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야화 황진이(제23화) - 수목원 온실에서

풍류야화 황진이(제23화)

 

 

아침밥을 먹고 그들은 상원암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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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장엄하나 수려하지 못하고 금강산은 계절마다 산명이 바뀌면서 아름답고 수려하지만 장엄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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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묘향산은 수려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갖추었고 진이와 벽계수는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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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암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오려는 계획이며 장관인 만폭동 폭포도 구경하고 바위 위에 절묘하게 건립된 상원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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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꿈을 꾸고 정자 인호대(引虎臺)에서 장엄 수려한 묘향산의 절경을 만끽 하려는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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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따뜻한 진이의 손에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으며 상원암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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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이따금씩 오가는 길은 길이라고 할 수 없고 그나마 낙엽이 덮여 있어 전인미로(前人未路)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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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자빠지길 수십 여번 끝에 오후가 한참 지나서야 상원암에 도착하였고 노 주지승과 동자승 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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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결하고 잠자리까지 약속받은 진이와 벽계수는 인호대를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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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대는 글자 그대로 호랑이가 사람을 안내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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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암 마을에 사는 어느 효자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100년 된 산삼을 캐려고 산을 헤매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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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한 호랑이가 나타나 효자를 업어 인호대까지 올려다 주어 산삼을 캐서 병석의 어머니에게 효도를 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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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용연 폭포 밑의 절벽 앞에서 상원암으로 가려던 길손이 길을 잃고 헤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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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만한 호랑이가 나타나 꼬리로 낙엽을 치우고 길을 안내하여 상원암까지 안내했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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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해가 짧으니 빨리갔다 오라는 말을 뒤로하고 진이와 벽계수는 끌어주고 밀어주며 인호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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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펼쳐진 오색단풍의 바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이 불가능하여 입을 모아 ‘야호!’ 소리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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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 저기 저 폭포는 산주 폭포와 용연 폭포이고 저기 저것은 천신 폭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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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인호대외엔 세 폭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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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에서 즐기는 것을 인호관폭이라 하여 묘향산팔경이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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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늦가을이라 단풍밖에 볼 수 없으나 봄엔 두봉화(철쭉꽃)가 장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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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짧아졌어요. 이제 빨리 내려가야 되요! 서둘러도 늦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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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두르다 상주암에 이르러 진이가 바위에 깔린 낙엽을 밟고 넘어져 발목을 접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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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에게 업혀서 상주암에 도착했을 때는 보름달이 창공에 두둥실 떴으며 주지스님과 동자승이 나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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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뭐라 했소이까. 늦지 않게 서두르라 했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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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혀오는 진이를 보고 호된 책망이며 방에 들어가니 동자승이 저녁상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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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저녁을 먹은 진이는 거문고를 땡겼으며 조용조용히 '창부타령'(倡夫打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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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향각 들어가서 오동향로 구경하고/ 심검당과 관음전, 동림헌과 미타전 망월주를 차례로 구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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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길 찾아가서 안심사 돌아드니/ 무수한 부도비는 도승의 유적이라/ 명월은 교교하고 청풍은 소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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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수청산 깊은 곳에 상원암을 찾아가서/ 대해포 구경하니 정신이 쇄락하여 이층철사 휘어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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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대 올라가니 송풍은 거문고요 두견성은 노래로다./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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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타령 63곡 중 한곡입니다.” 진이는 거문고를 벽에다 세우고 일어나 살포시 절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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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접질려 업고 온 감사의 표시며 벽계수는 진이의 거문고에 맞춘 창부타령에 취해 주지스님의 방으로 가는 것도 잊고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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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역시 사내고 진이가 옆에 있는데 그냥 잘 벽계수가 아니며 비몽사몽이라지만 생시같이 진이의 남자노릇을 하려 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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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도 피곤하지만 사내가 싫지가 않았고 진이의 몸은 사내를 밥 먹듯이 맞았던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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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를 풀고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바지를 내리니비릿한 사내 물건이 뱀처럼 꿈틀대며 들어와 목이 마르면 냉차를 마셨던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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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2~3년 기생으로 화대(花代)를 받고 송도를 넘어 한양과 두만강 건너 중국 사신들까지 품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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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수도는 서울이고 서울이 조선의 중심이지만 송도는 중국의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으로 나라가 바뀌어 수도의 기능은 잃었으나 문화의 화려함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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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가 이젠 기계(妓界)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한양의 지체 높은 문객(文客)이나 중국의 묵객(墨客)들은 송도 명월의 달빛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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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소리인 거문고 가락에 송도 명주인 태상주를 마셔 보기를 평생의 소원인 소위 버킷리스트의 하나로 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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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사내들의 욕망의 온도계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인들은 황하를 허풍을 떨어 강 이름을 붙였듯이 통큰 척 하지만 실제 화대는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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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들이 대부분이지만 조선정부의 접대비는 넉넉히 화대를 주며 환대를 부탁받으나 제 돈으로 잠자리를 할 땐 되놈의 본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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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이 화대를 떼먹고 줄행랑을 친 되놈도 진이는 겪었으며 손이 크기로는 조선의 중인(中人)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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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중인(역관)들은 떼돈을 벌었고 그들이 송도에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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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방 거리는 불야성을 이루고 거문고 소리와 교성이 거리를 메웠으며 북방민족의 독특한 대륙기질의 본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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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엔 개성상인이 있으며 고려인삼을 연경에 가서 비단과 보석으로 교환해와 떼돈을 번 백부자(白富子)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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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산동에 고래 등 같은 집을 짓고 왕실도 부러워하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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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진이한테 첩이 되어 달라는 제의를 여러번 해왔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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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의가 있은 후론 명월관 출입도 막았고 자유인의 자격에 흠이 되는 어떤 제의도 진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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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유를 위함이다. 진이도 한 사내에게 마음을 주면 일편단심 목숨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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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벽계수와 관계가 그러하며 밤마다 뜨겁게 살을 섞고 나니 봄볕처럼 따뜻한 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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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이 새고 내일이 되면 벽계수는 다시 한양으로 가며 그에겐 사대부의 풍모도 있고 패기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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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헤어져야 하는데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으며 지금 벽계수는 진이의 몸뚱이에서 욕망을 만끽하고 코를 벌름거리며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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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의 여의봉처럼 팽창되었던 물건은 오뉴월 엿가락같이 축 늘어진 채 삐죽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며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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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도 벌거숭이인 채였고 그녀는 살포시 일어나 학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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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정인을 떠나 보낼 때만 추는 춤이며 양곡 송세양과 헤어질 때 마지막 밤에 추고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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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에서 계속 -

[출처] 풍류야화 황진이(제23화)|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