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두 남자가 있습니다. 눈이 펑펑 오는 날, 한 남자가 자신이 입고 있던 방한 점퍼를 벗어 다른 남자에게 입혀주고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 쥐여줍니다.
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점퍼를 벗어 주던 남자는 지나가는 시민이었고, 그 점퍼를 받은 남자는 노숙인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진 기자가 노숙인에게 달려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노숙인은 눈물을 흘리며 기자에게 대답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커피 한잔을 사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이 내 어깨를 잡더니 입고 있던 외투와 장갑을 줬습니다. 정말 고맙고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남자가 노숙인에게 건네준 건 외투와 장갑뿐만 아니라 5만 원짜리 지폐도 있었습니다.
사진기자가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이 가진 걸 노숙인에게 선뜻 내어준 남자는 하얀 눈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 출처 : 한겨레 신문 -
눈이 펑펑 내리는 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마음만큼은 한없이 따뜻해지는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각박해지는 세상이지만, 이렇듯 소외된 이웃들에게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숨은 영웅들 덕분에 세상의 온도는 올라가고, 여전히 살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화투 비(비)광에서 우산을 쓴 사람은 일본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小野道風)인데, - 우리 나라로 말하면 한석봉이나 김정희 쯤 되겠죠- 오노도후가 젊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서예 공부를 아무리 해도 진도가 안 나가고 발전이 없어서 공연히 짜증이 났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젠 더 못하겠다. 집어 치워야지. 내가 글을 잘 써서 뭐하나?" 화가 난 오노도후는 서예를 그만 두려고 마음 먹고, 일어나서 밖으로 바람이나 쐬러 나갔습니다. 그때가 장마철이라 밖에는 비가 뿌려댔습니다. 오노도후는 비참한 심정이었죠. 우산을 들고 한참 걸어가는데 빗물이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빗물이 불어나서 흙탕물로 변한 개울에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개울 옆에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개구리는 그 버드나무에 기어 오르려고 안간 힘을 다했지만 비에 젖은 버드나무는 미끄러워서 헛탕만 치고하고 있는 겁니다.
'저 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히히... 몇 번 바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흙탕물에 쓸려 가겠지.' 오노도후는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답니다. 개구리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계속 미끄러지다가.... 결국에는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 올랐습니다. 그걸 지켜 본 오노도후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햐, 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나무에 기어 오르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를 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참 부끄럽다!'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답니다.
자세히 살펴 보셔요. 비광 속에는 개구리와 버드나무, 우산 쓴 오노도후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12월 그림에 오노도후 이야기를 그려 놓은 것도 뜻이 깊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