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보다 

아파트를 산책하다 

매실나무가 심어진 화단을 바라보니

꽃이 피었다

 

2021/02/12 아파트 화단에서

[ 비(雨)光 이야기 ]

화투 비(비)광에서 우산을 쓴 사람은 일본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小野道風)인데,
- 우리 나라로 말하면 한석봉이나 김정희 쯤 되겠죠-
오노도후가 젊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서예 공부를 아무리 해도 진도가 안 나가고 발전이 없어서 공연히 짜증이 났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젠 더 못하겠다. 집어 치워야지. 내가 글을 잘 써서 뭐하나?"
화가 난 오노도후는 서예를 그만 두려고 마음 먹고, 일어나서 밖으로 바람이나 쐬러 나갔습니다.
그때가 장마철이라 밖에는 비가 뿌려댔습니다.
오노도후는 비참한 심정이었죠.
우산을 들고 한참 걸어가는데 빗물이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빗물이 불어나서 흙탕물로 변한 개울에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개울 옆에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개구리는 그 버드나무에 기어 오르려고 안간 힘을 다했지만 비에 젖은 버드나무는 미끄러워서 헛탕만 치고하고 있는 겁니다.

'저 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히히...
몇 번 바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흙탕물에 쓸려 가겠지.'
오노도후는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답니다.
개구리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계속 미끄러지다가....
결국에는 죽을 힘을 다해 버드나무로 기어 올랐습니다.
그걸 지켜 본 오노도후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햐, 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나무에 기어 오르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를 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참 부끄럽다!'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답니다.

자세히 살펴 보셔요.
비광 속에는 개구리와 버드나무, 우산 쓴 오노도후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12월 그림에 오노도후 이야기를 그려 놓은 것도 뜻이 깊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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