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하고 F1963을 구경하고

해운대를 거쳐 부평 깡통시장으로 넘어 왔네요

깡통시장과 주변 국제시장 일대를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구경하듯
일대를 야간에 다녀보니 입이 딱 벌어집니다.
불야성이 따로없네요 사람들 틈바구니속에
떠 밀려 다닌듯 합니다.
부산 시민이 모두 쏟아져 나온 듯
깡통시장  야시장은 사람들로
인산 인해 를 이룬 듯 합니다.
서울 동대문 시장 일대도 야간에 이렇게 사람 들이 많지는 않던데...
아무렴 서울 같기야 하겠습니까만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으로 가득차 있다고 봐야 하나요?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은 이곳에 비하면 정말 볼 것없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간에 사진을 찍다보니 노출 시간이 길어서인지 유난히도 흔들린듯한 사진이 많네요 쩝!!!

F1963 뒤뜰에 조성된 뜰과 숲원예점을 돌아 나와 대나무 숲을 지나면

옛날 공장 창고로 쓰였음직한 건물이 또 하나 보이는데

이곳이 전시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지금은 피카소 전시장과 연결되어 있지만 별도로 대관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피카소 그림으로 보고 난후 도형의 그림에 색칠하여 벽에 붙이고

또 벽에 붙인 그림들을 감상 할수 있는 피카소 에술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으며

ART TERRACE 라는 곳으로 미술 체험 공간으로 운영 된다.

이곳에도 또 하나의 카페가 마련되어 있으며 피카소 전시 관련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차나 음료 식사를 마시고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이기도 하다.



















고려제강 공장 뒤뜰에 조성된 뜰과 숲 원예점 입니다.


뒤뜰_왕대와 단풍 정원

제품을 실어 나르던 하역장을 왕대숲으로 조성 하였습니다.

울타리 전체를 대나무로 뚤러 심고.... (이하 사진 참조)



F1963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소개 되어 있네요

『뜰과숲원예점자연과 도시의 일상을 연결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합니다.

정원만들기와 도시텃밭가꾸기에 필요한 꽃과 나무, 흙과 비료, 다양한 원예용품과 플라워샵, 가드닝 수업이 있는 공간입니다.

 따스한 온실과 푸르른 정원 속에서 유기농티와 샐러드, 소박한 자연식 먹거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뒤뜰에 꾸며진 뜰과 숲 원예점도 보고 쉬고 즐길거리가 많은 곳 입니다.





테라로사카페란곳은요 네이버에서 이렇게 검색 되네요


커피공장에서 즐기는 맛있는 커피 한 잔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커피공장으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만들어 주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로스팅된 커피는 전국의 유명 호텔과 커피전문점으로 납품하는데, 구매처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품질과 맛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길가 작은 팻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윽한 커피향이 자동차 창 너머 들어오고, 그 향기에 취할 무렵 앞으로 예스럽게 생긴 멋진 건물의 테라로사가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다양한 종류의 커피 포대가 차곡 차곡 쌓여 있고 한쪽에 커피를 로스팅하는 대형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천천히 둘러본 후 햇빛 들어오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갓 구운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셔보자. 신선하면서 그윽한 커피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타고 온 몸으로 스며든다. 이곳의 특별한 메뉴인 ‘테스트 코스’를 주문해보자. 도시에서 커피 한 잔 마실 가격에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세 잔의 커피를 원하는 잔에다 마실 수 있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만드는 방법, 맛있는 커피를 고르는 법 등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커피 중에서 자기가 직접 고르거나 바리스타의 추천을 받아 결정하면 된다. 이렇게 맛을 보고 마음에 든 커피가 있다면 나가는 길에 사가면 되겠다. 원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커피와 어울리는 먹거리로 빵과 케이크를 매일 만들며, 공장과 함께 있는 식당에서는 파스타류의 단품요리나 양식 코스요리를 차려내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찾는 사람으로 붐빈다

[네이버 지식백과] 테라로사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2010. 1. 15., 마로니에북스)

이런 테라로사에서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F1963안에 테라로사 카페를 개점 하였네요

실내에는 커피를 분쇄하여 추출하는 기계들을 볼 수 있고

그리고 옛날 고려제강에서 생산 되었음직한 와이어와 와이어를 생산 하기 위해 사용 되었을 법한 기계들

옛날 공장의 건축물과 공장으로 사용되던 천정 골격들이 조화를 이뤄 너무나 멋지고 아름 답네요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면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시작으로,

기존 공장의 오래된 철판으로 되살린 커피바와 테이블,

당시 사용하던 발전기와 와이어를 감던 보빈이 눈에 띕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한국의 성장 동력이 되었던 공장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입니다.

맛있는 산지별 커피는 물론 매일 굽는 천연발표빵과 디저트가 있습니다.』


























『F1963은 고려제강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로 

특수선재 글로벌 기업 Kiswire가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은  미국 건축가 협회상과 한국 건축가 협회상을 수상한 한국의 유명 건축가 조병수(57)씨가

고려제강 수영공장(3천200평)을 리모델링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이 공장은 세계 최대 특수 선재(線材) 회사인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현수교,

자동차 타이어 등에 들어가는 와이어로프 생산 기지로 사용했다.

 

F1963이라는 전시장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전시장 F는 공장(Factory)의 첫 글자이고, 1963은 공장을 설립한 해를 의미한다

F1963의 "F"는 Factory를 의미한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공장을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됨을 계기로, 그린과 예술이 공존하고,

사람과 문화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F1963은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고 문화예술의 모든 장르가 융복합되어,

365일 활기가 넘치는 문화공장으로 변모하여, 부산지역 전체에 문화적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지금은 피카소, 그리고 그의 열정이란 주제로 피카소 작품전(2017.03.14 ~ 2017.06.06 )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는 테라로사(커피 전문점), Praha993 (체코 전통 맥주점)이 성업을 누리고 있고

Yes24 중고서점,), 복순도가 곧 오픈 예정 으로 지금 한창 공사중으로 복순도가의 술 주정 장비들을

창문 너머 볼수 있지만 아직 내부 공사중이라 들어 갈수는 없다.

메인 광장에는 공연장이 꾸며지고 있지만 아직은 횅하니 스텐드만 볼수 있다.

아! 그리고 공연장 무대가 철판을 이용하여 스크린 마냥 만들어 져 있긴 하다.

전체적인 느낌은 예전의 고려제강이란 곳에서 생산하던 철판과 와이어 등을 이용하여 꾸며놓은

실내공간과 실외 조형물 들이 이곳이 예전의 쇠를 주제로 생산하던 공장임을 일깨워 주는 느낌 이랄까?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옛날 고려제강의 사무실 건물들로

층층마다 연결된 와이어로 덩쿨식물들이 와이어를 타고 자라나고

주변의 숲과 나무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F1963은 해운대 셈텀시티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코스트코 부산 수영점바로 옆에 위치하여 코스트코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문화공간도 체험 해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F1963은 YES24시 중고서점과 체코 전통 수제맥주와 요리를 맛볼수 있는 Praha993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과 전통 누룩으로 전통 항아리에서 숙성시켜 빚는 복순도가

그리고 테라로사 카페, 뜰과 숲 원예점이 입점해있으며

전시공간인 F1963 스퀘어와 전시공연장이 운영되고 있다


테라로사 카페에 들어서면 커피분쇄기와 커피를 제조하는 기계들이 보이고

천정엔 옛날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 그대로의 모습에 고려제강에서 생산 하였음직한

와이어들로 이루어진 실내 인테리어와 카페 분위기에 빠져 들게 만든다

테라로사 카페에 관한 소개와 뜰과 숲 원예점 아트테라스에 관한 소개는 다음 글로 구분하여 소개 올릴 참이다.
















비가오니 등산객이 하나둘 빠져 나가고

비내리는 고즈넉한 산사에서

커피 한잔 들고 푸르른 숲을 보고 있자니

산사도 고요하고 내마음도 고요하고

힐링이 되는듯 하다














대구 약령시 한방 문화축제가  5월3일부터 5월7일 까지 약전골목에서 열렸다.

대구 약령시 한방 문화 축제라고 매년 열리긴 하지만 올해 처음 가 보았는데

뭐 여늬 축제와 같이 다 거기서 거기다 뭐하나 다를게 없는 이런 축제를 왜 하는건지 모르겠다

대구시 제정이 그렇게 넉넉하질 못한데 다른 축제와도 같이 거기서 거기인 축제 돈 들여 왜 하는건지?

축제라고 판을 벌여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그런 노력이야 가상 하지만

어느 축제이든 비슷 비슷한 축제 사람들로 바글 거리긴 하지만 정말 볼 것도 없고

눈길이 가는 그런 이벤트가 있는것도 아니고 신상품이나 파격적인 상품을 판매한다거나

그런 차별성이 전혀 없는 식상한 축제는 이제는 더 하지 말았음 한다. 

하긴 그런 자금이라도 시중에 풀리면 그것으로 돈이 돌고 돌아 우리네 에게도

조금의 헤택이라도 얻을순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 많은 돈이 흘러 가는 경제적인 효과는 그리 썩 많지 않음이 문제 인거 같다.









창밖에 꽃비가 내리네

시 / 이채

1
꽃비 올 때마다 철부지로 돌아가네
무지개로 색칠한 가방을 메고
대롱대롱 매달린 빗방울 꽃 꺾어
집으로 오던 길
저만치 엄마의 초록빛 우산이 보이네

꽃비 올 때마다 철이 들어가네
나무의 키가 크듯
생각의 키가 크고
나도 이만큼 크고
꽃가슴 엄마는 자꾸만 늙어 가네

2
친구야
나보다 키가 커서 멀리 보는 친구야
이해의 손으로 미움을 쓰다듬던
흰구름처럼 손이 참 고운 친구야
산으로 들로
촉촉이 나를 적시며
너는 꽃비로 내리는 그리움이란다

한동안 만날 수 없어도
우정의 옹달샘에선 물소리가 들리지
옛 동산에 피어나는 웃음꽃 한다발
생각나니? 풀 먹인 하얀 칼라
푸른 교정 그리고 그늘의 벤치와 소녀들
그날의 그 시간으로
오늘은 널 닮은 꽃비가 내린단다

3
하늘빛 우산을 쓰고
비 오는 거리를 걷다 보면
물빛으로 일렁이는 일곱 빛깔의 소망
메마른 하루하루의 삶에
기쁨이 꽃 피는 뜰 하나 선물하네

빗줄기 젖은 붓으로
파스텔톤 물감이 그려내는 수채화
오늘의 밭에 한 포기 꿈잎이 돋아나고
가만가만 꿈나무가 들려주는 속삭임
분홍빛 가슴으로 꽃비 내리는 나의 호수여!

출처 이채 /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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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비는 그리움인가 외로움 인가

시/이채

말을 마라
반백 년 세월의 비가
인생의 강물로 흐를 때
그 가슴 이 멀쩡 하겠는 가

묻지마라
슬퍼도 울지 못하고
울어도 눈물이 없을 때
그 마음 이 오죽 하겠는가

생각을 마라
살다보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겠지만
그런 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겠지

걱정 마라
죽을만큼 힘겨운 시절도
너 없이는 못 살것 같던 사람도
세월 가면 잊혀지게 마련이더라

삶이 깊어가듯
빗소리도 깊어갈 때
그리움인지 외로움 인지
허전한 마음 빈 가슴으로
젖은 바람만 앉았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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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도 봄바람이 분다

시 / 이채

하루를 말끔히 씻고 나면
왠지 나이도 씻은 것 같아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아직은 근사하다

저녁바람에도 봄은 실려오고
오늘은 아무 걱정도 없이 누웠는데
문이 열린 채
오래된 마음은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이 오질 않는다
막무가내로 아직은
젊은 탓인가
봄인 탓인가

이 나이에도 봄바람이 부나 보다
이런 날 혼자 누워 있으면
나뭇잎이 바람을 그리워하듯
아득한 누군가가 문득 그리워지는
봄밤 벚꽃 흐드러진 창가에
참 오래도록 기억나는 그 사람은
언제 왔는지
잊었던 풍경 한 장 그리고 서 있다

출처 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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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시 / 이채

어떻게 살아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착해야 향기가 될 수 있을까
어디에 가면 내 꽃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을 닮고 싶고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를 닮고 싶고
산을 바라보면 나무를 닮고 싶다

내 깊은 숲 속에
초록빛 꿈 하나 있어
봄이 오면 새는 지저귀나 봐

내 소망의 뜰에
분홍빛 사랑 하나 있어
봄이 오면 꽃은 피나 봐

외로운 들길에서도
해맑은 얼굴로 피어 있는
연보라 꽃 한 송이의 미소

피어나기 위해
기꺼이 참아내는 아픔이고 싶어
꽃이 피면 봄 앓이를 하나 봐

아지랑이 고운 언덕에 서면
눈물방울 글썽이는
파아란 꿈 빛 하늘가

다가가는 사랑이고 싶고
이루는 꿈이고 싶어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출처 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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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꿈꾸는 사랑

시 / 이채

꿈을 꾸고
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
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

소망의 꽃씨를 심어둔
삶의 뜨락에
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

하얀 언덕을 걸어
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참아낸
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

고운 바람에게
따스한 햇살에게
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
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

감사하다는 말은
심연의 맑은 물소리
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

행복의 뜰이
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
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 갈게요
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출처 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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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다리는 봄

시 / 이채

꽃이 진다고 아주 진 줄 아느냐
당신을 잊었다고 아주 잊은 줄 아느냐

앞산 뻐꾸기 진달래 피고 지면
뒷산 노을빛에 내 가슴이 타더라

연분홍 꽃 입술 앵두나무에 웃을 때
먼 하늘 바라보며 또 기다리는 봄이여!

강물은 흘러 흘러 돌아올 줄 몰라도
철새는 둥지 찾아 가고 또 오더라

출처 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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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엔 가슴에서 꽃이 피어요

시 / 이채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산 것도 아닌 나이

아픔 속에서도 참을 수 있었던 건
슬픔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건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잊은 듯 살아왔지요
나를 버린 듯 살아왔지요. 그러나
바람 속에서도 피고 싶었던
꽃잎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 아시나요

추억이 강물처럼 밀려올 때면
눈가에 어리는 촉촉한 이슬은
그리움인가요. 외로움인가요
왠지 모를 허전함은 또 무엇인가요

이렇게 하늘 푸른 날이면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요
그리고 꿈을 꾸어요. 꽃꿈을..
풀잎 같은 시절의 하얀 구름이 되어

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나이

연분홍 가슴으로 시를 읽고
파초잎 마음으로 음악을 듣노라면
중년엔 가슴에서 꽃이 피어요
알록달록 그리움의 꽃이 피어요


출처 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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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시 / 이채

늙어 보았느냐
나는 젊어 보았다
젊어 보고 늙어 보니
청춘은 간밤의 꿈결 같은데
황혼은 어느새 잠깐이더라

지금 젊고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아
인생이란
반복이 없고 연습 또한 없으니
세월이 유수라고
시간을 물 쓰듯 낭비하지 마라
오용과 남용이 삶을 망치고
나태와 추태가 사람을 망치더라

지금 젊어도
언젠가 늙을 사람들아
효도도 보고 배우는 것이니
좋은 것, 맛있는 것 있으면
자식 보다 부모 먼저 건네어라
사람도 나무와 같아
뿌리를 섬겨야 잎이 무성하리

늙는 것도 서러운데
늙어가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늙었다고 외면하고
늙었다고 업신여기고
늙었다고 귀찮아함이더라

세상천지에
늙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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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습니다

시 / 이채

살다 보면 사는 일이 쓸쓸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도 좋고
갈매기와 구름만 오가는 섬도 좋고
현실과 멀면 멀수록 좋은 그곳으로
복잡한 생각, 복잡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사람이 싫어져서
회의가 오고 염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과 믿음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에도
그것이 금이 가고 쉽게 무너질 때
가슴엔 침묵의 강이 생기고
고독의 강물이 흘러
사는 일이 서글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우리 사는 이 땅이
미움의 땅이라면 꽃은 피지 않으련만
날마다 커가는 나무가
불신의 나무라면 열매는 맺히지 않으련만
꽃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살고자 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한 날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부질없는 욕심으로
초라한 자신이 미워지고 슬퍼지고
오늘이 힘들어 울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가장 영리하면서도 가장 어리석은 것이
어쩌면 사람이 아니던가요
세상의 주름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의 주름은 세월이 만들 때
문득 사는 일이 허무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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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왔다가는 인생길

시 / 이채

아무렴
한 번 왔다가는 인생길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바람 같은 인생이라면
나뭇잎이라도 흔들고 가야지
강물 같은 인생이라면
이슬이라도 맺혔다 가야지

그래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길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야지

꽃 같은 인생이라면
씨앗이라도 여물고 가야지
나그네 같은 인생이라면
발자욱이라도 남기고 가야지

아무렴
뒷모습은
뒷사람만이 볼 수 있는 게지

누가 인생을 무상이라 했더냐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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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이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 / 이채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사귀고 알아간다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일임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도 없기에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무엇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푸근한 위안이며 기쁨이며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우리라는 이름만큼 넉넉하고 편안한 불리움이 또 있을까요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때
더러 고달픈 삶이라 할지라도
푸르름이 가득한 삶의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겁니다
사랑과 믿음이 꽃피는 하루하루의 꽃밭에
그 어떤 꽃보다 향긋한 사람의 향기가 머무를 것입니다

물소리가 정겨운 개여울로
일상의 작고 소박한 이야기가 잔잔히 흐를 때
손에 손을 잡고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갑시다
꽃잎으로 수놓은 예쁜 손수건처럼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서로의 이마를 닦아줍시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분명 꿈은 아닐테지요

얼굴은 달라도 서로의 꽃이 될 수 있고
생각은 달라도 서로의 나무가 될 수 있고
삶은 달라도 서로의 숲이 될 수 있는 우리
모질지 않게
모나지 않게
섭섭지 않게
배려와 조화로 함께 어우러지는 삶
황무지 같고 모래알 같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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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우리,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산이 높아야 골이 깊고
골이 깊어야 나무가 곧을 터
어른은 어른답고
아이는 아이다웠으면

나무는 숲을 닮고
물은 강을 닮을 터
스승은 스승답고
제자는 제자다웠으면

나무처럼 정직하고
물처럼 투명하여
정치인은 정치인답고
경제인은 경제인다웠으면

비우니 고요하고
고요하니 평온할 터
여유로운 마음이었으면
몸 또한 건강했으면

일터가 많이 생겨
노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루하루 자부심으로
사는 일이 즐거웠으면

꽃처럼 웃고
새처럼 노래하고
구름처럼 자유롭고
하늘처럼 평화로웠으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우리 사는 이 땅이
지상의 낙원이었으면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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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시 / 이채

싹이 트는 계절엔 잎이 되고 싶고
꽃이 피는 계절엔 향기가 되고 싶어도
꽃처럼 나비처럼, 그렇게 그림처럼
살 수만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지요
초원의 순한 양처럼, 목장의 사슴처럼
온순할 수만 없는 것이 우리네 마음이지요

바람 불고 비 내려도
나무의 꿋꿋함으로 견디고 싶고
강물의 부드러움으로 다스리고 싶어도
마른 가슴 빗물은 새어들고
좁은 가슴 넓힐 수 없어 속상할 때도 있지요

바로 서고
바로 걷고 싶어도
어긋남이 없이 반듯하게 살고 싶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서글퍼질 때도 있지요
공연히 남과 나를 비교하며
보석 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후회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새해에는 우리
하늘이 보이고 숲이 보이는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기로 해요
여물 때 여물 수 있게
가득한 햇살을 담아 두기로 해요

약속처럼 날마다 아침이 찾아오듯
당신과 나의 뜰에도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행복의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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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시 /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은 아침이여!
솟아오르는 희망으로
천길 바다 속 햇살을 길어 올리네

풀 먹인 마음으로
다듬질한 생각으로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아침이여!
말씀마다 뜻있고 뜻마다 삶의 양식되니라

한 알의 씨앗으로
한 해의 꿈을 심는 아침이여!
믿음의 뿌리마다
곧고 반듯한 기도가 되니라

새해 아침 우리는
소망 아닌 것
행복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

출처 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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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한 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신이 강을 이룰 때
이쪽과 저쪽을 가르지 아니하였고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아니하였거늘

우리는 어찌하여
강의 이쪽과 저쪽을 갈라서
있고 없고를 따지며
사람의 높고 낮음을 정하여
위치와 거리를 두는지요

스스로 그늘을 만들지 않는 한
어디에도 햇살은 다녀가고
스스로 가치를 낮추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만물의 영장입니다

강 저쪽에서 바라봐도
찬란한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고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오늘도 더없이 행복한 마음

살다가 살다가
어느 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주머니 없는 하얀 옷을 입고
누구나 빈손으로 그곳으로 가지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깨닫지 못하는 것도 아니건만
늘 망각의 동물이 되어
욕심만 쌓이고 쌓여 갑니다


가졌다 하여
여섯 끼를 먹을 수 있으며
높다고 하여
한 평 넘게 누울 수 있을까요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비록 높은 곳 아니어도
오늘도 맑고 고요한 하루, 또 하루에
당신과 나의 한 해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이채 뜨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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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우리는

시 / 이채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
누구나 생각이 깊어지나 봅니다
언제나 사랑으로 함께해 주신
부모 형제와 친구 그리고 이웃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또한 이 해가 가기 전에
오래도록 머뭇거리며
내밀지 못한 손이 있다면
모든 것을 감싸주는 마음으로
화해의 악수를 청해야겠습니다

오해와 편견으로
다가서지 못한 서로에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로
새로운 서로가 되어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이 순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어딘가에서
나보다 추운 모습으로
겨울을 나고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나누고 또 나누는 마음
작은 온정으로 다가가
큰 기쁨으로 함께하는 행복
희망의 아침이 열리는 서로의 창이 되어야겠습니다


출처 이채 뜨락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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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당신은 영원한 사랑이십니다

시 / 이채

당신은 약속의 땅을 주셨어도
나는 정직의 나무 한 그루 가꾸지 못하고
당신은 믿음의 뜰을 주셨어도
나는 용서의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마르지 않는 강을 주셨어도
나는 흐르지 못할 오만에 묶이고
당신은 꿈의 동산을 주셨어도
나는 이루지 못할 집착만 키웠습니다

말은 있어도 생각이 되지 못하고
생각은 있어도 기도가 되지 못할 때
당신은 영혼의 자유를 주셨어도
나는 바람이 통하는 길 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열리지 않고는 들을 수 없고
뜨이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사랑
부끄러움도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이여!
가난한 마음에도 축복의 은총을 베푸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당신은 영원한 사랑이십니다

출처 시/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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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이채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창을 열고
빈 가지 적시는 아품이 되면

외로운 가로등마저 비에 젖어
거리의 이방인처럼 서 있습니다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겨울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가
바람에 흩어지고

가슴에. 떠 다니던
눈물도 흩어지고

비거리에
그대와 내가 흩어집니다

그대 떠나던 날
겨울비가 아프게 내렸습니다
오늘 처럼

출처 시/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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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고백 --연작시 10편
시 / 이채

1
내가 원하는 세상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것인데
내가 아는 세상은
네가 잘 살면
내가 잘 살 수 없으니
어릴 적 타던 시소가 생각나
네가 내려가야 내가 올라가지

2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말이 진리인 듯싶어서
하느님을 담보로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
찍힌 내가 잘못이냐
찍은 네가 잘못이냐
하느님!
믿음엔 왜 차용증이 없나요?

3
살다 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겠는가마는
그 중 제일이 자식 농사더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 해도 있고
돈이 별거 아니라 해도 별거더라
평범하게 살기에도 힘겨운 세상
천금 같은 자식아!
행복하게 잘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

네가 부모 되면 이 마음 알아줄까
하긴 나도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아니던가

4
살다가 살다가
사랑하는 당신아!
어느 날 문득 다른 마음 먹는다면
행여라도 나 몰래 그런 생각 가진다면
나의 체온이 식어버린 탓인가요
나의 가슴이 건조해진 탓인가요
바람 앞에 눈 못 뜰 때
눈에 뵈는 게 있으리오만
먼 훗날 세월이 약이라고
약처럼 나를 가루로 만들지는 마세요

5
나이를 먹고 싶어 먹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만큼
내가 비운 밥그릇 세어 보니
그 숫자에 감개가 무량하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인 것은
그럭저럭 밥값은 지불한 듯싶어
저만큼 키워놓은 자식이 그렇고
방실방실 웃어주는 아내가 그렇고
두 다리 뻗고 자는 내가 그렇다

6
하루 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듯
한 해 저물면 고향으로 돌아가듯
한 세상 저물면 흙으로 돌아가리
유명의 별은 못 되더라도
무명의 꽃은 되고 싶었다
별이든 꽃이든
노을 앞에선 누구나 허무한 인생

그러고 보니
욕심 낼 것도, 싸울 일도 없구나

7
빌린 것은 다 갚았는데
빌려준 것은 다 돌려받지 못했네
줄 때는 앉아서 줬어도
받을 때는 서서 받아야 한다는 걸
순진하게, 아니 바보같이
세상 양심이 그런 줄 미처 몰랐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인생 공부
어쨌거나
밑지는 삶이 마음은 편하더라

8
내 마음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남의 마음 움직이기는 더욱 어렵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신의 뜻에 맡길 수밖에..
그렇다 해도
하루하루 섭섭할 때가 있더라
꿈이여, 당신이 그러했다
사랑이여, 당신이 또 그러했다
사람이여, 당신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9
지나가는 아가씨를
힐긋힐긋 쳐다본다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마라
그것이 남자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마저 늙었으랴
태초에 조물주가
남자와 여자의 사고를 똑같이 만들었다면
신문 기사는 반으로 줄 것이고
세상 이야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10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그렇고 그런 것이 세상이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거짓을 골라내고 나면
진실은 몇 개나 남을까

출처 시/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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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중년의 쓸쓸한 고백

시 / 이채

외로움의 부피로
지는 낙엽의 눈물을 보았노라

고독의 깊이로
겨울밤의 침묵을 배웠노라

세월의 무게로
쌓인 눈의 가벼움을 알았노라

바람을 베고 누운 쓸쓸한 밤
내가 덮고 자는 건
이불이 아닌 그리움이다

출처 시/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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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세계문학상 대상수상기념집, 이채6시집중에서
2008 한국예총회장상 대상수상작
2010조지훈문학상 대상수상작 20편 중 1편

중년의 당신, 어디쯤 서 있는가 (연작시 5편)

시 / 이채

1
나를 알기도 전에
세상을 먼저 알아야 했던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때로 세상은 내게 엉터리였다
내가 세상과 주고받았던 많은 일들은
매운바람의 덫에 걸려
꽃으로 피고 싶었던 삶의 가지마다
시시때때로 매섭게 불어왔지만
그로 인하여 내가 운 것은
단지 세끼를 얻고자 함이 아니고
떳떳한 나의 존재와 그 가치 때문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설 수 있는 것은
엉터리 같은 세상에서도
엉터리로 살고 싶지 않은
아직은 남아 있는 한 조각 순수일 것이며
아름답기만을 소망한 여정이
진실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2
알아도 알아도 알 수 없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심지어 나 자신마저도 속일 수밖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게 얼마나 더 큰 아픔이 주어졌을까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속여보지 않은 사람 있더냐고

번번이 세상은 내게 비굴을 요구했다
삶의 집을 짓기 위해서
억척스럽게 하루를 살아내도
많은 것이 부족했고
그래서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지만
그 또한 허락되지 않는 몫이었을까
새는 날개를 접으며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는데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을 속여가며
얻고 싶지 않았던 가치 앞에
내 자존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몸부림이었으리라

3
묻지를 마라
내게도 낭만은 있다
못 잊어 슬픈 연인도 있다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연인의 체온에
몸을 적시며 차가운 대지 위에 스러져 누워도
너 하나만으로 따뜻할 수 있는 기억
모든 것이 꿈만 같은 지금에도
꿈처럼 너는 내 안에서 살아
하늘 아래 같은 바람을 맞으며
땅 위에 같은 흙을 밟고 살아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인연이라면
그것이 너와 나의 전부라면 더는 울지 않으리
네 눈물을 알면서도
그 눈물마저 닦아 줄 수 없을 때
네 안에 내가 있다면 내 가슴을 열어보라
끈적이며 돋아난 진액의 덩어리는
너를 다 갖지 못해 굳어버린 아픔의 흔적이다

4
풀잎 같은 손끝으로 기타를 치던 한때
팝송을 즐겨 부르던 풀밭에서
처음 술을 배우고 담배를 배우던 날
그 처음 날의 벗들아
벌써 떠나간 벗도 있더란 말이냐

젊은 바다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흰 구름을 타 보고 싶다던 꿈을 따라
일찌감치 길을 떠난 것이더냐
세상을 알기도 전에
알아버린 우정이 왜 이렇게 가슴 아플 일인가
무일푼인 모습으로도
네 앞에서는 가득한 행복으로 채워졌고
너와 함께 있으면
시름은 바람처럼 사라져 갔는데
어둔 흙 속에 널 묻어두고 도무지 믿을 수 없어
하얗게 목이 쉬도록 불러보는 이름
듣고 있니 내가 널 부른다
다시 살아서 돌아와
우리 아직은 아니잖아

5
저녁이 별을 안고 내릴 때면
꿈을 따던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저마다 화려한 불빛으로 켜지는데
뒷 주머니에 손을 꽂고 찾아간 그곳에는
인생의 잔을 기울이며
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몇몇이 그래도 남아 있더란 말이다
세월의 잔 위로 내려앉는 삶의 무게가
둥글게 둥글게 퍼지는 파장으로
먹을 만큼 먹은 나이로 차오르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파도가 치는데
삶의 바다가 되어 출렁이는 그 잔에는
외기러기처럼 작은 돛단배가 떠가는데
어둠을 헤치고 환히 비추는 등대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라고

출처 시/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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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시 / 이채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모른 척할 뿐이지
이성 앞에 감성이 눈물겨울 때
감성 앞에 이성은 외로울 뿐이지
사랑 앞에 나이 앞에
절제라는 말이 서글프고
책임이라는 말이 무거울 뿐이지

절대로 올 것 같지 않던 세월은
어느새 심산유곡으로 접어든 나이
물소리 한층 깊고
바람소리 더욱 애잔할 때
지저귀는 새소리 못 견디게 아름다워라
봄과 가을 사이
내게도 뜨거운 시절이 있었던가

꽃그늘 아래 붉도록 서 있는 사람이여!
나뭇잎 사연마다 단풍이 물들 때
중년이라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먼 훗날 당신에게도
청춘의 당신에게도 쓸쓸한 날 오거들랑
빈 주머니에 낙엽 한 장 넣고
빨갛고 노란 꽃길을 걸어보라

당신이 꽃이더냐, 낙엽이더냐

출처 시/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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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사방의 바람이 병풍처럼 서 있어
햇살도 추운지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겨울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추위와 맞서야 하는 이 겨울엔
당신과 나
가장 낮은 곳으로 걸어갑시다

당신과 나는 지금까지
높은 곳을 향하여 걸어왔고
때로는 숨 가쁘게 뛰어왔습니다

당신과 나의 남은 눈물이 있다면
그 눈물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흘려보냅시다

이 겨울엔
당신과 나의 가슴도
잠시 접어 두기로 합시다

머지않아 바로 봄
가슴에서 먼저 꽃 한 송이 피우려면
씨앗 하나 온전히
새가 알을 품듯 품어야 함이니

당신과 나의 가슴도
곱게 접고 접어
신이 당신에게 준
사람의 온기가 식지 않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당신과 나의 겨울이
하얗게 눈꽃으로 피어
서로의 영혼을 따뜻이 덮어 줄 때
두꺼운 외투 속으로
추위를 보태는 무게는 더이상 없을 것입니다

눈처럼 순결하고
그 맑음처럼 티없는 마음
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당신과 나의 겨울이
사랑하는 사람의
그 가슴처럼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시/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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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부는 바람

시 / 이채

봄에 피는 꽃만 꽃이 아니고
한여름 태양만 뜨거운 것이 아니라오
중년에 부는 바람이라고
바람마저 중년은 아니겠지요

중년에 부는 바람이기에
쉽게 잠재울 수 없는지도 모른다오
중년에 부는 바람에도
꽃이 피고 새가 나는 걸 어쩌겠어요

중년에 부는 바람은
바람 탓이 아니고
중년 탓도 아니라오

술은 취해야 제 맛이고
노래는 불러야 제 맛이고
행복은 누려야 제 맛이고
기분은 좋아야 제 맛인데
바람도 불어야 제 맛인걸요
불지 않는 바람은 바람이 아니지요

중년에 부는 바람은
바람 탓이 아니고
중년 탓도 아니라오
바람은 불어야 제 맛, 그 탓이라오

중년에도
바람이 부는 걸 어쩌겠어요
그저 모른 척할 뿐이라오

출처 시/이채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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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내듯 가을을 보내지만

시 / 이채

당신을 보내듯 가을을 보내지만
멈춘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그 많은 그리움을 남겼듯이
계절은 무수한 열매를 남기고
이제 긴긴 잠이 든 당신 안에서
밤마다 꽃씨를 닮은
고요한 가슴앓이를 할 것입니다

떠나도 결코 버려진 시간은 아니고
또한 잊혀질 어울림도 아니어서
바람이 돌아오고
햇살이 계곡의 물을 녹이면
꽃은 다시 피고 잎은 따라 싱그럽고
그 안에 새 한 마리
휘파람 불며 불며
그리운 당신 품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내 꽃이 아름답고
당신의 잎이 싱그러운
더없이 찬란한 사랑을 위해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갈 뿐입니다
동면의 시간에도
죽지 않고 살아 숨 쉬는 것은
죽은 듯 나무에도
시절이 오면 꽃이 피기 때문이라
못내 깊고도 은밀한 그리움을 앓겠습니다

출처 이채뜨락ㅡ



《아버지의 눈물 시 / 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
옳은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것이 아버지라 했던가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 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 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는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메일 수밖에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은 버겁고
무엇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안다.
아버지는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서도 울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는 혼자서운다
아무도 몰래 혼자서 운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만 아는...

♡ 날씨가 많이 춥네요 오늘 저녁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1통하는 훈훈한 저녁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시/이채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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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

시 / 이채

청춘의 푸른 잎도 지고 나면 낙엽이라
애당초 만물엔 정함이 없다 해도
사람이 사람인 까닭에
나, 이렇게 늙어감이 쓸쓸하노라

어느 하루도 소용없는 날 없었건만
이제 와 여기 앉았거늘
바람은 웬 말이 그리도 많으냐
천 년을 불고가도 지칠 줄을 모르네

보란 듯이 이룬 것은 없어도
열심히 산다고 살았다
가시밭길은 살펴가며
어두운 길은 밝혀가며
때로는 갈림길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잠 없는 밤이 많아

하고많은 세상일도 웃고 나면 그만이라
착하게 살고 싶었다
늙지 않는 산처럼
늙지 않는 물처럼
늙지 않는 별처럼

아, 나 이렇게 늙어갈 줄 몰랐노라

출처 시/이채뜨락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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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시 / 이채

만남에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니
진실로 반갑고
헤어짐에 보고픔이 가득하니
한결같은 우애로다

말로써 상처를 입히지 아니하니
사려 또한 깊고
돌아서서 헐뜯지 아니하니
고맙기 그지없어라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아니하니
천심이 따로 없고
베푸는 일에 이유가 없으니
그 또한 지심이로다

처음과 끝이 같지 아니하면
풀잎 같은 인연에도 바람이 일 것이요
겉과 속이 같지 아니하면
바위 같은 믿음에도 금이 가리라

모름지기
가다듬고 바로 세우는 일은
평생을 두고도 다 못하나
사람의 향기만은 간직하고 싶을 때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우리라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출처 시/이채뜨락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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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시 / 이채

가을엔 당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눈물이고 싶습니다
내 가슴에도 한 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 때
단풍잎 줄기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새기며
참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나보다 당신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아름다운 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더욱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을 잎새처럼 낮게 떨어질 줄 아는 담담한 용기라는 것을

가을엔 별들의 눈망울도 차가워지는 계절
저녁이 오기 전에 내 방에 많은 햇살을 담아 두고 싶습니다
어느 날 밤 당신에게 시리도록 찬바람이 불어올 때
그래서 당신이 추위에 떨어야 할 때
한 줌의 햇살로 촛불 같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병풍처럼 서 있는 이불 한 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를
때로는 나보다 당신의 추운 밤을 위해
지지 않는 사랑의 뜰에 등잔 같은 꽃불을 피우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해 파아란 가을 하늘이 되고 싶은 날
나 혼자만의 행복이란 결코 진정한 행복이 아닐 테니
강과 숲이 보이는 청자빛 가을 창을 열어두고
당신과 나, 함께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
가장 오래도록 미소 지을 수 있는 푸근한 위로
가장 깊은 곳에 간직할 수 있는 끈끈한 믿음
가을엔 소중한 당신에게
다시 필 수 있는 까만 꽃씨 한 알의 사랑이고 싶습니다

출처 시/이채뜨락에서ㅡ



당신의 가을이 아름다울 때

시 / 이채

산 위에 마음을 눕히고 바라보는 가을 하늘은
순수의 모습으로 나를 가다듬는 정직한 시간이 됩니다
첫 새벽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어둠이 걷히듯
자연의 푸른 빛과 맑은소리로 허욕을 씻어내며
적잖이 묻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고요한 명상
가을엔 낙엽을 위해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고

우리는 늘 향기로운 미소로 살고자 해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자신을 위로하며
기댈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일 때
홀로 선 나무의 기도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다면
눈을 감아도 하늘은 열릴 것이고
귀를 닫아도 바다는 들릴 것입니다

바람은 살며시 나의 가을을 찾아와 이렇게 말하지요
떨어지는 나뭇잎과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보이지 않는 눈물로 기도한다고
낙엽은 쓸쓸히 내 가슴에 흩날리며 이렇게 말하지요
언제나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 속에서도
다시 만나는 기다림으로 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가을엔 나무를 위해 떠나는 낙엽이 되어도 좋겠다고

날마다 찾아오는 햇살과의 만남이
산 허리 휘감는 노을빛으로 저물 때
우리는 떠나가는 철새와 다시 만날 계절을 약속하며
차가운 바람의 입술에서 하얀 눈꽃 소식이 전해질 즈음
떠나고 보내는 인연마다 그리움의 잎을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가슴 벅찬 기쁨의 꽃으로 피어날까요
만남이 언젠가 헤어짐이 될지라도..

출처 시/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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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을, 그리움이 밀려오면

시 / 이채

가뭄 끝엔 비가 그립고
비 끝엔 햇살이 그립더라
술을 마시면 여자가 그립고
여자를 만나면 돈이 그립더라

살며 사랑했던 기쁨과 슬픔이
막무가내로 달 밟은 울타리를 넘어설 때
몽땅 털어도 한 줌 밖인 가슴
무엇이 이토록 요동을 치는지

대낮엔 멀쩡히 환하다가도
밤이면 어쩔 수 없이 깊어지는 어둠
먼 바람이 오랜 강물을 거쳐오면
눈물은 왜 봄날의 호수를 적시는가

오동잎이 떨어질 만큼이나
그립다 못해 쓸쓸한 것은
세월 너머 아쉬움으로 피는 꽃잎마다
홀로 울고 웃는 삶이 허무한 까닭인가

고요히 누운 가을밤
천장은 높고
손 내밀어 보면 떠나간 당신만큼이나 멀고
사람의 생각만 깊어지는 것은
세월의 발효 탓인가
덜 익은 마음 탓인가

중년의 가을나무여!
떠나고 보내야 하는 가지마다
그리움의 몸부림이 얼마나 아프면
껍질이 단단한 채로 갈라지겠습니까

출처 시/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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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 / 이채

당신의 가을숲은 고요하지만
고요함 속에서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낮아지는 것임을
채우는 것이 아니고 비우는 것임을
비우지 못하여 무겁기만 한 욕심이
한낱 부질없는 가벼운 낙엽 한 장이었음을
오늘의 행복을 위하여
어제의 숲을 내일까지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푸른 나뭇잎의 작은 흔들림이
여름숲의 가슴을 식혀주듯이
때를 알고 떠나는
얇은 잎새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듯이
나무마다 빨갛게 매달린 열매가
저마다 쓴 인내의 시간들이 있었음을
당신의 침묵은 변함없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건조하지 않은 서정의 당신
새들의 낭만을 노래할 줄 알고
바람의 멋을 즐길 줄 알고
물의 맛이 어떤 것인지 진실로 아는 당신
이제 당신의 열정이 타오르듯 익어갈 때
진지한 삶에 대한 오랜 침묵과 인내가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가을처럼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출처 시/이채 뜨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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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아름다운 당신

시 / 이채

깊어서 고요한 것이 있다면
바다만이 아닐 것이며
넓어서 편안한 것이 있다면
하늘만이 아닐 것입니다

중년에 아름다운 당신의
눈빛이 그러하고 가슴이 그러하고
중년에 온화한 당신의
표정이 그러하고 생각이 그러합니다

세월의 오랜 정을 소중히 여기고
진실한 마음의 참됨을 알기에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 하나
어둠 속 별이 되어 빛날 때

깊어도 때로는 외롭던가요
외롭다가 슬프기도 한 눈빛으로
흘러도 보이지 않는 가슴 속 눈물
중년에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입니다

떠나간 이름 하나
긴 하루로 남았던 기억
어느 날 너와 나의 만남이
엷은 꽃잎으로 다시 피어날 때

넓어도 때로는 그립던가요
타다 남은 불씨에 실바람이 불어오면
달래고 재우는 버들잎 손길
중년에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입니다

가고 오는 세월은 유수 같아라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한줄기 노을빛이 더욱 아름다워

중년인 내 나이를 사랑하렵니다

출처 시/이채 뜨락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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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인연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구슬이라도
가슴으로 품으면 보석이 될 것이고
흔하디 흔한 물 한 잔도
마음으로 마시면 보약이 될 것입니다

이웃이 있는 자는
필시 사랑의 향기가 있을 것이고
이웃이 없는 자는
필시 미움의 가시가 있을 터

풀잎 같은 인연에도
잡초라고 여기는 자는
미련없이 뽑을 것이고
꽃이라고 여기는 자는
알뜰히 가꿀 것입니다

당신과 나의 만남이
꽃잎이 햇살에 웃듯
나뭇잎이 바람에 춤추듯
일상의 잔잔한 기쁨으로
서로에게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다면

당신과 나의 인연이
설령 영원을 약속하지는 못할지라도
먼 훗날 기억되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진실한 모습으로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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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아름다움은 깨달음에 있습니다

시 / 이채

학문은 배우고 익히면 될 것이나
연륜은 반드시 밥그릇을 비워내야 합니다
그러기에 나이는 그저 먹는 것이 아니지요

중년의 아름다움은 성숙입니다
성숙은 깨달음이요
깨달음엔 지혜를 만나는 길이 있지요

손이 커도 베풀 줄 모른다면
미덕의 수치요
발이 넓어도 머무를 곳 없다면
부덕의 소치라는 것을

지식이 겸손을 모르면
무식만 못하고
높음이 낮춤을 모르면
존경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하여 무거운 것임을
세월이 나를 쓸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하여 외로운 것임을

사람의 멋이란
인생의 맛이란
깨닫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것

보라
평생을 먹고 사는
저 숟가락이 음식 맛을 알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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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시 / 이채

헐뜯지 마세요
우리가 깨달아야 할 허물은
제 허물을 모른다는 것이요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남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싸우지 마세요
진정한 승리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한시를 참으면 백날이 편하거늘
화를 삭이는 것이, 곧 덕을 쌓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리세요
인생이 길다 한들 지나는 바람 같고
목숨이 질기다 한들 새벽이슬 같거늘
무릇, 떠날 때는 빈손인 것을
무엇을 탐내며, 어디에 쌓아두리

탓하지 마세요
인생이 소설이라면
작가는 독자를 묻지 아니하고
인생이 연극이라면
배우는 관객을 탓하지 않습니다
모든 시작과 끝은
나로 비롯되고 나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사랑하세요
사람 대하기를 꽃처럼 하고
마음 베풀기를 향기처럼 하니
보세요
당신과 나의 삶이
이만하면 한 폭의 그림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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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명절

시 / 이채

말이 없다 해서 할 말이 없겠는가
마음이 복잡하니 생각이 많을 수밖에
고향 산마루에 걸터앉아
쓸쓸한 바람 소리 듣노라니
험난한 세상, 힘겨운 삶일지라도
그저 정직하게 욕심 없이 살라고 합니다

어진 목소리, 메아리 같은 그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기에
떳떳할 수 있고 후회 또한 없다지만
이렇게 명절이 다가오면
기쁨보다는 찹찹한 심정 어쩔 수 없습니다

부모·형제 귀한 줄 뉘 모르겠는가마는
자식 노릇, 부모 노릇
나이가 들수록
어른 노릇, 사람 노릇
참으로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은 뜻과 같지 아니하고
삶이란 마음 같지 아니하니
강물 같은 세월에 묻혀버린
내 젊은 날의 별빛 같은 꿈이여!
올해도 빈손으로 맞이하는 명절
그래도 고향 생각 설레어 잠 못 들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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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시 / 이채

비가 산과 들을 가려서 내리고
바람이 나무와 풀을 가려서 불던가
바위틈 작은 풀꽃에도 비는 내리고
갈대밭 풀벌레소리에도 바람은 다녀가네

풍랑이 치고 해일이 일다가도
파아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면
제 가슴 쓸어안고 고요해지는 바다여
살다 보면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울어야 할 때가 있다

고난 없는 삶을 바라지 마라
고난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주어지는 아픔이고
보람은 견뎌낸 만큼 얻어지는 기쁨이다
오늘 내 몸이 수고스러워야
내일 내 마음이 풍요롭거늘
무엇이든 쉽게 구하려 들지 마라

눈물 없는 삶을 바라지 마라
울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듯
울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하루를 사는데도 걱정이 많거늘
한평생 사는데야 말해서 무엇하리
이채 7시집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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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이란 마음의 양식에 달렸습니다

시/ 이채

말이 번듯하다고
곧 행동이 반듯한 것은 아니요
얼굴이 곱다고
곧 마음씨가 고운 것도 아닙니다

학문이 높다고
반드시 인격이 높은 것은 아니요
부를 쌓았다고
반드시 덕을 쌓은 것도 아닙니다

진실한 사람은
말로써 말하지 아니하고
정직한 사람은
매사에 곧음이 보입니다

있어도 인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없어도 후한 사람이 있고
아는 것이 많아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겸손은
진정한 지식인의 미덕입니다

어진 사람은
그 도량이 큰 나무와 같아
제 그늘로 쉼터를 이룰 것이고
선한 사람은
그 성품이 꽃처럼 아름다워
제 향기로 나비를 부를 것이나

거짓을 일삼은 사람은
세치의 혀로 불신을 낳고
술수에 능한 사람은

제 스스로 제 무덤을 팔 것이로되

누군들
겉만 보고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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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엔 사랑만

시 / 이채

한 백 년 산다면
미워도 하겠지만
한 이백 년 산다면
원망도 하겠지만
영원한 목숨이라면
원수로 생각도 하겠지만
고작 살아도
백 년은 꿈이라네

백 년도 못 살 생이라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원수로 생각지도 않으려네

언제 어디서
닻을 내릴 줄 몰라
가슴엔 사랑만 담으려네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도 짧은 생이
사랑만 담기도 부족하다네

네가 나를
미워해도
원망해도
원수로 생각해도
웃는 얼굴로
가슴엔 사랑만 담으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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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여름밤

시 / 이채

화가는 별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별을 보고 시를 쓰겠지만
나는 별을 보고 추억에 젖습니다

여름이 오고, 또 밤이 오면
밤바람 시원한 창가에서
어린 날의 눈망울처럼
초롱초롱한 별을 바라봅니다

웃고 있어요. 별도 나도
유난히 내 눈에 빛나는 별 하나
나를 알고 있나 봅니다
퍽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마운 별

밤마다 별을 심은 적이 있었지요
어른이 되면 그 별을 꼭 따오리라 믿으며
우정의 별로 일기를 쓰고
사랑의 별로 편지를 쓰고
소망의 별로 꿈을 꾸던 나이

세월은 흘러도 별은 늙지 않고
어느덧 나는 중년이 되었지요
눈물의 별로 술을 마시고
추억의 별로 커피를 마시는 나이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별은 따오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며, 이렇게 그리워하며
그저 바라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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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시 / 이채

꽃이 아름다운 것은
꽃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나누는 당신의 미소는
빨간 장미를 닮았고
슬픔을 나누는 당신의 눈물은
하얀 백합을 닮았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의 꽃잎으로
당신의 꽃밭은 사계절 지지 않습니다

미움 앞에서는
하늘이 구름을 품는 마음으로
아픔 앞에서는
바다가 파도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고결한 꽃잎마다 성숙한 향기
당신이 있어 삶은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세상을 믿을 수 없다고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우리는 늘 그렇게 말하며 투정을 합니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세상을
믿음 하나로 진실되게 살아가는
당신이 있어 세상은 살만한 기쁨이 있습니다

별처럼 빛나는 당신의 눈 속에
고요히 맺히는 한 방울의 이슬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삶을 위한
당신의 간절한 기도인 줄 압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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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에게

시 / 이채

꽃이 꽃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에게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다투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른 것을
그저 다를 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내음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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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무성한 곳엔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다

시 / 이채

잘난 척하는 거만보다
못난 척하는 바보가 행복하고
아는 척하는 교만보다
모른 척하는 겸손이 아름다운 것을

사람을 가깝게 하고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은
부도 명예도
학식도 외모도 아니지요

사람의 가슴에서 흙내음이 나면
무엇인들 심어 싹이 트지 않으리오
사람의 가슴에서 물소리가 들리면
무엇인들 품어 흐르지 못하리오

그러기에
이웃이 없고
친구가 없는 외로움은
어쩌면 스스로 만든
고집과 아집과 트집 때문은 아닐는지

보세요
꽃이 만발한 곳엔 사람이 모여도
잡초가 무성한 곳엔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다

어쩌죠
마음의 꽃은 피우기 힘들어도
뽑아도 뽑아도
자꾸만 자라나는 내 안의 잡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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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시 / 이채

정직하면 손해 보고
착하면 무시당하는 것이
세상인심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직하라

뿌린다고 다 열매가 아니듯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닐 테니
이 또한 세상살이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감사하라

사랑은 흔해도 진실은 드물고
사람은 많아도 가슴이 없을 때
산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그럼에도 사랑하라

살아온 날은 고단하고
살아갈 날은 아득해도
사람아, 그럼에도 사람아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이채 7시집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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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시 / 이채

삶의 기준을 세상에 두기보다
나의 상황, 나의 환경에 둔다면
나 됨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모든 여건은 기쁨이요 축복일 것입니다

우여곡절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고
어둠이 없다면 찬란한 별도 빛을 잃고 말겠지요

실수는 잘하기 위한 연습일 뿐이며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한순간 삶을 바꿔놓는 기상천외한 일은 없으며
기적 또한 바라지 마십시오

행운은 결코 그냥 오지 않습니다
불굴의 의지가 기회를 만들며
운이 없다는 말은
공허한 사람의 변명은 아닐는지요

행복의 기준을 물질에 두기보다
사람의 가치와 사고에 둔다면
그 뜻과 의미만큼 살고
그만큼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행복은 가꾸는 사람의 몫이지요
포기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성실과 인내로써 전진하십시오
인생의 계단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이채 시 7집에서 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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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 / 이채

어부는 바다를 알아야 했기에
파도의 가슴을 지녀야 했을 것이고
농부는 땅을 알아야 했기에
흙의 가슴을 지녀야 했을것입니다

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만 가지 가슴을 지녀야 했겠지요
연습 없는 단 한 번의 생을 살아내기 위해
세상은 당신을 몰라도
당신은 세상을 알아야 했겠지요

먹구를 하늘 비는
당신의 눈물을 키우고
이 땅의 멈추지 않는 바람은
당신의 마음을 한없이 약하게 만들었어도

인내의 무게로 물을 견디고
지혜의 깊이로 바람을 뉘며
삶의 철학으로 어둠을 딛고 걸어와
캄캄한 밤하늘 별로 뜨는 당신

그런 당신의
인내를 사랑하고
지혜를 사랑하고
철학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합니다

무엇보다
굴복 아닌 극복으로
절망 아닌 희망으로
소중한 자아를 지켜온
중년에 아름다운 당신의 나이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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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비는 그리움인가 외로움 인가

시/이채

말을 마라
반백 년 세월의 비가
인생의 강물로 흐를 때
그 가슴 이 멀쩡 하겠는 가

묻지마라
슬퍼도 울지 못하고
울어도 눈물이 없을 때
그 마음 이 오죽 하겠는가

생각을 마라
살다보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겠지만
그런 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겠지

걱정 마라
죽을만큼 힘겨운 시절도
너 없이는 못 살것 같던 사람도
세월 가면 잊혀지게 마련이더라

삶이 깊어가듯
빗소리도 깊어갈 때
그리움인지 외로움 인지
허전한 마음 빈 가슴으로
젖은 바람만 앉았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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