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자님>
붕어빵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화제가 있다. 어디부터 먹느냐 하는 것이다. 그야 당연히 머리부터지, 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꼬리부터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숫제 뱃가죽부터 먹는다. 붕어빵 하나 먹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
예전에 나는 꼬리부터 먹었다. 단팥이 많은 머리 쪽부터 베어 물면 뜨거워서 입술을 델 것만 같았다. 맛있는 쪽을 먼저 먹고 나면 팥이 들지 않은 꼬리 쪽은 먹기 싫어질 것도 같았다.
이제 나는 머리부터 먹는다. 맛있는 쪽부터 먹고 보자는 식이다. 이 작은 변화 - 어쩌면 작은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들꽃 한 송이에도 우주의 섭리가 숨겨져 있듯 붕어빵 하나를 먹는 방식에도 어느 사이 바뀌어진 내 삶의 양식이 깃들여 있을 것이다.
귤 한 상자를 똑같이 사도 어떤 사람은 싱싱한 것부터, 어떤 사람은 무른 것부터 먹는다. 싱싱한 것부터 먹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귤이 달고 맛있구나. 나는 언제나 좋은 것만 골라먹지.”
그는 아마 물크러져 못 먹게 된 귤은 미련 없이 버릴 것이다.
“나쁜 것은 언제나 내 몫이라니까.”
기왕 한 상자를 먹으면서도 두 번째 사람은 그런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식구나 손님들에게는 싱싱한 것을 골라 주었을 테지만 상한 것부터 먹는 동안 나머지 귤도 시들고 말 것이다.
십 년쯤 더 산 선배들은 말씀하신다. 인생 참 별 것 아니라고. 누려야 할 것을 미루어둘 만큼 인생이 그다지 길지는 않다고,‘나’‘지금’‘여기’보다 더 확실한 존재증명은 없다고. 미루고 아끼고 양보해도 좋을 만큼 더는 젊지 않다는 사실을 나도 이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붕어빵으로 돌아가자. 붕어빵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머리부터도 꼬리부터도 뱃가죽부터도 아니다. 뜨거울 때, 길거리에서, 연인과 함께 먹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붕어빵 한 봉지를 사 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최소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붕어빵이 들어있는 봉지 윗부분을 너무 꼭 여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붕어가 숨을 쉬어야 살듯, 붕어빵도 숨통을 터 주어야 뱃가죽이 서로 늘러 붙지 않는다. 사람이건 붕어건 숨통을 막으면 얼마 못 가 시들어버린다.
<붕어빵 먹는 법 / 최민자님>
날이 추워지면 밖에 나가기 싫어진다
뭉그럭그리다가 오후에 되어서야 마트를 지나니 붕어빵 굽는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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