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무렵 산책하다 동네 어귀에 핀 
자목련이 핀 모습을 보게 되었네요
보라색 자목련 꽃이 핀 동네가 화사해 보입니다

 

 

돈많은 과부에게 장가든 총각

 
 
 

어느 마을에 홀어머니와 총각 아들이 살고 있었다.

이웃에 있는 아들 또래의 총각들은 모두가 장가를 갔는데 총각 아들만 스무살이 넘도록 아직 장가를 가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를 볼 때마다 언제 장가보낼 거냐고 묻는 바람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어머니도 아들에게 언제 장가갈 거냐며 시도 때도 없이 물었고 아들은 그때마다 걱정을 하지 말라며 갈 때 되면 간다고 대답했다.

세월은 흘러가고 어느 날 어머니가 다시 아들에게 언제 장가를 갈거냐고 묻자 아들은 곧 장가간다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반가운 나머지, 혼인할 처자가 누구인지 물었고 아들은 우리 동네 김진사 옆집의 과부한테 장가간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총각 아들이 과부한테 장가 간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아들은 인물도 좋고 마음씨도 곱고 논밭도 많은 그 과부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혼인 약속은 했느냐고 물어보자 아들은 아직 약속은 안했지만 걱정 말라고 큰소리 쳤다.

어머니는 너무나도 기가 막혔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과부가 과부란 걸 빼면 아들에 비해 결코 모자란 것이 없었다.

과부는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결혼한지 서너달 만에 신랑이 급사했다.

삼사년을 있다가 시부모도 한꺼번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물려받아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차곡차곡 장가보낼 준비를 하였고 아들은 드디어 과부와 결혼할 꾀를 생각해 내었다.

아들은 저녁에 자기가 과부의 집으로 달려갈 테니 어머니에게 작대기를 들고 따라오며 '이노무 자석 장가 안갈래?' 하면서 소리를 지르라고 하였다.

그러면 자기는 과부의 집에 숨을 것이고 어머니는 과부의 집에 와서, “아무개 댁이 우리 머석이 여기 안 왔디요.” 하고 물으라고 했다.

그러면 과부가 오지 않았다고 할테니까 다시 와서 묻고, 또 묻고 하다가, 집에 갔다 내일 아침 먹을때 다시 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도 과부가 안 왔다고 말하면 “어머니가 방문을 활짝 열면, 내가 장가를 갈 수 있소.” 하는게 아닌가.

그날 저녁 모자는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며 “야, 이놈아 장가 안갈래?” “못가요, 안가요" 하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을 했다.

그러던 중 아들은 마침내 자기 어머니를 따돌리고 과부의 집으로 뛰어들었다.

“아주머니, 나 좀 숨겨 주소.”

“아이구, 이게 무슨 일이요?”

바느질을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란 과부에게 총각이 어머니가 자기를 내일 아침에 장가 보내려 하는데 자기는 장가가기 싫으니 숨겨달라고 했다.

평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심덕이 좋은 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과부는 총각이 딱해서 이불속에 숨겨 주었다.

그러고 나서 총각의 어머니가 아들과 약속한 대로 과부 집에 찾아와 자기 아들이 여기에 안왔느냐고 묻고 돌아가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밤이 늦었고 총각은 과부가 차려 주는 밥을 먹고는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누워 있었다.

과부는 내일 아침에 동네 사람들이 보기 전에 일찍 총각을 보내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밤새 바느질을 할 생각이었다.

과부는 과부대로 잠이 오지 않았고 바느질을 하는 과부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총각은 총각대로 잠이 오지 않았다.

총각은 이불 속에서 손을 내밀어 과부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면서 과부를 불렀다.

“왜, 왜 그러시오.”

과부는 신랑이 죽은 이후 남자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이 처음이어서 기분이 영 이상해졌다.

“아, 그저 불러 봤소.”

총각이 다시 과부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였다.

과부는 열여덟에 시집와 남녀간의 즐거움을 조금 알려고 하던 차에, 신랑이 죽어 버려서 밤만 되면 생각나서 잠을 못 이룬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체면을 차려야 하니 왜 그러냐고 따져 묻자 총각은 “시집을 가보았으니께 장가가는 법도 알거 아니요.” 하며, 장가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총각이 능청을 떨자, 과부는 총각이 딱하게 보여서 첫날밤 보낸 이야기를 해주었다.

총각은 말로는 잘 모르겠다며 직접 가르쳐 달라고 했으며 과부는 안 그래도 온몸이 불덩어리 같은데 총각과 첫날밤 얘기를 주고받으니 더욱 더워졌다.

총각은 과부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결국엔 과부와 하룻밤을 보냈고 아침이 되었지만 과부는 총각과 몇차례 사랑놀이를 하느라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

약속대로 총각의 어머니가 찾아와, 과부를 불렀고

과부가 허겁지겁 옷을 주워입고 문을 열고 나가니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여기에 안 왔느냐고 물었다.

과부가 안 왔다면서 방문을 닫으려는데, 어머니가 문을 열어젖혔더니 자기 아들이 벌거벗은 채 이부자리에 누워 있었다.

총각의 어머니는 여기에 있는데 없다고 했다면서 큰 소리로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되었고 과부는 하는 수 없이 재가하기로 했다.

과부의 집과 논밭이 모두 총각의 것이 되어 부자가 되었고 둘은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

총각은 시집와서 일찍 신랑을 잃은 과부의 속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돈많은 과부와 결혼을 할수가 있었던 것이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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