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야화 황진이(제21화) - 수목원 온실에서

풍류야화 황진이(제21화)

 

 

벽계수의 첫날밤 욕망은 진이의 잦은 화장실 드나듦으로 끝내 불발되었지만 벽계수는 불만보다는 만족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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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의 불빛에 천하미색 진이의 알몸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고서야 즐길 수 없는 장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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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이의 생각은 탈랐으며 감정이 고조되어 비몽사몽 상태에 생사를 알 수 없는 어머니가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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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자손은 너(진이)로 족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화장실에 드나들면서 벽계수의 욕정을 냉각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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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기엔 방사를 피하라는 경고며 여자로 엄마가 되고 싶었던 원초적 욕망을 그 뒤론 접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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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황진사 집에서 사대부집 딸이었을 때 금지옥엽의 신분으로 고관대작집 청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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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난이한테 빼앗기고 기생의 딸로 태어나 부녀지간의 천륜을 끊고 기생이 된 사건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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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의 욕망의 찌꺼기로 태어난 인생이 어찌 평범한 행복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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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욕망이 과유불급임을 깨닫자 소름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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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와 첫 방사는 결국 며칠이 지나서야 이루어졌고 배란기가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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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새 남자를 만날 때마다 꽃잠(첫날밤)처럼 준비를 하였고 벽계수와도 그렇게 맞을 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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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야권을 행사한 송모 송도유수와 같이 몸을 내줄 예정이며 화려한 기생의 몸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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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仙界)에서 잠시 지상으로 놀러와 이승의 남자를 맞는 선인(仙人)의 전인미로의 선녀(仙女)의 자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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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거문고를 타는 모습에 벽계수의 욕정은 바람처럼 사라졌으며 너무 아름답고 황홀하여 다가갈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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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고 계세요? 이리 오셔서 노래를 부르시던지 사랑을 하시던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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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벽계수가 여자에게 주눅이 들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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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 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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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의 '무제'(無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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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삼남과 금강산, 그리고 지리산 등 팔도유람을 하고 온 후 꿈결 같은 현실에 어머니 현학금과 전우치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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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특별한 남자와 사랑을 할 때는 어머니가 나타나 김시습과 중국의 두보로 변신, 새로운 학문세계를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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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김시습 호)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세종이 승정원으로 불러 지신사 박이창과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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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소문대로 국민신동 임을 알아본 세종이 성장하여 학문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려 장차 크게 등용하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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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를 내리고 비단 30필을 주면서 가져가게 하였더니 그 끝을 서로 이어서 끌고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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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이의 눈앞에는 어머니 현학금이 나타났고 박꽃같이 흰소복 차림에 커다란 거문고를 메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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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때면 진이는 빙의(憑依) 상태가 되었고 지금이 바로 그런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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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야, 벽계수는 특별한 분이시다. 천침(薦枕:윗사람과 잠자리)으로 모시면 너의 영혼에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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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소녀경(素女經) 몇 구절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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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평소에 사대부 중 시대부인 벽계수를 사모하고 존경했었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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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네가 천침할 때 사정하지 않고 사랑만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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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몸놀림은 여자만이, 특히 진이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방줄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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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여자를 찾는 것은 방사를 하고 난 후에 정신이 말끔해져 새로운 의욕이 생겨야 되는데 그런 상황은 교접할 때 여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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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교접 중 절정에 이를 때 왼손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으로 사내의 음낭과 항문사이를 세게 눌러주면 정액이 나오려다 옥경에 머무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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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이 정력이 되고 그리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정력은 더 강해진단다. 벽계수 선비와 교접할 때 꼭 그렇게 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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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생생한 어머니 목소리에 진이는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태도로 경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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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거문고의 선율과 선녀의 알몸같은 진이의 모습에 정신마저 몽롱한 상태에서 방사도 꿈속의 천도 복숭아를 먹는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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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가 어머니 현학금이 시키는 대로 벽계수가 숨소리가 높아지자 왼손 둘째와 셋째 손가락으로 사내의 음낭과 항문사이를 간질이듯이 눌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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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듯 사랑을 마음껏 즐기다 제풀에 지쳐 진이 배위에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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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동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와 나신에 머무를 때 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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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몸상태고 진이의 음문에서 밤새 육두질을 마음껏 즐긴 거무칙칙한 옥경은 고개를 툭 떨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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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먼저 일어나 부엌으로 가 손수 잔죽을 쑤었고 진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잔죽을 들고 벽계수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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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엔 즐거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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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아직도 알몸인체 빙그레 웃음만 보였고 황홀했다는 눈빛이며 지금 벽계수 눈에는 전설로만 듣던 진이가 서왕모(西王母)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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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빛깔의 의상에 머리엔 금빛으로 장식 된 면류관을 쓰고 있으며 신선세계 여왕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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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엔 화려하면서도 고상한 거문고의 음률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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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왕모의 모습으로 자신을 꼼짝 못하게 하는 진이가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 경외의 존재로 다가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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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잔죽을 받아 물먹듯 마셨고 저녁도 변변히 먹지 않은 채 밤새 교접으로 힘이 고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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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묘향산 단풍구경을 가면 어떠하오?” 라고 등뒤로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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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이제현의 송도팔경의 '북산연우'(北山煙雨)를 낭송하였고 진이는 첫 음절에 알아듣고 거문고 음률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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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골짜기에 연기 빛은 움직이고/ 천 숲속에는 비 기운이 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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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산 구룡동의 동쪽에는/ 옛 병풍이 들러있는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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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뿌리 나무는 짙은 청색이요/ 시냇가의 꽃은 홍색으로 난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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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무지개 있을락 말락 할 적에/ 새 한 마리 날아 가물가물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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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이 끝났는데도 진이의 거문고 음률은 방안에서 울림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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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진이의 거문고 음률은 하늘의 소리라 하더니만 그 말이 맞소이다! 내가 오길 정말 참 잘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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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으로만 듣던 진이의 명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평생 한이 될 뻔 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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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는 거문고를 켜던 진이의 두 손을 꼭 잡고 놓을 줄을 몰랐으며 이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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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아씨! 아침이 준비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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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童妓)가 문을 두드리고 소리쳤으며 그들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거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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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화에서 계속 -

[출처] 풍류야화 황진이(제21화)|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