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속은 경사(經師) 남편

 
 

기처지랑(欺妻之郞) : 아내에게 속은 남편

장례식이나 굿을 할 때에 경(經)을 소리 높여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을 경사

(經師)라고 불렀다.

경사들 중에는 보통 장님이 많았지만 더러는

장님이 아닌 사람도 있었다.

장님이 아닌 어느 경사에게 젊고 예쁜 아내가

있었는데 자태가 매우 고왔다.

그런데 담장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이웃에

잘생긴 청년이 경사의 아내를 흠모했다.

그들은 담장 너머로 눈길이 서로 마주칠 때면

눈짓을 하곤 하다가 마침내 둘이 만나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경사가 외출하고 나면, 부인은 담장의 구멍을

통해 쪽지를 넣어서 연락하고, 청년은 담장을

넘어와 서로 껴안고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어느 날 역시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외출하자 아내는 이웃집 청년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모두 벗고 누워서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는

사이에 그만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오랜 시간이 흐른후 서로 몸을 합쳐 바야흐로

정감이 무르익는 순간, 갑자기 남편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과 대문이 마주하고 있어서 방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보이게 되어있기 때문에 그들은

꼼짝없이 발각될 지경에 놓였다.

바로 그때 아내의 머리속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그렇게 하면 남편을 감쪽같이 속일수 있겠다'

생각한 아내는 얼른 속곳만 주워입고

젊은이를 방 안쪽으로 밀쳐 보이지 않게 하고

벗어놓은 자신의 치마를 들고, 방문을 열면서

재빨리 뛰어나갔다.

방문 앞에 다가온 남편을 향하여 펄쩍 뛰면서

치마를 펼쳐들고, 남편의 얼굴을 감싼 다음에

남편의 귀에다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서 오세요! 어디서 오시는 경사님인가요?"

이러면서 아내는 장난을 치듯 될 수 있는 대로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 남편의 얼굴에 치마를 덮어 씌운 채로

허리를 껴안고 앞이 보이지 않도록 막았다.

아내의 이러한 모습에, 경사는 아내가 자기를

환대하여 장난을 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며

아내를 끌어안고 말했다.

"나는 재상집 장례에 갔다오는 길이오."

이렇듯 한참동안 치마를 뒤집어 쓴 채 떠들고

좋아하는 사이에 이웃집 청년은

옷을 주섬주섬 쓸어안고 재빨리 방에서 빠져

나와 집 모퉁이를 돌아 담장을 넘어갔다.

경사는 아내를 껴안고 있다가 아내가 속곳만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

"여보! 속곳만 입고 내가 오기만 기다렸구려."

경사는 아내가 자기를 기다리면서 미리 옷을

벗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좋아했다.

그리곤 아내를 껴안고 방으로 들어가 눕히고

마침내 몸을 합치고 질펀하게 즐겼다.

이날따라 아내는 남편의 움직임에 더욱 적극

적으로 호응하여 남편은 매우 흡족해 하였다.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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