멍 뚫으면 죄가 더 무겁다|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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