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 말은 철학적이고 심오한 것인가?

* 이 글은 소설입니다. 소설에서는 그 어떤 말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관용되니까요.

근래 필자가 사는 마을에 긴 생머리에 빨간 꽃을 꽂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늘 혼자 돌아다니는 여자가 나타났다.
긴 생머리의 그녀는 얼굴에 어딘가 그늘이 드리웠고 무속인의 기운이 느껴져 무당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고향이 절라도 꽝주라 하는데 정신이 살짝 나갔다는 말도 들린다.
이름이 항강인가 무슨 강인가 한다는데 그게 신딸 이름인지 뭔지 그렇다더라며 사람들이 가끔 수군거리기도 한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사는 이혼녀인데 소설 쓰는 여자라는 소문도 있다.

그녀가 늘 중얼거리는 말은, 때로는 일상의 언어도 있지만 대게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4차원의 것들로 대체로 요런 말들이다.
"내 삶은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혼절하듯 정액을 뿜어냈다."
"나무들이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서."
"그것은 단순한 성욕이 아니라 무언가 근원을 건드리는 듯한 감동이었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활짝 벌렸는데ᆢ"라는 둥 희한한 소리들을 해댄다.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녀의 중얼거리는 말 그것이 심오한 내면세계를 표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거나 문학적 정제어라는 둥 이상한 소리들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때는 그녀의 언어 그것은 그저 정신이 살짝 나간 여자의 4차원적 언어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사람들은 간혹 자신이 알아듣지 못할 형이상학적인 4차원의 언어를 내뱉는 사람을 만나면, 철학적이라거나 심오하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마치 그 말에 무슨 큰 의미나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면 마치 자신이 사유(思惟)가 얕는 무지한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ᆢ

근래 마을에 나타난 긴 생머리의 그녀가 중얼거리는 그말을 듣는 마을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알아듣지 못할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인데도, 마치 그녀의 말에 무언가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을 자신이 미처 알아듣지 못하는 양 스스로 자책 한다.

마을 사람들은 왜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고, 보이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을까?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대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하지 않고, 왜 뭔가 철학적이고 심오한 것이라 여길까?
그녀의 말은 그냥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일뿐인데 말이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는 오늘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녀의 말에 스스로 혹하여 찬양의 헌사(獻辭)를 쏟아낸다. 사람들의 정신도 함께 오락가락 하는 듯이 ᆢ
나는 여전히 사람들이 찬양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것은 그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말이란, 알아들을 때 비로소 말이다.
(2024. 11. 1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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