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차이의 거리)

나는 술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어디서든 잘 어울리고,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는 물론,
거래처 사람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낸다.

특히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두 살 이상 위의 선배들이나
두 살 아래의 후배들과는 유독 잘 어울린다.
친구들 사이에도
한 살 많은 형뻘, 한 살 어린 동생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친구를 제외한
‘한 살 차이’ 나는 이들과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누굴 피한 적도 없고,
굳이 사람을 가려 사귄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유독 딱 1살 차이 나는 선후배는
내 사람 망에서 스스로 비껴간 듯하다.

거래처도, 동창도, 이웃도…
희한하게도 그 또래의 흔적은
내 주변에서 찾기 힘들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의식의 장난일까?
그래서 생각을 정리해본다.

한 살 차이.
그게 뭐 그리 큰 간격이냐 싶지만,
내가 살아온 나이대에는 은근히 크다.
두 살 위 선배에게는
자연스러운 경외와 존중이 있고,
두 살 아래 후배에게는
부담 없는 배려와 너그러움이 따른다.
그런데 한 살 차이는 애매하다.
동등하게 지내기엔 선배고,
깍듯이 대하기엔 너무 가까운 나이.
가깝지만 가까울 수 없고,
멀지만 멀지도 못한 —
오묘한 균형의 틈새랄까.
아마도 나도 모르게
그 거리감에 주춤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켜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짝 비켜서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오래 알고 지낸 1년 선배가 내게 말했다.
“넌 참, 선배를 편하게 해주는 후배야.”
한참 뒤, 다른 1년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후배지만 절친한 친구 같은 후배라서 좋다.”
그 말들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그들이 내 곁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면,
그 평안함이 곧
내 삶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한 살 차이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답이 아니다.
오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이 길을 함께 걸어간다는 사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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