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나 내나(남편버전) 



니는 아프면 제발 병원 먼저가라.

내가 의사도 아닌데 나한테 자꾸

아프다 그러면 나보고 우짜라고.

내가 병원 가보라 그러면

사람이 아픈데 관심이 있네 없네

남 아픈데 짜증내네 우짜네...

나는 죽을병 아니면 아파도 얘기 안한다.

니는 동창회나 모임 갔다 오면

뭐가 그리 없는 것도 많고

해야 될 것도 많노?

입을 옷이 없다, 신발이 없다..

신발장, 옷장 열어봐라 다 니끼다.

보톡스?

그거 니가 알아서 맞아라.

친구 예뻐졌다고 열 받지 말고

얼굴이든 궁디든 아무데나 제발 맞아라.

사람 들들 볶지 말고...

내는 동창회 갔다 오면

술 취해 조용히 누잔다.

니는 외식가면

갑자기 요리연구가가 되노?

맛이 있네 없네,

MSG가 들어갔네 우짜네...

제발 사줄 때 맛있게 무라.

집에서는 아무거나 넣고 비벼서

잘만 묵더구만...

내는 니 반찬 맛없어도 조용히 묵는다.

니는 외식가면 사진 좀 찍지 마라.

제발 밥 좀 묵자.

밥묵다가 행복한 모습의 포즈 취해라,

웃어라 그러고...

니 카스에 올라와 있는 내 사진 보니까

정말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더만...

오늘 아침에도 우리 싸웠쟎아.

내는 표정 잘 연출하는 모델이 아니다.

니는 밥먹고 나서

나 살쪘지 하고 묻지 마라.

안 쪘는데 하면 관심 없다 짜증내고

뱃살이 좀 붙었네 하면 살찐 게 아니라

배에 가스차서 그렇다하고..

야! 무슨 배에 가스가 10년씩 차있냐?

전부다 살이구만...

내는 니 몸에 대해서 이미 달관했다.

니는 잠자리 할 때 너무 요구가 많다.

내가 미제나 이태리제도 아닌데

갸들 하는 대로 내가 우찌 하노!

구석구석 천천히? 전희? 그기 뭔데?

귀에 바람 불어주면 된 거 아니가.

한 10년쯤 살았으면

배로가나 비행기로가나

홍콩만 가면되지 제발 대충하자.

나는 사실 사용 가능한 상태로

거시기 유지하기도 힘들다. 



□ 니나 내나(부인버전) 



니도 돈 벌로 나가고

내도 돈 벌로 나가는디

니는 내가 해준 밥먹고 여유있게 나가고

내는 애 밥먹이느라 미친듯이 나간다.

니는 내보다 돈 쪼매 더 번다고

회식에 약속에 항상 바쁘고

내는 니보다 돈 쪼매 못 벌어서

칼퇴근한다.

니는 주말에 쉬지만

내는 주말이 더 싫다.

니는 아프면 자면 되지만

내는 아파도 할 일이 많아

자도 모한다.

미루면 배가 되니깐

니는 도와주는 척 하는 거지

내가 다하기를 바란다.

니는 내가 언제 돈벌어오라

했나 카지만

내는 내가 일 하겠다 할 때

적극 안 말리더라.

니는 내가 일하는 걸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제?

나는 내가 일하는 거

애한테 미안해서 말하기 싫다.

니는 애가 아파도 정상근무 하지만

내는 오만 눈치봐가미 조퇴한다.

니는 내가 일한 뒤로 맘 놓고

카드값이 늘어가고

내는 둘이 벌어도 돈이 안 모이는 것 같아

내꺼 사고 싶은 걸 포기한다.

니는 내가 일해도 니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 완벽하길 바라지만

내는 니가 아빠 역할만 잘해도 감사하다.

니는 언제나 내 보다 먼저 잠들고

내는 언제나 마지막에 잠든다.

니는 니 월급은 생활비로 쓰고

내 월급은 모으자 했지만 왜 늘 모자라노?

니는 일하는 기 애한테 당당한데

나는 일하는 기 애한테 미안해야 하노.

니는 내가 모르는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내는 니가 아는 스트레스도 니보다 많다.

니는 여행을 꿈꾸지만

나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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