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씨래기 뭐에 쓰시게요?"
"장에 나가 팔거야!"
"저걸 누가 삽니까?"
"누가 사기는….봄에는 쑥, 겨울에는 씨래기라는 말이 있잖어.“
"처음 듣는데요..."
"무식하긴.... "
오늘은 씨래기국밥 한그릇 해야것다..
 
 
시래기 한 움큼
                                               /공광규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 갔다 바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 치는 식당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 식당 주인과 시비가 붙어
멱살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식당 주인은 그동안 시래기 엄청 도둑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 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주먹다짐 한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경찰 보는 앞에서 미운 인심에게 주먹을 날렸다
경찰서에 넘겨져 조서를 받던 그는
찬 유치장 바닥에 뒹굴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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