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과부에게 준 방망이

 
 

귀봉변괴(鬼棒變怪) : 도깨비가 갖다준 이상한

방망이

어느 시골에 일찍 홀로된 청상과부가 살았는데

과부의 소원은 도깨비와 어떻게 한번 친해보고

싶었으며 만약에 도깨비와 친해지게 되면 무슨

소원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깨비의 비위를 한번 거슬리기만 하면

논밭의 곡식은 거꾸로 심겨지고 솥뚜껑이 날아

다니며 밤이면 집안으로 모래나 돌이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변괴가 일어나는 것으로,

아무나 쉽게 도깨비와 친해질 수도 없고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 과부도

우연한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과부가 홀로 방에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도깨비가 찾아와 이상한

물건을 하나 방안에 훌쩍 던져주고 갔다.

과부가 깜짝 놀라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마치 큼직한 남자의 양물과 같은 것이었다.

과부는 내심으로 '도깨비가 나를 동정하는구나.'

생각하며 그것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며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고 중얼거리자,

그것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해 불문곡직

과부에게 달려들어 겁간을 했으며 일이 끝나자

총각은 다시 한 개의 양물로 변해버렸다.

과부는 이런 변괴가 일면으론 두렵기도 하지만

그 신기한 조화에 너무나 놀랍고도 기뻤다.

그후로 생각날 때마다 양물을 잡고 재미를 볼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귀하고 값진 물건은 있을

수가 없다 하고 장롱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놈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말하면 즉시

총각으로 변하여 그 소회를 풀어주니,

그 이후부터 과부는 비로소 새 광명을 찾았으며

세상에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언제나

얼굴에 회색이 넘쳐흘렀다.

하루는 멀리 볼일이 생겨서 이웃 과부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나자 이웃 과부는 별로 할일도 없고

하여 과부의 살림살이나 구경하자고

과부의 집으로 와서 이리 저리 뒤져보다가 마침

장롱을 열어 보자 이상한 물건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남자의 양물과 같았다.

"아하! 이놈을 가지고 남모르는 재미를 보는구나.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는 다만 보는 것뿐일 텐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속만 태울 뿐이지."

이웃 과부는 그것을 끄집어내어 손에 쥐고 이리

저리 고루 살펴봤으나, 아무리 보아도 그놈으론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하고

말이 미처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놈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여

벌벌 떨고 있는 이웃 과부를 다짜고짜로 끄집어

엎어서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마자 총각은

온데 간데 없고 처음의 그 양물만 있었다.

과부는 모처럼 당하는 일이라 즐거워야 했으나

즐거움도 간곳없고 다만 두렵고 놀라울 뿐으로

서둘러 장롱 속에 집어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웃 과부는 시간이 지나고 제정신이 차려지자

그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간절했다.

저녁밥을 짓는 장작개비도 그놈만 같아 보이고

방구석에 놓여있는 다듬이 방망이 조차 그놈만

같아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으나

연신 그놈만 눈에 어른거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지금 가서 다시 한번 해볼까? 총각놈이 또다시

나타날까?"

이웃 과부는 이생각 저생각으로 하룻밤을 온통

뜬눈으로 지세우고 아침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가 장롱 문을 열고

그놈을 끄집어내어 들고 어제와 같은 말을 하니

또다시 그 총각이 나타나 행간을 하는데 재미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재미를 보고 나자 이웃집 과부는 욕심이

발동해 "어떻게 하면 이놈을 내 것으로 만들까?"

하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다.

"달라고 할까? 주지 않겠지."

"같이 가지고 놀자고 해볼까? 그것도 안될 말."

"몰래 가지고 가버려? 이내 달려와 야단일 걸."

아이고 모르겠다.

"어찌됐던 올 때까지 실컷 재미나 보고 하회를

기다리자." 하고 그후 밤이나 낮이나 시간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달려가 재미를 보았다.

며칠후 과부가 돌아왔으며 두 과부 사이에서는

그간의 얘기가 오고가고 하다가 끝내는 그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주인 과부는 펄펄 뛰었다.

며칠이 지나자 이웃 과부는 그놈의 생각이 또한

간절해져 주인 과부한테 하룻밤만 빌려 줄 것을

간청했으나, 결코 들어주지 않았고 이웃 과부는

성깔이 부시시 일어났다.

"도대체 이년은 그것을 한 번 빌려주는데 그놈이

닳느냐 어디로 날아가느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집어먹어 삼키느냐?"

이웃 과부는 주인 과부가 내심 괘씸해 어디 두고

보자면서 별렀고, 그러다 두 과부는 서로 욕설이

오고가더니 이내 대판거리로 싸움이 벌어졌다.

이웃 사람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듣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었고 소문은 마침내 그 고을

원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원님은 "세상에 그럴 리라 있겠는가? 귀신이란

원래가 심신에서부터 생기는 것이고, 도깨비란

정신이 부실해 헛것이 보이는 것인데." 하였다.

고을의 원님은 극구 부인하고 아전배는 사실이

그렇다고 우겨댔으며 결국엔 원님이 두 과부를

불러서 그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원님은 과부가 갖다바친 물건을 손에 쥐고 이리

저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모양은 틀림없이 소문과 같이 양물과 같았으나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으며, 또한 그것이 과연

그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궁금하고 답답한 나머지 고을의 원님은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하면서 중얼거리자

원님의 말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 양물은 총각으로 변하여 다짜고짜 원님에게

달려들어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행간을

하고는 다시 원래의 양물로 변해 버렸다.

그러자, 원님은 한편으로는 놀랍고 창피했으나

자기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사실을 자세히

적어 장계(狀啓)와 함께 감영으로 보냈다.

그리고 소문은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펴져나가

고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감영으로

가지고 갔다 하니 귀결이 어찌될까?

소문이 사실인가? 하여 그 물건을 멀리서나마

한번 보기 위해서, 감영 근처에는 구경꾼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고, 감사가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상하기는 하나,

"어디 세상에 그럴 리가 있겠느냐? 아마도 원이

미쳤거나 실성하였겠지." 하면서 더욱더 유심히

그 물건을 들여다보니 흡사 남자의 양물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설마 그럴려고 하면서 궁금하여

"그럼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하면서

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역시 그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더벅머리

총각이 나타나, 사람들이야 있건 말건 다짜고짜

감사를 엎어놓고 행간하고 일이 끝나자, 본래의

양물의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감사는 치사하고 괘씸해, 분이 머리끝까지 올라

"이 요물을 불에 태워버리자." 하고 감영의 뜰에

모닥불을 지피게 하여 그속에 던져 넣었으나,

그물건은 불에 타지도 않고 녹지도 않아서 다시

끄집어 내어서 펄펄 끓는 물에다 집어 넣었으나

삶아지지도 않고 익지도 않았다.

그러자 감사는 하는 수없이 모든 것을 단념하고

"조물주가 불쌍한 과부들을 위해서 이런 물건을

만들었는가보다." 생각하고 그 물건을 과부에게

다시 돌려주었다고 한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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