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6월 말,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작고 여린 새끼 고양이 하나가 내 곁에 머물렀고,
그 인연은 단 일주일 만에 하늘로 떠나버렸다.
짧고 애틋했던 시간,
나는 그 조그마한 생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상실의 여운이 겨우 잦아들 무렵,
믿기 어려운 일이 또 벌어졌다.
십여 일 전,
새벽 일찍 출근해 공장 문을 활짝 열어두고
늘 하던 대로 고양이 사료를 챙긴 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 쪽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 고양이의 울음이었다.
반사적으로 밖으로 나갔지만, 주위는 조용했다.
‘내 착각인가’ 싶어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부품 보관대 밑에서 다시 울음이 들려왔다.
몸을 낮추어 조심스레 꺼내보니,
지난번 고양이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같은 어미가 낳은,
같은 배의 새끼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 마음속 다짐 하나가 떠올랐다.
‘다시는 죽어가는 생명에 손대지 않겠다.’
그 절망의 무게는,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어떤 경험보다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다시 밖에 내려놓았다.
그날 기온은 35도를 훌쩍 넘었다.
시간이 지나도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마음속에 쌓인 확신 하나.
‘이건 그냥 길 잃은 새끼가 아니다.’
어미 고양이가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나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도대체 누가 나에게 이런 미션을 주는 걸까?
내가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동물에게 특별히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고
공표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내게로 걸어 들어온다.
결국 나는 그 아이를 품었다.

작은 생명은 내 품에서 안정을 찾았고,
이름도 ‘후추’라고 지어주었다.
작지만 존재감 있는 녀석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놈은 제법 사료도 잘 먹고,
홀로 공장에서 밤을 잘 이겨내는 듯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울던
그 울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따뜻한 숨소리로 내 하루를 채워준다.

어린 고양이는 지금,
내 곁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 작은 생명 하나가
나보다 훨씬 단단하고 꿋꿋하게
삶을 살아내는지도 모르겠다.

‘후추’는 나에게 온 미션이자, 선물이다.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앞으로는 분명 내 삶에 기대가 되어줄 존재.
이제는 내가 진심으로
그 새끼를 지켜줄 차례다.
 
음소거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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