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 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 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운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


아무도 눈치 못 채는

비밀 사랑
,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

악마 같은 여자

 

 

승천昇天  / 이수익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가인歌人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에서 날마다
목청에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 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소리가 물소리를 뛰어넘기를 수없이 기도企圖하지만

한 번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 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 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하산下山한 그가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흘러 다니면서
소리의 승천昇天을 이루지 못한 제 한恨을 토해냈을 때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견인되다 / 이수익



공중을 높이 날기 위해서는
바람 속에 부대끼며 뿌려야 할
수많은 열량들이 그 가슴에

늘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라,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로서 그들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그 조그만 몸의 내부의 장기들은
  
모터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순간의 비상이륙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 하얀 달걀처럼 따스한 네 몸이 품어야 하는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이여
.
(
이수익·시인, 1942-)

 

 

견인차가
불법주차 승용차 한 대를 끌고 불이 난 듯

급하게 달려간다
.
앞 범퍼가 견인차 후미에 덜컹, 얹힌

승용차는

제 주인에게 피랍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행방이 감춰지고 있다
.

죄를 지었으므로

체신은 볼품없이 구겨졌으면서도

두 손이 단단하게 결박당한 채

견인차가 가자는대로

가고 있다
.

내 죽은 다음

저승사자가 내 생애의 죄를 물어 저렇게

유계(幽界)의 사방천지를 끌고 다닌다면
,
어쩌지
?
꼼짝없이 사지를 포박당한 채
.
하긴 살아서도 지금까지 영문도 모른 채

어디론가, 어디론가

끌려오긴 했지만.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2007

 

열애 / 이수익


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2007)

 

 

낙과(落果)의 이유 / 이수익 


사과 한 알의 무게 중심이

오래 준비하고 있었던 듯, 그때야 떨어져

내린다

 

땅의 거친 표면이 그 순간 순해져서

붉고 푸른 사과 한 알과의 만남을 너무나도 기쁘게 생각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땅은 이미 오래전부터

낙과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사과가 자라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그 빛깔과 향기를

몰래 지켜보면서, 꽃과 벌의 나타남과 사라지는 때를 기억하면서,

해와 달과 별빛, 구름의 운행을 떠올리면서

언젠가는 사과가 제 몫을 다해 지상으로 떨어져 갈 날을 곰곰

가슴에 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과가

고요히 떨어진다.

온몸 가득히 펼쳐지던 지상의 복된 시간과

눈물 나게도 그리운 정든 분위기와 마지막 이별의 공감이

차마 아쉬운 듯

한 알의 그리움이 떨어진다.

 

이 땅에,

한 알의 축복이 떨어진다.

 

유리의 기억 / 이수익 

 

뜨겁고도 차디찬 불길이

솟아올랐다.

나는 저 지옥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나는 오로지 새롭게 태어나야 함으로서

정결하게 옷가지들을 벗은 채

최후의

불의 심장을 향하여

황홀하게도 떨어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으므로

 

나는

초주검의 변경을 거슬러서 떠나온 사내답게

늠름히 어둠과

맞서리라.

 

차디찬 기억의 저편에서

투명하게 얼음처럼 빛나고 있는

!

유리 한 장

 


다락방 / 이수익 

 

혼자만의 공기를 쉼 없이 들이킬 수

있는, 마디마디 뼛속을 깨끗하게 비울 수

있는, 타인들을 멀리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로 그런 곳

그런 자리

그런 분위기

속으로

 

나를 눕히고 싶어.

아무도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텅 빈 고요만이 물결치는 숨겨진 조그만 방,

그 다락방의 은밀한 초대에

가득히 누워

 

온전하게 나는

새로워지고 싶어.

떠오르는 비행기처럼 나는 훨훨 날아갈 거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행복한 사탕을 오래오래 빨면서,

머나먼 우주의 끝을 따라 날거야.

 

다락방, 언제라도 나를 눕히고 싶은

환상의

그곳.

 

성게 /이수익

 

뾰족뾰족 성게는 살아 있어

나는

숨죽인다,닿으면 화를 입을 까봐

첨예하게

움츠린다

 

적을 향해

야행성처럼 어둠 속으로 길게 뻗어 나간

끝없는 너의

살의가

 

반쯤 쪼개진 두개골을 어루 만지면서

파먹을 때의 여리디 여린

샛노란 알들의

그 맛은

 

최상과 최하를 하나로 묶어주는

지극한 묘미

 

성게,

달콤한 각성이 불타오르고 있는

내 혀의

끄트머리

<문학선>2016년 가을호

 

엄마가 들어 있다 / 이수익

보자기 속엔

엄마가 들어 있다

가만히 들어앉아 엄마는

네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지, 라고

말씀하신다

바로 그때 보자기 속에 숨겨진 엄마의 귀는

빠르고 정확하게 나의 방문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자기 속에 숨겨진 엄마의

손은 두껍고 큼지막해서 무엇이든

잘 뒤지신다, 내가 벗어놓은 옷가지와 몇 가지의

폐물, 가슴 설레는 어릴 적 예쁜 사진들이

엄마에겐 꼭꼭 감춰둔 비밀이 되어 있다

가끔씩 엄마를 만나러 간다

내가 보자기를 풀면

거기
,
젊은 날 엄마가 나오신다


문태준 엮음 <가만히 사랑을 보다> 중 이수익의 시 '엄마가 들어 있다' 전문

 

이륙 / 이수익

 

캄캄히 멀어져 갈 때가 있었지
본인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지, 어느 순간
기폭제처럼 떠올라 그 이름 환히 빛날 때가 있었지
또 다른 대륙을 향해 가득히 무릎 꿇고 빌어보던
그 최초, 이륙의 시간
죽음처럼 피어오르던 유황불 타는 냄새 속으로
당신은 초고속 발진의 페달을 밟았던 거야
극소수의 사람만이 선택받은 레이스 위에 당신은
은빛 타오르는 융단의 구름을 밟고 서서, 끝없이
펼쳐진 녹색 산야와 푸른 바다, 강들을 음미하고 있었어
그것이 처음이었고
이젠 마지막이야, 마지막은
다소 우울하지만 그렇지만 지켜볼 만해
당신에게는 이륙이란 늘 처음 있는 일이니까

 

한 잔의 기쁨 위에 / 이수익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봄풀이 돋아나도 그렇고

강물이 풀려도 그렇다

말없이 서러운 것들

제가끔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길목의 하루는

반가움에 온몸이 젖어

덩실덩실 일어나 춤이라도 추고 싶다

바람같은 언덕을 달리고 싶다

 

오오, 환생하는 것들

어리면 어릴수록

약하면 약할수록나를 더욱 설레이게 하는

만남의 희열이여, 무한 축복이여

초봄에는

가만히 앉았어도 왠지 눈물겹다

잔의 기쁨 위에또 잔의 슬픔처럼 

 

 

나보다 더 시인 같은 /이수익

 

2016 316

집사람과 아들 며느리가 함께

가평으로 가고 있는데

자가용 윈도부러쉬에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세살 먹은 손녀가 하는 말이

기막힙니다

온세상이 구름에 가려져서

큰 빗자루로 쓸어 버려야 겠어

 

정말 나보다 더 시인 같은

우리집

손녀

-시집<침묵의 여울>(황금알)

 

 

달빛체질 / 이수익

 

내 조상은 뜨겁고 부신

태양체질이 아니었다. 내 조상은

뒤안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달의 숭배자이다

 

그는 달빛그림자를 밟고 뛰어 놀았으며

밝은 달빛 머리에 받아 글을 읽고

자라서는, 먼 장터에서

달빛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이 포근한 그리움

이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힘겨운 과정일 뿐이다

 

일생이 달의 자양속에

갇히기를 원했던 내 조상의 ?빛 체질은

지금

내 몸 안에 피가 되어 돌고 있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달만 보면

왠지 가슴이 멍해져서

끝없이 야행의 길을 더듬고 싶은 나는

 

, 그것은 모태의 태반처럼 멀리서도

나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력이 바닷물을 끌듯이

 

- 이수익 시집 『 꽃나무 아래의 키스 』 2007

 

 

 

또 다른 생각 / 이수익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 ,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5월나무처럼 /이수 

 

사춘기 소년소녀들처럼 그렇게

뿜는 힘 도도하고

하늘로 솟을 듯 즐겁고 당당해,

세상이 마치 저희들 것처럼

그 나무들 바라보며

차츰 엽맥들 무성하게 피어나면

내 눈엔 띄지 않을 그들만의 비밀세계


나는 생각하네,

내게도 아름다웠던

지나온 길들을....

=이수익, 5월나무처럼 중에서-

 

 

 

봄에 앓는 병 / 이수익

 

모진 마음으로 참고 너를 기다릴 때는

괜찮았느니라.

눈물이 뜨겁듯이

내 마음도 뜨거워서

엄동설한 찬바람에도 나는

추위를 모르고 지냈느니라.

오로지

우리들의 해후만을 기다리면서......

 

늦게서야 病이 도지는구나

그토록 기다리던 너는 눈부신 꽃으로 現身하여

지금

나의 사방에 가득했는데

 

아아 이 즐거운 시절

나는 누워서

지난 겨울의 아픔을 병으로 앓고 있노라

 

 

별이 뜨는 이유 / 이수익

 

 

오늘 하루 투망도

헛일이다

바다 물고기 들은 죄다

그물을 뜯어 놓고 달아나고

 

허무의 어구를 싣고 돌아오는 슬픈 귀향길엔

눈물 같은 황혼만

가득 내렸다

어제도 그러했지

내일 또한 그러하리라

 

하늘엔 오늘 밤에도

검은 관 하나를 짜려는 듯

반짝 반짝 쇠못 같은 별 들이 뜬다

 

 

비밀 / 이수익

 

 

내가 눈 감고

죽을 때까지

그대에게 말하지 않고 지켜갈

비밀이 있다면

아마

그럴지 몰라, 그대 또한 내게

말할 수 없는 비밀 하나쯤

꼭꼭 숨겨 두었는지

가끔씩 모올래 꺼내

살며시 만져보고 들여다보는

密封의 과거

오랜 세월 가도 변함없이

생생히 살아 있는

그 피빛 젊은 날의 흔적

 

 

불면 꺼질 듯

꺼지면 다시 피어날 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 있는

.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올릴 수 없는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그런 막연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初戀의

.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形象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

―‘안개꽃’ 전문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 시작 ,2007

 


 

편 지 /이수익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은
밤새 꽃망울을 벙글인
새벽
백목련처럼
눈부신 몸짓으로 내게로 와 있는

,
말없는 무수한 발언이여
백색 찬란한 빛깔이여
존재여!

오늘은 내 오랜 눈물겨운 기다림 끝에
너의 편지를 받는다.

(이수익·시인, 1942-)

 


안개꽃 / 이수익

 

불면 꺼질듯

꺼져서는 다시 피어날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올릴 수 없는

무어라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그런 막연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초련(初戀)의 꽃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형상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

 - 시집 『슬픔의 핵』(고려원,1983)

 

 

밀려와서, 흠흠 / 이수익

 

저기 흐르는 물살은

오늘 처음인 듯 내게는 눈부신

광채를 주룩주룩 흘리며

어두운 곳에서 방금 핀

무수한 아름다운 소란을 던지고 있으니

, 언제

하얀 찬물의 설레임을 너는 맡은 것이냐

어제까지만해도 울퉁불퉁한

폐허를 드러내던 황막한 땅은

지금 금싸라기 같은 물보라만이

밀려와서, 흠흠

거듭 밀려와서

 

밥보다 더 큰 슬픔 /

 
크낙하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에게 어디 있느냐고

 

 

구절초 /

         

저 꽃잎이며 잎새들

퇴색으로 무너지는 가을 들판

저만 홀로 하얀 소복으로 서 있는

 

구절초

 

죽은 내 친구 마누라쯤 되나 ?

마주대하기 난감한 그 꽃들

새하얀 슬픔으로 정장한 채

눈물나는 이 계절의 문간 앞에 서서

고개 수그리며 날 마중하는,

,

꼭 그런 문상길 같은

어느 늦가을 아침.



연꽃  / 이수익 -
 

아수라의 늪에서
오만 번뇌의 진탕에서
무슨
저런 꽃이 피지요?

칠흑 어둠을 먹고

스스로 불사른 듯 화안히
피어오른 꽃.

열 번 백번 어리석다
,
내 생의 부끄러움을 한탄케하는

죽어서 비로소 꽃이 된 꽃.



유리의 기억 /

 

뜨겁고도 차디찬 불길이

솟아올랐다

나는 저 지옥 같은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나는 오로지 새롭게 태어나야 함으로써

정결하게 옷가지들을 벗은 채

최후의

불의 심장을 향하여

황홀하게도 떨어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음으로

 

나는 초죽음의 변경을 거슬러서 떠나온 사내답게

늠름히 어둠과

맞서리라

 

차디찬 기억의 저 편에서

투명하게 얼음처럼 빛나고 있는

!

유리 한 장

- <현대시학> 2016 3월호

 

붉은 고지 /

 

우뚝 선

그의 성기(性器)

죽음을 향하여 전진한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쏟아 붓는

적의

붉은 고지를 향하여

드디어 험악한 생애를 마감코자 한다

마지막 한 순간 떠오르는 비명(悲鳴)

입안 가득

메울 무렵,

그는 운다, 또 웃는다, 아니면 완전

실성이다.

이제 그에겐

죽음만이 가장

가까운 거리

  - <현대시학> 2016 3월호

 

어느 날의 샹송 / 이수익


작은 드럼 위로
두 손은 가볍게 춤 춘다.
서른한 살 여가수女歌手 비아는

비련을 노래하고.

가을은 간다, 푸른 입술의 애무도 끝나고


건조한 죽음의
눈동자, 깊이 고정되어 있는
11월 유리창가에

하얗게 사라지는 손, 자꾸만 솟아오르는 눈물
슬픔으로 부푸는 너의 두 가슴.   

 

차라리 눈부신 슬픔 /

신은
이 아름다운 며칠을
우리에게 주셨다

생애의 절정을 온몸으로 태우며
떨기떨기 피어오른 하얀 목련
꽃잎들, 차라리 눈부신 슬픔으로 밀려드는
봄날!

나머지 길고 지루한 날들 열려 있어
이 황홀한 재앙의 시간도
차츰 잊으리

 

어느 밤의 누이 /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한 잠의 여울을 건너고 있다

밤도 무척 깊은 귀갓길

전철은 어둠 속을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 해쓱하게 야윈

핏기없는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이종사촌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에 슬픈 제 체중을 맡긴 채

송두리째 넋을 잃고 잠들어 있다

어쩌면 이런 시간쯤의 동행이란

천 년만큼 아득한 별빛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잠시 내 어깨를 빌려주며

이 낯선 여인의 오빠가 되어 있기로 한다

전철은 몇 번이고 다음 역을 예고하며

심야의 지하 공간을 달리는데...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었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르고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길일(吉日) /

 

보도블럭 위에

지렁이 한 마리 꼼짝없이

죽어 있다.

그곳이 닿아야 할 제 생의 마지막 지점이라는 듯.

 

물기 빠진, 수축된 환절(環節)이 햇빛 속에 드러나

누워 있음이 문득 지워진 어제처럼

편안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흙의 집 떨치고 나와

온 몸을 밀어 여기까지 온 장엄한 고행이

이 길에서 비로소 해탈을 이루었는가,

금빛 왕궁을 버리고 출가했던 그

고타마 싯다르타같이.

 

몸 주위로 밀려드는 개미떼 조문 행렬 까마득히

 

하루가 간다

 

 

빈집 /

  

뒷마당의 몇 그루 대추나무엔

빠알간 대추열매 가지 무겁게 열렸건만

따는 사람 없어 사람의 것이 아닌

하늘의 열매 같고

 

사립문 늘 열린 채 경계를 지운 빈집에는

이 방 저 방 기웃거려보는 아이들 앞에

머리 가득 푼 처녀귀신 나타날지 몰라

삐걱거리는 방문 소리에 쭈룩쭈룩 하얗게 소름끼치는

 

이 집에, 그러나 벌레들 편안한 거처 마련되고

손닿지 않는 뜨락엔 잡풀들 소리치며 돋아나

폐허의 아름다운 향연 한창 벌어지고 있으니

 

빈집, 그 쓸쓸함, 기막히게 좋은 맛이다.

빈집, 그 황폐함, 눈부시게 좋은 눈요기다.

빈집, 그 적막함, 가슴 저리게 좋은 위안이다.

 

지금, 빈집 한 채 화사하게 버려져 있다.

 

 

늙은 여자 /  

 

건질 것 없는 땅에서 광부들 모두 떠나고

그 입구로 가는 탄차(炭車) 선로는 붉게 녹슬었다.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는 폐허의 터널,

거친 잡풀만이 한창 웃자란.

 

풍경을 읽다 / /

  

골목시장 노점상 할머니 앞

우묵한 다라이 안은

꾸불텅꾸불텅 미꾸라지들 온몸으로 쓰는 육필(肉筆)

선연하다.

 

물 맑은 어느 수로(水路)에서 미끄러지듯 길을 만들며

물 향기를 들이키던 족속이

지금은 그늘진 고무 다라이 안 얕은 수심에 갇혀

아수라로 한판 뒤엉켜

서로 먼저 대가리를 밀어넣으려고 죽기 아니면 살기!

한사코 안으로 안으로 파고든다, 부글거리는 거품을 말아올리며.

 

이미 할머니는 남아 있는 미꾸라지를 떨이로 팔아

오늘 하루치 장사를 막 접으려는 참인데

죽음의 예약이 임박한 줄을 모르는 저 경골어류(硬骨魚類)들은

해 그림자 떨어지는 시간의 경계 밖으로

펄떡펄떡 달아나려 한다.

 

할머니,

당신도 누군가의 손에서 지금

일몰의 떨이로 나와 있지 않은가요?

 

 

또 다른 생각 / 이수익

뭉개지는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젖은 배들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더러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네 숟가락 휘젓던 된장국물을 내가 마시듯이

그렇게, 서로 친밀해지는 것이다.

 

,,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버럭 소리도 내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시간도 참으로 필요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침 뱉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의 작두 위를 걸어야 할 시인이여

 

 

산수화(山水畵/ 이수익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산 하나
제 갈 길에 취한 계곡물 하나가
서로 잘 만나
단란한 일가一家를 이루며 사는 곳.
남루도 이쯤이면 괜찮다
,
수척한 배낭 메고 입산하는 중늙은이

하나
가물가물 흔들리며 가는 한중閑中.

 

어떤 기도 / 이수익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도를

본 적 있네.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을
기차가 지날 부렵

얼핏 차창 밖으로 보이던

 

야트막한 교회당 낡은 지붕 위로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나무로 만든 십자가 하나.

 

지상에서 가장 낮게 엎드린 채
다시는 고개 들 줄 모르고 올리고 있던

그 가난한 손의

기도를.

 

 

봄날에 / 이수익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둘이라야한다혹은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만나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있는데
 
 
 

내 사랑 / -이수익

                                                       

집 나간 지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며 밤낮 문 열어놓고 사는

어머니처럼

하루 스물네 시간 불 밝힌 채

당신이 어서 들어서기 만을 기다리며 조바심치는

골목 안 편의점 같은 나의

사랑.

그대는 아직도

어느 먼 별을 기웃거리시나요

 

안개꽃 / 이수익


불면 꺼질 듯
꺼져서는 다시 피어날 듯
안개처럼 자욱이 서려 있는 꽃.

하나로는 제 모습을 떠 올릴수 없는

무엇이라 이름을 붙일 수고 없는
그런 막연한 안타까움으로 빛깔진
초변의 꽃.

무데기로 무데기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형상이 되어 설레는 느낌이 되어
다가오는 그것은 아!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가슴에 피어오르던 바로 그 꽃!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1942∼ )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지요
.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

그런데 어머님
,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化身)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
품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을 무사히 흘러

바다로 가라고

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

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
,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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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 / 문정희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  / 이수익



한 마리의 새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바람 속에 부대끼며 뿌려야할
수많은 열량들이 그 가슴에
늘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라,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로써 그들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그 조그만 몸의 내부의 장기(臟器)들은
모터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순간의 비상 이륙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 하얀 달걀처럼 따스한 네 몸이 품어야 하는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이여

 (이수익·시인, 1942-)

 

 

+ 새와 나무  / 이준관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

열매 열면

열매 구경


단풍 들면

단풍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새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
(
이준관·시인
, 1949-)

+ 참새의 얼굴 /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
박목월·시인
, 1916-1978)


+ 북소리 / 차주일·

이름 없는 새가

지린

새똥 한 방울

산정호수 한가운데

떨어지고

점이 깐

원 하나

수천 겹 벗고서야

고요하다

(
차주일·시인
, 1961-)  


+ 새에게 / 이태수

새야, 너는 길 없는 길을 가져서 부럽다
길을 내거나 아스팔트를 깔지 않아도 되고
가다가 서다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어디든 날아오를 때만 잠시 허공을 빌렸다가

되돌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이 있어도
갈 수 없는 길이 너무 많은 길 위에서
새야, 나는 철없이 꿈길을 가는 아이처럼
옥빛 허공 깊숙이 날아오르는 네가 부럽다
(
이태수·시인, 1947-)


+ 새똥 몇 점 / 장석주

새들이 공중을 기어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자꾸 기어간다
.

김환기 화백이 붓끝으로 점을

, 쿡 찍고 있다
.

새들이 땅위에 갈긴

흰 똥 몇 점
.

바람이 분다, 마른 명아주들이

일제 흔들린다
.
새들은 바람이 공중에 쓰는 상형문자들이다
.

구두 뒷축을 구겨 신은 한 남자가

그 상형문자를 읽고 있다
.
(
장석주·시인
, 1954-)


+ 새야 새야 / 배우식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내 안의 어둠 덩어리
,
뇌종양으로 죽을 수는 없다

켜켜이 쌓인 어둠이 커져
부풀어진 내 몸뚱이
할 수만 있다면 꽉꽉 처닫힌 철문을
죄다 열어놓고


햇빛 잘 통하고 바람 잘 드는 언덕 위
빨랫줄 꼭대기에 온몸 통째로 매달아놓고 싶다


새야

새야

이럴 땐
목이 터지도록 노래를 불러야지

이럴 때는
날개를 펴고 신들린 듯 춤이라도 추어야지

그러다가 날아가야지 꼭 날아가야지
(
배우식·시인, 충남 천안 출생
)


+ 새와 사람 / 정영복


하늘 높이 날던 새
고도를 낮추더니

야트막한
나뭇가지에 앉았다

고단한 날갯짓
잠시 멈추려는 모양이다
.

남들보다 높아지려고

허둥거리고 발버둥치면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에게서 배워야 하리

낮은 자리의 쉼이 없는 생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
정연복·시인
,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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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팬티 / 임보

문정희의「치마」를 읽고서......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 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옳거니 / 정성수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팬티」를 읽고.....

 

치마를 올릴 것인지? 바지를 내릴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그렇다
세상의 빨랫줄에서 바람에게 부대끼며 말라가는 것 또한
삼각 아니면 사각이다

삼각 속에는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이 있고
사각 속에는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가 있다고
문정희와 임보가 음풍농월 주거니 받거니
진검 승부를 펼친다

옳거니
방폐 없는 창이 어디 있고
창 없는 방폐가 무슨 소용이리

치마와 바지가 만나 밤은 뜨겁고 세상은 환한 것을

참고 : * 문정희와 임보 시에서 차용

 

 

치마와 팬티 / 이수종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팬티」를 읽다가......

치마 속 신전에는 달을 가리고
숨겨주는 창이 있다
바람을 빨아들이는 들창 주위를 서성거리며
은밀히 숨겨진 비밀을 열고 싶어
사내들은 신전가는 길목에서
치마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영역싸움을 벌인다

거기서 이기면 다 되는가
그건 일차 관문에 지나지 않는
창들끼리의 다툼일 뿐
방패를 뚫고 침입하는
선택받은 승자의 개선을 위해서는
목숨을 건 더 큰 한판 승부가 남아 있다
사내의 완력만으로는 성문을 열 수 없다

문 열라 참깨하고
주문을 외우며
사내들은 치마 앞에서
치마성의 주인과 내통하는
카드 비밀번호를 맞춰 보아야 한다
성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구도자의 인내도 필요하고
계관시인의 음유도 필요하고
말 탄 백기사의 용맹도 있어야 되지만
힘 하나 안들이고 성문을 열고 맞아들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더러는 있어
치마 앞에서는 여간 근신하며 공을 드려야 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치마는 딱 한번 열렸다 닫히고
더 이상 끄떡도 하지 않은 채
폐쇄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창은 방패를 이길 수 없고
방패는 창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힘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神殿 - 몽블랑/이석희

치마와 팬티를 읽고.........

너무 늙어버린 신도에게는
경배하는 마음조차 사라졌는가
옷이 벗겨진 채 무릎 꿇려도
참배를 갈망하던 신도였건만

신전 주위를 맴돌긴 해도
신의 눈에 띌새라 겁먹었는가
참배객의 발길 끊겨 닫힌 신전은
재 너머 성황당처럼 적막하구나.

 

 
<古詩> "살송곳" "살풀무"

살송곳-정철(鄭澈)

()이 옥이라 하니
진옥(眞玉)일까 번옥(燔玉)일까
나에게 살송곳이 있으니
뚫어 볼까 하노라.

살풀무-진옥(眞玉)

()이 철이라 하니
정철(正鐵)일까 번철(燔鐵)일까
나에게 살풀무가 있으니
녹여 볼까하노라

 

개고기를 뜯어먹고
해구신을 고아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이는 남자,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 같은 남자들은 안 보이고,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뿐,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뿐

(<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중에서)이라고 꾸짖다가도

대낮에 밖에서 돌아온 한 남자가
넥타이를 반만 푼 채

거실 소파에서 졸고 있다

침을 조금 흘리며 가랑이를 벌리고
.
나와 같은 주걱으로 밥을 퍼서 먹은 지

20
년이 넘은 남자

가끔 더운 체온을 나누기도 하지만

여전히 끌려온 맹수처럼

내가 만든 우리 주위를 빙빙 도는 남자

(<
평화로운 풍경> 중에서)라며 측은지심의 존재로 어르기도 한다.



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 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문정희 / 시집 <살아있다는 것은>중에서 <남편>











섬 속의 섬 - 발리에서 / 문정희



바다를 포식 하는 섬이다

기름기 자르르한 햇살 속에

망망대해를 통째 먹고 마시는

나는 한 통속의 통속(通俗)이다


이곳에 온 지 사흘

어디 있느냐? 나의 슬픔이여

춥고 캄캄한 문자 속으로 다시 돌아가

별 하나를 기다리는 수인(囚人)이 되고 싶다

고통의 언어를 밥처럼 씹는 시인의 어깨에

외로운 가랑잎을 기대고 싶다


행복은 생각보다 훨씬 오묘해서

시 한 줄에 매어

생애를 탕진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이곳 백성들은 모른다


오직 공손한 하인을 데리고 다니며

한껏 때린 작은 공 하나가

제 구멍을 비켜 간 것이 못내 아쉬워

살찐 바닷가재를 입안 가득 넣고도

맛이 없다고들 야단이다


나는 지금 섬 속의 섬이다

몇 낱의 지폐로 왕이 된 관광객들과

뜻없이 만발한 열대꽃들의 웃음 사이를

부유물처럼 떠돌고 있다


추위가 없는 여기는

모조 천국 이다

어디 갔느냐? 갈증과 부재로 굴러 가는

그리운 나의 수레 바퀴 여




늙은 여자 - 여자의 나이 / 문정희


 

여자들은 서른 살 때부터
자신의 나이를 감추기 시작한다


아니, 스물아홉 살 때부터
서서히 부끄러워한다. 돌틈새에 끼인
엉컹퀴처럼 미안하게 서른을 산다


마흔이 되는 날, 촛불 한 개를 켜 놓고
여성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인간이 되는
첫 번째 생일을 맞으리라는
친구여
촛불을 불기 전에 생각해 보아라. 그대
그 날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심지어여자조차 아니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늙은년이 되는 것뿐이로다


여자 나이 마흔 그리고 쉰
저 푸르고 넉넉한 목초지를
벌써 폐허로 내던져 놓고
그 위로 가죽장화 신은 도적떼들 만 지나가고 있다.







갈대숲을 지나며 / 문정희


 

처녀 시절이여, 안녕


나에겐 증거처럼
웨딩드레스를 입고
수염 자리 의젓한 신랑의 팔을 끼고 서 있는
한 장의 결혼 사진도 있지만


이상도 하지
나는 한 번도 결혼한 여자가 아니었네
유부녀는 더구나 아니었네


방목해서 키운 튼튼한 아이들
넉넉한 평수에 편리한 부엌의 안주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처녀였다네


집안에서 잠시 아내이다가
현관문을 나서면
어김없이 다시 처녀가 되었지


사람들은 모르지
세상엔 결혼한 여자가 없다는 것을
모든 여자가 독신이라는 것을


세상이 가진 자로는
재어지지 않는 넓이와 크기 때문에


할수없이
웨딩드레스 입고 사진 찍은 여자를
결혼한 여자라 묶어버릴 뿐이지



물의 시집 / 문정희


사랑시는 물에다 써야 한다
출렁임으로
다만 출렁임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위험한 거미줄에 걸린
고통과 쾌락의 악보
사랑시 한 줄의 이슬 방울들
저녁 물거품이 상륙하기 전의
꿈같은 신방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면
이윽고 썰물을 따라
가뭇없이 사라지는 물거품의 가락으로


사랑시는 물에다 써야 한다
물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물의 시집이어야 한다


 


거짓말 / 문정희


 

가령 강남 어디쯤의 한 술집에서

옛사랑을 다시 만나

사뭇 떨리는 음성으로

"그동안 너를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면

그것은 참말일까

그 말이 곧 거짓임을 둘 다 알아차리지만

그 또한 사실은 아니어서

안개 속에 술잔을 부딪칠 때

살아온 날들은 거짓말처럼

참말처럼 사라지고

가령 떠내려가 버린 그 많은 말들의 파도를

그 덧없음을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 우리는 누구일까

시인일까


 



고향을 찾아서 2 / 문정희


가을도 아닌데 고향 사람들은

모두 낙엽되어 흩어져 있었다.


다리에 구렁이 같은 힘줄이 솟아

쌀 두 가마 등짐지던 사출이 아저씨도

이빨로 소주병을 까던 기훈이 오빠도

엉댕이가 맷돌 같던 쌀장수 화순댁도

모두 어김없이 낙엽이 되었다.


키다리 선출이 칠푼이 알밤이조차도

모두 낙엽이 되었다.


수북한 낙엽 속에서 용케

송장 메뚜기처럼

살아남은 이복 언니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날보고 그 자리에서

땅을 치며 통곡했다.


마른 갈비뼈 사이로

쉬잇쉬잇 해수병이 드나드는

목쉰 울음 속에

그녀는 내 이름 부르지 않고

30년 전에 죽은

울아버지 부르며 통곡했다.


내 슬픔 당당하게 뺏어들고

땅을 치며 먼저 울어버렸다.


나는 슬픔조차 빼앗겨

타관 사람처럼

그냥 서 있기만 했다.


 


 


곡비(哭婢) / 문정희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엄마는

()을 팔고 다니는 곡비(哭婢)였다.


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

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주고

그네 울음에 꺼져버린 땅 밑으로

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먹고 살았다.

그네의 허기 위로 쏟아지는 별똥 주워먹으며

까무러칠 듯 울어대는 곡() 소리에

이승에는 눈 못 감고 떠도는 죽음 하나도 없었다.

저승으로 갈 사람 편히 떠나고

남은 이들만 잠시 서성일 뿐이었다.


가장 아프고 가장 요염하게 울음 우는

옥례엄마 머리 위에

하늘은 구멍마다 별똥 매달아 놓았다.


그네의 울음은 언제 그칠 것인가.

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

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의 울음

까무러치게 대신 우는 법

알아야 하리.


  


새떼 / 문정희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혹시 당신도 / 문정희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걷다가
불현듯 그리워지는 사람이 당신도 있었나요


아침 먹다 수저 내려놓고 라일락 피었다고

누군가와 수화기 들고 폴짝 폴짝 뛰어본 적이 있었나요


유난히 슬퍼지는 날 젖은 눈물 닦아 줄

가슴이 착한 친구 갖고 싶은 적이 당신도 있었나요


속이 답답해 할 것 같아 그만 묻겠습니다


한 하늘아래 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얼굴 한 번 못 보고 사는 인연들 허다할 것 같아

- [
혹시 당신도]


강 / 문정희

 


어머니가 죽자 성욕이 살아났다

불쌍한 어머니! 울다 울다

태양 아래 섰다

태어난 날부터 나를 핥던 짐승이 사라진 자리

오소소 냉기가 자리 잡았다

드디어 딸을 벗어 버렸다!

고려야 조선아 누대의 여자들아, 식민지들아

죄 없이 죄 많은 수인(囚人)들아, 잘 가거라

신성을 넘어 독성처럼 질긴 거미줄에 얽혀

눈도 귀도 없이 늪에 사는 물귀신들아

끝없이 간섭하던 기도 속의

현모야, 양처야, 정숙아,

잘 가거라. 자신을 통째로 죽인 희생을 채찍으로

우리를 제압하던 당신을 배반할 수 없어

물 밑에서 숨 쉬던 모반과 죄책감까지

브래지어 풀듯이 풀어 버렸다

어머니 장례 날, 여자와 잠을 자고 해변을 걷는 사내여

말하라. 이것이 햇살인가 허공인가

나는 허공의 자유, 먼지의 고독이다

불쌍한 어머니, 그녀가 죽자 성욕이 살아났다

나는 다시 어머니를 낳을 것이다




「독거」  /  문정희



나하고 나뿐이다

뼛속에 유빙(遊氷)이 떠다닌다

나는 나이테 없는 식물 같은 동물

피 다 증발해 버린 빙하기를 사는

독거의 꽃

불가해한 선사(先史)에서 흘러온

소금 기둥이다

불꽃의 순간을 두들기는

허공의 하루살이이다

나하고 나하고 나뿐이다



노래 / 문정희

 


나와 가장 가까운 그대 슬픔이

저 강물의 흐름이라 한들


내 하얀 기도가 햇빛 타고 와

그대 귓전 맴도는 바람이라 한들


나 그대 꿈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그대 또한 내 꿈을 열 수 없으니


우리 힘껏 서로가 사랑한다 한들.

<문정희시집 . 73>

 


  눈을 보며  / 문정


 

눈은 하늘에서 오는 게 아니라

하늘보다

더 먼 곳에서 온다.


여기 나기 전에

우리가 흔들리던 곳.


빈 그네만이 걸려 있는

고향에서 온다.


첫살에 부서지는 그대 머리칼이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다.


한 생애에 돌아오는 목소리이다


우리들의 침묵이 닿지 않는 곳


그렇게 먼 곳에서

눈은 달려 와

비로소 한 조각의 빛깔이 된다.

<문정희시집 . 73>


  그림자 / 문정희


무슨 기별이라도 열릴듯이

꽃은 고요한 빛깔로 설레이고


기별보다 먼저 달려온 밤이

푸른 노래의 늪 속에서

몸살을 앓는다.


가라, 아픈 보석을 끌고

도는 산그림자.

내 쇠사슬의 그림자.

<문정희시집 . 73>


 

   별 / 문정희

 


바람따라 떠난 아이는

쓰러지면서 별이 되었다.


한떨기 흐느낌 속에서

누군가

재빨리 자살한다.


흰 깃털을 뽑히우며

파도가 소리를 치며


손을 펴 보니

다만 꽃들이


너에게는 들리지 않게

圓舞(원무)를 추고 있다.

<문정희시집 . 73>

 

 


  겨울 나무 / 문정희

 


열어 주소서


눈 속에 슬픈 발을 묻고

저 나무들이 서서 울고 있읍니다.


당신의 神의 터전에

바람이 휘몰아치면

삶은 꽃처럼 흔들립니다.


이곳은 어느 곳일까

제가 앉아서

입 맞춘 소중한 모습.


이제 저의 두 눈이 멀어도

살이 터져서 닫을 수 없는 뜨거움을....


벗은 나무여, 벗은 나무여,

제 밀물을 소리치게 해 주소서.


 물시 / 문정희

나 옷 벗어요
그다음도 벗어요

가고 가고
가는 것들 아름다워서

주고 주고
주는 것들 풍요로워서

돌이킬 수 없어 아득함으로
돌아갈 수 없어 무한함으로

부르르 전율하며
흐르는 강물

나 옷 벗어요
그다음도 벗어요



 미친 약속 / 문정희

창밖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풋열매가 붉고 물렁한 살덩이가 되더니
오늘은 야생조의 부리에 송두리째 내주고 있다
아낌없이 흔들리고 아낌없이 내던진다

그런데 나는 너무 무리한 약속을 하고 온 것 같다
그때 사랑에 빠져
절대 변하지 않겠다는 미친 약속을 해버렸다

감나무는 나의 시계
감나무는 제자리에서
시시각각 춤추며 시시각각 폐허에 이른다

어차피 완성이란 살아 있는 시계의 자서전이 아니다
감나무에게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짐승 바다 / 문정희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나뿐인가
그래서 고독은 이리 깊은가

성난 발톱으로 달려드는 절벽 아래
밤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바다뿐인가

내 안에서 일어서고
내 안에서 무너지는
천둥의 깊이

해골과 남루와 유랑의 불빛 출렁이는
밤바다를 생포하면 알 수 있을까

지옥보다 외로운
내 안의 내가 보일까

부분-




<칼날의 시〉 전문 / 문정희




불 속 사는 새가 있다


얼음 속에서 날개를 펼치는 물고기도 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어디에도 둘 수 없어


번개처럼 날카로운


칼날 위에 둔다


위태하게 대롱거리는


붉은 눈물방울


이대로 내 사랑 백 년만 가거라


 






<구조대장의 시〉전문 / 문정희

 


지하 700미터 탄광에 매몰된 광부들을


69일 동안 손톱이 빠지도록


모두 파낸 후


구조대장은 소리쳤다


미시온 쿰푸리다! 임무 완료!


33명의 광부들이 지상으로 살아 돌아온 순간이었다


햇살에 땀을 닦으며


병아리가 달걀을 깨고 튀어 나오는 줄탁! 같은


칠레 광산 구조대장의 말을


지상의 TV가 모두 생중계했다


천 길 땅속에서 알알이 귀한 시를 캐낸


구조대장의


미시온 쿰푸리다!


내 사랑! 임무 완료!


그날 지구는 그 한 편의 시로 눈부시었다


 






<이별 시 하나〉의 전문 / 문정희

 


한 시인의 장례식장에서


이별 시 하나가 완성되는 것을 보았다


다른 조문객들 속에 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꽃을 올리고 사라졌다


 


날카로운 펜 하나씩 들고 일찍이 신문기자가 되어


천 마디 말을 써서 사회를 흔들면서도


한 마디 말을 삼켜 비켜 간 사랑이었다


  


시인은 그 후로도 언어를 절벽처럼 절제했고


그녀 또한 흰 머리칼 휘날리며 끝내 홀로 지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아는 이가 있을까


너무 일찍 가야 할 때를 알아 버린 낙화를 위해


잠깐 고개를 숙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았다


 


 



나의 화장법  / 문정희 


 


마치 시를 때처럼

나의 화장법은

먼저 지우기부터 한다


빈자리에 꽃송이 피운다


고통이 보석지팡이가 되고

가난이 장미가 되는 젊음* 불러온다

신비한 샘물이 새로 차오르는

달의 계단을 즐긴다


기실 시법(詩法) 길이 없음을 알고 있다

길을 만들려고 할뿐이다

이게 뭐죠?

어때요?

온몸으로 질문을 뿐이다


오묘한 나만의 이미지와 여백을 만들고

그리고는 누군가의 매혹 때문에


송이 속에서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낙타초> / 문정희



'
사막에 핀 가시/

낙타초를 씹는다/

낙타처럼 사막을 목구녕 속으로 밀어 넣고/

솟구치는 침묵을 심장에다 구겨 넣는다//


마른 땅 물 한 모금을 찾아 천길 뻗친 뿌리가/

사투 끝에 하늘로 치솟아/

허공의 극점을 찌르는/

비장한 최후//


뜨거운 모래를 걷는 날카로운 맨발로/

어둠 속 별 떨기 같은 독침을 씹는다//


새처럼 허공을 걷지 못해/

제 혀에서 솟은 피/

제 목에서 흐르는 선혈로 절명을 잇는/

나는 사막의 시인이다.'

사막에서 목마른 낙타는 가시 달린 풀을 삼켜 입 안에 피를 내고 그 피로 혀를 적시며 나머지 길을 간다.



살아 있다는 것은 / 문정희



살아 있다는 것은
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몸을 뒤집을 때마다
악기처럼 리듬이 태어나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암각화를 새기는 것이다
그것이 대단한 창조인 양 눈이 머는 것이다
바람에 온몸을 부딪치며
쉬지 않고 바위에게 흰 손을 내미는 것이다
할랑이는 지느러미가 되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순간마다 착각의 비늘이 돋는 것이다


  




 부부 / 문정희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 만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미는 사이이다

자리를 문지르며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없는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과정과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다


 


오빠 / 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을 제일 많이 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자지러질 상큼하고 든든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로 했다


오빠라는 말로 한방 먹이면

어느 남자인들 가벼이 무너지지 않으리

꽃이 되지 않으리.


모처럼 물안개 걷혀

길도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

불혹의 기념으로

세상 남자들은

이제 모두 나의 오빠가 되었다


나를 어지럽히던 거칠던 숨소리

으쓱거리며 휘파람을 불러주던 헌신을

어찌 오빠라 불러주지 않을 있으랴

오빠로 불려지고 싶어 안달이던

마음을

어찌 나물캐듯 캐내어주지 않으랴


오빠! 이렇게 불러주고 나면

세상엔 모든 짐승이 사라지고

헐떡임이 사라지고

오히려 두둑한 지갑을 송두리째 들고

비단구두 사주고 싶어 가슴 설레이는

오빠들이 사방에 있음을

이제 용케 알아버렸다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남자들은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비로서 자신 속에서 으르렁거리던 짐승과

결별한다.

딸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신이 나오는 길을 알게 된다.

아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신이 나오는 곳임을 깨닫고

문득 부끄러워 얼굴 붉힌다.

딸에게 뽀뽀를 하며

자신의 수염이 때로 독가시였음도 안다.

남자들은

딸을 낳아 아버지가 될 때

비로서 자신 속에서 으르렁 거리던 짐승과

화해한다.

아름다운 어른이 된다.

* 문정희 시집  :  「남자를 위하여 」중에서


다시 남자를 위하여 / 문정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뿐

눈에 띌까 ,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중에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세상에서

멋진 잡놈들을 추방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핑계 대기 쉬운 말로 산업사회 탓인가.

그들의 빛나는 이빨을 뽑아내고

그들의 거친 머리칼을 솎아 내고

그들의 발에 제지의 쇠고리를

채워 버린 것은 누구일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야.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속 깊이

야성의 사나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걸.

갈증처럼 바람둥이에게 휘말려

한평생을 던져 버리고 싶은 걸.



안토니우스 시저 그리고

안록산에게 무너진 현종을 봐.

그뿐인가나폴레옹 너는 뭐며 심지어

돈주앙, 변학도, 그 끝없는 식욕을

여자들이 얼마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어찌된 일이야. 요새는

비겁하게 치마 속으로 손을 들이미는

때 묻고 약아빠진 졸개들은 많은데


불꽃을 찿아 온 사막을 헤매이며

검은 눈섭을 태우는

진짜 멋지고 당당한 잡놈은

멸종 위기네.

* 문정희 시집  : 「남자를 위하여 」중에서


 

딸아 미안하다 / 문정희


 (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 안국동 일본 대사관 앞에는 흰옷 입고 종군

위안부 여성들이 모인다.)


 

딸아, 미안하다

오늘 나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무능한 나라의 치욕과

적국을 향한 분노로 소리 지르다 말고

나는 목젖을 떨며 깊이 울어야 한다

기실 나는 민족을 모른다

  민족의 주체가 남성인 것도 모른다


다만 오늘 앞에 꿇어 엎드려

울음 우는 것은

존엄과 인격을 전리품으로 가져간

일본군보다 깊게

나의 무지와 독선이 슬프기 때문이다

심청을 팔고 , 홍도를 팔고 살아난 아비와 오빠

기생과 놀며 풍류를 더하고

그녀들 화류로 내던진 땅의 강물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녀들을 화류오 내던진 땅의 강물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결국 강압과 사기로 세계에도 유례없는 노예 집단인


적국 군대의 종군 위안부로 보내긴 딸아

민족보다, 민족의 주체인 남성의 소유물이

상처를 입은 어떤 수치심보다도

내딸의 존엄과 딸의 인격이 전리품으로 능욕당한

앞에 나는 무릎 꿇어 사죄한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딸아

~~ 출처 : 문정희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중에서




손의 고백  //  문정희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의 손이 언제나 욕망을 쥐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거짓임을 압니다

솨아솨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무엇을 쥐었을 보다


그저 흘러보낸 것이 많았음을 압니다

처음 다가든 사랑조차도

그렇게 흘러보내고 백기처럼

오래 흔들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밝은 어둡고 무거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

숨죽여 사람은 압니다

아무 욕망도 없어 캄캄한 절벽

어느새 촛점을 닮아버린 우리들의 발걸음

집중 호우로 퍼붓는 포탄들과

최신식 비극과

햄버거처럼 흔한 싸구려 행복들 속에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매장된 동물처럼

일어설 수도 걸어갈 수도 없어

가만히 손을 들여보낸 작은 오솔길이

와락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문정희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중에서

                     


 ♣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 이 왔습니다

맨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새극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빈 집 피 물 불 꿈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 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가을날

◐ 문정희 시집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 중에서  



 


 




 










아내와 가까운 집근처 마천산으로 산행을 가기로 하였다

문양역에서 굴다리를 지나 올라 가는 마천산 길은 이미 가본터라

그곳이 아닌 하빈 쪽에서 산림 욕장으로 가는 코스를 택하여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림욕장이라고 씌여진 길을 올랐다

임도를 한참 올라 가니 이곳에 쭉쭉 뻗은 소나무며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뤄

다른 산 보다 오히려 경관이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등산객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올라 가니 산림욕장이 나오고 그리고 이정표와 등산로를 표시한 게시판이 보인다.

전망대가 있고 돌아 돌아 가면 목교가 있고 산책길이 표시가 되어 있어

길 따라 산을 오르기로 하고 가다 보니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한 길을 택해 갔더니

봉우리는 보이질 않고 우거진 숲과 묘소만 보인다 분명 이 곳이 가장 높은 봉우리 같은데

봉우리는 찾을수 없고 우거진 숲만 보이길래 아까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돌아 왔는데

그길이 아니고 다른 길인가 보구나하고 다른 길로 접어 들어 계속 걷자니

이상 하게도 자꾸 내리막길로 향하여 이길로 가면 곧장 하산하는 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혹시 모르니 다른 이에게 길을 물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때 마침 한 사람이 산을 올라 오고 있다

그 동안 길을 걸으며 등산객을 만나기가 어려 웠는데 참 다행 스럽게 등산 객을 만나게 되었구나 싶어

그 분에게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이길을 곧장 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전망대를 지나고 나면

다시 왼쪽으로 돌아 가는 산길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가면 길이 연결되어 처음 시작 했던 곳으로

돌아 갈수 있다고 하길래 곧장 올라 가기로 하고 아내와 둘이서 걸어 올라 가자니

조금 전 만나 길을 일러 주던 노인네가 앞서 간다 싶더니 산길을 뛰기 시작 했다

남루한 차림 허리춤엔 낡은 쌕에 물병 하나가 꽂혀있다 얼굴엔 약간은 연세가 있어 보이고

손에는 낡은 중국어책이 들려 있다 포켓북인듯 한데 겉표지가 닳아 너덜 너덜 할 정도  

그 노인네를 따라 걸어 올라 가자니 몇분 되지 않아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 세천쪽을 바라 보기도 하고 주변을 보고 있노라니 어디서 올라 오셨냐고 묻는다

세천쪽 새 아파트에 사노라 이야기 하고 다시 등산로를 잘 모르니 알려 달라고 부탁 하였더니

길을 소상히 잘 가르쳐 주신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눠어 보았더니

그분은 나이가 74세로 박곡에서 살고 있고 젊을때 금은방을 하고 나이들어 8년전 박곡으로 이사와서

아내와 같이 박곡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노인네가 금은 방을 하며 금을 아내모르게 숨겨

바둑으로 도박을 하였단다 바둑은 3단 정도 인데 한판에 몇백만원씩 내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하루 2천만원도 잃기도 하였노라 이야기 한다 그리고 골프도 10여년간 쳤고

사교춤도 20년 정도 췄노라고 그리고 그 밖에 테니스며 많은 운동을 했엇는데

늙어 금은방을 정리하고 박곡으로 들어 올때 5천만의 빚이 있었는데

바둑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후 아내가 그 빚을 모두 갚아주었다고 한다.

바둑을 두지 않고 할만한게 없을까 하던중 중국어를 공부 하기 시작 하였는데

그것이 4년전인 70세 때 부터라고 한다.

2년동안 중국어 학원을 다니며 기초공부를 하는 동안 나이 먹어 기억력이 없어져

산을 올라 다니며 몇시간을 외우고 또 외워 학원에 다시 가면 나이 어린 학생들은

어제 배운 내용을 모두 아는데 비하여 자신은 수 시간 동안 외운 내용도 학원에 들어서서

강사가 물으면 하얗게 백지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길 2년여 학원에서 제일 고령자로 자신이 다니는 탓에 다른 사람들도 귀감이되어

70먹은 노친네도 공부하는데 하며 다른 이도 오기가 생겨 공부하기도 한다는데

마음 같이 되질 않아 중도에서 모두 포기하게 된다고...


그러다 기초를 다 배우고 학원서 더 배울게 없다고 생각하고 이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중국어를 공부한 덕에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게되어

15일간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다녀 오게 되었다고 배낭 여행중 차마고도를 다른 사람은 모두 말을 타고 올라 가는데

자신은 걸어서올라 갔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젊은이들이 자신이 74살 먹은 노인네임을 밝히고 나면

최고라고 칭송를 한다는 이야기며 그런 이야길 하다 자신은 또 섹스폰을 배워 불기도 한다고 하길래

너무 멋있다 호응 해주며 선생님 집에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 했더니 자기 집엘 같이 가잔다

같이 내려가서 차한잔 대접 하겠노라고 그리고 연주도 들려 주시겠단다

산길로 내려가 차한잔 하고 나면 차로 태워 반대쪽 차세워둔곳 까지 모셔 주겠단다

그래서 같이 박곡에 있는 노인네의 집을 방문 하기로 하였다

하산하여 노인네의 집을 향하는 동안 길에서 다른  노인 한분을 만났는데

그곳 주민이신 65살 정도 먹은 노인네 인데 74이나 먹은 자기보다 더 노인네 처럼 제대로 걷지도 못하노라 한다.

그래서 들런 노인네 집에 들어서니 전원주택 마냥 집이 참 이쁘다

정원엔 나즈막한 감나무며 대추나무며 나무엔 크다란 감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고 큼직막한 대추열매가 열려있다

대문 한켠엔 고급스런 승용차 한대가 주차 되어 있고 그 승용차는 주로 자신의 아내가 쓴단다

아내는 골프를 치러갔다고 한다


거실로 들어서니 소파와 커다란 tv 그리고 홈시어트 가 보이고 가족 사진이 걸려 있고

잠시 앉으라하곤 급히 커피를 끓여 내놓는다 그리고 집구경을 하는데 놀랍게도

자신이 공부하던 중국어 책을 보여 주는데 책이 참 많다 그리고 한켠에 놓여진 섹스폰 그리고 반주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는데 스마트폰이면 뭐든지 할수 있다고

섹스폰도 스마트폰으로 공부 하고 있노라고 하며 스마트폰을 켜고 중국어 공부하는 사이트를 연결해 보여 주는데

실로 놀랍다 74살이나 먹은 노인네가 스마트폰을 참 능숙하게 다루고 또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한다는게

놀랍게만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연결하여 노래를 배우고 또 섹스폰을 공부하고 한다는게 정말 놀랍다

그렇게 이야길 나누다 섹스폰을 가져와 섹스폰 연주를 들려 주겠단다

좋다고 하였더니 섹스폰 연주를 하는데 보통의 연주자는 모두 반주기를 틀어놓고 연주를 하는데

노인네는 반주기 없이 연주를 한다 낮익은 전통가요 한곡을 연주하고는

나와 내아내 두분이 관객으로 있으니 관객으로 인해 긴장이 된다고 하시곤 또 한곡 더 연주를 한다.

아는 노래라 따라 흥얼 거리며 박수도 쳐주고 하였더니  신이 나는 듯 하다 한곡도 연주 하시길래

보통 사람은 호흡이 가빠 그렇게 연주를 하시면 아주 되고 숨이 가쁠텐데 어쩌면 그렇게 연주를 잘 하시냐니까

섹스폰을 불며 복식 호흡을 하기 때문에 그래도 숨이 차지 않고 연주를 할수 있으시단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직 체력이 좋다고 과시하듯 다리를 쫙벌려 다리 째기를 하시곤 엎드리는데

정말 유연 하시다 정말 체력도 좋으시고 다 늙어 배운 섹스폰 이며 중국어며 대단하다 감탄사가 나온다

고즈녁한 동네에 사는 이들은 모두 노인네 가구가 많고 낮이면 들녃으로 일하러 가기 때문에

섹스폰을 이렇게 불어도 누가 시끄럽다고 항의 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연주하기도 좋다고 하신다

하시는 이야기마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제 육십도 안된 나인데 이제 시작 하는것도 늦지 않다 그래도 나보다 한참 젊을때 시작하는건데

지금 이라도 늦다 생각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해보라고 권하는데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며

진짜 이 노인네야 말로 신사고 선생님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집은 자기가 꾸몄노라 이야기 하며 집구경을 시켜 주는데 참 으로 놀랍다 이쁘고 근사하다

집을 나서며 차로 태워다 준다는걸 사양하고 산을 넘어 반대쪽에 차세워둔곳까지 가겠다고 했더니

자신도 운동을 조금 더 해야 겠다면 따라 나서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텃밭을 구경 시켜 주는데

텃밭엔 배추며 무우가 심겨져 있다 구경하면서 먹고 싶은것 몇개 캐어가라 하시며 무우 세뿌리를 캐다

비닐 봉지에 넣어 주셔 고맙다고 인사 드리고 날름 받아 챙겼다

그리고 산길을 올라 산너머에 있는 주차장 까지 올라 걸어 가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주차장까지 배웅 해 주신 노인네에게 꼭 연락 한번 드리마 하고 여쭙곤 차를 타고 돌아 왔다

그리고 배웅해주신 노인네는 다시 산위로 올라 가는데 차를 돌려 내려오며 아내와 이야기 했다

"오늘 산도 멋있고 산에서 만난 마천사 노신사도 멋있고 노신사가 들려준 이야기도 너무 값진 이야기고

그리고 덤으로 얻은 무우로 오늘 저녁을 맛나게 먹을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는지"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고 얼마나 즐겁든지 또 시간이 되면 마천산을 찾으리라

다음번엔 봉수대도 가보고 마천산 곳곳이 산책로를 샅샅이 한바퀴 돌아 보아야지

오늘 하루 멋진 이야기로 삶을 이야기 하여 주신 마천산 노신사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찾아 뵙고 식사 대접 한번 해 드리겠습니다.


중앙일보

법륜스님이 "최순실 씨는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

김경희 입력 2016.11.04 09:26 수정 2016.11.04 10:14 댓글 364


지난 1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즉문즉설` 강연 중인 법륜스님. [사진 법륜스님 블로그]
"최순실 씨는 능력있는 사람입니다. 최순실 씨의 공덕을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

지난 1일 법륜스님이 경기도 하남시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

과오도 아니고 공덕이라니.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시아버님도 남편도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만 지지해왔는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더 이상 못믿겠다고 한다"며 "

중립내각보다는 탄핵을 해야할 것 같은데 야당도 마음에 안 들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스럽다"고

호소하는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우선 "질문자는 최순실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한다"며 " ‘역시 능력 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데,

며칠 만에 우리 남편과 시아버지의 생각을 확 바꿔주었구나’ 해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법륜스님은 최 씨의 또다른 공덕을 말해보겠다며, 대구·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이 지닌 지역주의를 깨뜨렸고,

대학생들의 사회비판 의식을 깨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하게 됐으니 좋은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륜스님은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다"며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습니다.

법륜스님은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되 댓글로 욕을 하는 것,
집회나 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 두 가지만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다음은 법륜스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강연 전문입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대구, 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안 움직이던 그 콘크리트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졌습니다.

그게 여간해서 깨집니까? (모두 웃음)

지난 총선 당시 공천파동을 통해서 금이 짝 가더니,

이번 기회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또 옛날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사회비판 의식도 높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지난 20년 간 사회가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깊은 잠에 빠져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대학생들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지금 제일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대학생들을 다 깨운 사람이 누구예요? (모두 웃음과 박수)
그 공덕을 얘기하자면 10개도 더 된다니까요. (모두 웃음)

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분위기가 이 사건을 통해서 조금 완화됐습니다.
또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개정안을 내도,

여야가 정쟁하느라 야당이 거부해서 통과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합의해서 어떤 거국내각을 마련한다면

야당도 국정에 책임을 져야 되니까 그런 법안 통과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모두 웃음)
정당들이 헌법을 개정해서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심화하자고 해도 그간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니까 꼼짝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서 ‘헌법 개정 하자’고 하니까 야당이 ‘갑자기 왜 저래?

무슨 음모 아니야? 반대!’ 이래서 안 될 뻔했는데,

하루 만에 뒤집어버리니까 이제는 헌법 개정 추진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오해도 안 받고 추진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인들은 심부름꾼인데,

그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우리의 권력을 행사하려니까 번거롭기도 하고 모르기도 해서

‘그래, 우리가 권력을 위임해 줄 테니까 네가 대신해라’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게 하라고 하다가 우리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마치 위정자들이 왕인 양 권력을 독점하고,

우리는 그 밑에서 노예나 신하처럼 순종하며 살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케 됐습니다. 그러니 좋은 일이에요.
국민들 마음은 ‘하야하라. 탄핵하라’일 겁니다.

‘탄핵’을 하려면 데모를 엄청나게 해야 하고 그걸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되겠지요?

그럼 그걸로 끝나나요? 아니죠. 헌법재판소도 가야 됩니다.

그럼 이걸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법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리적으로 해결하려니까 부결될 확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어요.
‘하야’는, 대통령이 ‘아, 내가 능력이 안 된다’하고 이승만 대통령처럼 하야 하면 좋은데,

헌법에는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습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해요.

그러기 싫다고 60일 안에 헌법을 개정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우리 기분이야 일시적으로 좋겠지만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 하게 됩니다.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하야 후에 누가 현재의 대통령을 대신해서 잘 할 수 있을까요?

60일 안에 괜찮은 사람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나와 있는 사람 중에서 정해야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흥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더 밝혀진다고 더 좋을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력하면 더 밝혀야 하겠지만 이미 100명 중에 15명만 지지한다고 여론발표가 나옵니다.

그것도 일부 지역의 노인들만 지지하는 현실이잖아요.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더 폭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빨리 국정혼란을 수습할 것이냐' 입니다.
그러자면 첫 번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여야가 국정안정을 위해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야가 이것을 가지고 네가 잘 했니, 내가 잘 했니 하면서 공방만 하면 혼란만 계속 됩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이나 남북관계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렇게 내부가 흔들리면 붕괴만 가속화되지요.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올해 붕괴하나, 내년에 붕괴하나 말들이 많았는데,

이러다가는 북한보다 우리가 먼저 붕괴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국민들이 건설적인 쪽으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고,

기회를 잘 살리면 우리가 그동안 못 했던 걸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권력을 움켜쥐고 있고,

또 반대쪽에서는 계속 폭로하고, 그래서 서로 싸우기만 하면 국가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주저앉을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나라가 주저앉을 위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반성하고,

협력하면 훨씬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어떤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야말로 분노만 하지 말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거니까 질문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박수)
그러니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의사를 표현할 때, 두 가지는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 기사를 보고 자신의 의사를 댓글로 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댓글을 보면 욕을 해 놓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러면 안 됩니다.

또 집회나 시위 등 길거리로 나가 의사표현을 할 때도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하세요.
댓글을 달든지, ‘좋아요’를 누르든지, 글을 쓰든지, 주권자인 우리의 의사를 최대한 표현하세요.

국민들이 그렇게 합법적인 공간에서 의사표현을 해야 앞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과거 참여 정부 말기에도 국민들이 술만 먹으면 노 대통령 욕을 많이 한 것 기억하시죠?

이미 우리는‘우왕좌왕’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쪽으로 확 쏠렸다가 또 어떤 일이 생기면 저쪽으로 확 쏠리는 식은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앞으로는 패거리 정치, 패거리 문화도 지양하고, 대안을 중심으로 사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노력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옛날엔 권력의 힘이 너무 세서 우리가 좋은 나라를 만들려다가도 감옥에 갈 확률이 높았는데,

지금은 그러다가 감옥에 갈 확률은 별로 높지 않잖아요. (모두 웃음)

집회를 하더라도 폭력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더라도 욕설과 음해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항이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닙니다. 」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무제한 요금제` 피해 본 736만명에 오늘부터 데이터 보상
http://v.media.daum.net/v/20161101103606909

출처 :  [미디어다음] 경제일반 
글쓴이 : 아시아경제 원글보기
메모 :
통신사 무제한 요금제 유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의 '무제한 요금제'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피해 보상이 1일 시작됐다. 이통 3사는 앞으로 피해 소비자 약 736만명에게 LTE 데이터 쿠폰(1~2GB)을 제공한다. 음성 무제한 요금에 가입한 2508만여명에게는 30~60분의 무료 통화량으로 보상할 계획이다.

LGU+는 데이터 쿠폰을 이날 일괄 제공하며 SKT는 1일부터 4일까지, KT는 1일부터 30일까지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LTE 데이터 쿠폰의 등록 기간은 30일이다. 소비자가 장기 해외 출장 등으로 쿠폰을 등록하지 못할 경우를 고려한 조치다. 등록 기간 중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고 사용 기한은 3개월이다. 부가 ·영상통화 서비스는 이날부터 3개월간 매달 10∼20분씩 제공된다.

KT의 LTE 데이터 쿠폰(아시아경제 DB)
KT의 LTE 데이터 쿠폰(아시아경제 DB)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통 3사 동의의결 이행안을 9월5일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했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의 LTE 무제한 요금제가 광고와는 달리 실제로는 무제한이 아니라는 소비자단체 지적을 접수해 2014년 10월부터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이통 3사와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해 올해 3월17일 발표한 뒤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 보완 등 절차를 거쳐 확정했다.

동의의결안에는 'LTE 무제한 요금제'라고 허위 ·과장 광고한 이통 3사가 피해를 본 소비자 736만여명에게 LTE 데이터 쿠폰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고 기간 중 해당 요금제 가입자는 2GB, 광고 기간 이후 가입자는 1GB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통 3사는 '음성 무제한'으로 광고한 요금제 가입자 약 2508만명에 대해선 무료 부가 ·영상 통화량을 제공한다. 한도는 광고 기간 중 가입자가 60분, 이후 가입자는 30분이다. 이 밖에 SKT와 KT는 '음성 ·문자 무제한'이라고 광고해 놓고 일정 사용 한도가 넘으면 추가로 뗀 금액 전액을 해당 소비자에게 환불키로 했다.

이통 3사는 홈페이지(www.tworld.co.kr, www.olleh.com, www.uplus.co.kr) 또는 고객센터(휴대폰+114, 무료)를 통해 보상 시점과 절차 등을 안내한다. 번호 이동으로 이통사를 갈아탄 소비자는 오는 25일부터 변경 전 회사에 보상 신청을 하면 현재 가입된 회사에서 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통 3사는 요금제 명칭과 표시광고도 개선했다. 요금제에 데이터, 음성, 문자 등과 관련한 사용 한도나 제한 사항이 있다면 이제 해당 요금제 명칭에 '무제한' '무한'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이통 3사는 요금제 등과 관련한 광고(홈페이지 등 온라인 광고 포함)를 할 때 해당 요금제에 데이터, 음성, 문자 등과 관련한 사용 한도가 있거나 제한 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에 대해서는 '무제한'이나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기본 제공'이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

데이터, 음성의 사용 한도나 제한 사항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자막 크기와 색깔을 알아보기 쉽게 확대 ·변경하는 등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시한다. 영상 광고는 자막 외에도 '제공량, 속도에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데이터로밍 등과 같은 유사서비스에 대해서도 사용 한도나 제한 사항을 동일한 방식으로 표시한다.

이통 3사는 이날부터 홈페이지의 팝업(7일간) 및 배너(1개월간)를 통해 데이터 ·음성통화 ·문자전송 등과 관련한 사용 한도와 제한 사항을 고지한다.

한편 동의의결안과 관련, 이통 3사와 정부는 보상이 "충분하다"고 강조한 반면 소비자와 관련 민간단체들은 "미비할 뿐더러 적절치도 못하다"며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관련 기사업계1위 SKT 달랑 1억원 부담..이통3사 보상안에 '부글부글'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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