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야화 황진이(제7화) - 계명대 대명 캠퍼스

풍류야화 황진이(제7화)

 

 

추풍낙엽처럼 진이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고 사대부집 딸에서 서녀(庶女)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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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리 밑에서 주어온 계집애야!”로 놀려대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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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의 어미에서 태어나 그동안 사대부집에 들어와 호의호식하며 컸으니 이제 제자리인 서녀로 돌아가라는 것이며 발단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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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높은 사대부집에서 청혼이 들어왔는데 그 자리를 동생인 난이한테 양보하라며 출생의 비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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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녀가 어떻게 사대부집 옥골선풍의 총각의 신부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며 그때서야 진이도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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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온 진이는 하늘아래 천애고아 신세이고 게다가 진이는 갑작스런 충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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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였고 뿌옇게 안개가 끼여 상하좌우가 분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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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직감으로 경이 오빠와 동생 난이와 자주 찾았던 실상암쪽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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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처녀의 몸으로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온 진이는 해질 무렵 실상암에 도착하였고 주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진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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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온 발자국의 주인공은 실상암까지 따라왔고 뒤따라오던 주인공은 황진사집을 드나들며 살림살이를 사 나르던 저잣거리 총각 덕구(德玖·가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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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록 사농공상(士農工商)중 상에도 들지 못하는 천민이지만 허우대는 사대부도 부러워 할 헌헌장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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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도 사춘기가 지난 여자로서 사내를 볼 줄 아는 나이가 되자 그가 집안에 오갈 때면 그의 시선이 덕구의 가슴에 머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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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진이가 사대부집 딸에서 서녀로 신분이 바뀌어 집을 내쫓기다시피 하여 나서는 길에 그가 따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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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여섯 발자국 뒤에서 따라붙기 시작하여 실상암 관음굴 앞에 도착할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두 사람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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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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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나를 계속 따라오면 어쩌자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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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아씨를 혼자 두고 제가 어떻게 그냥 돌아갈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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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왜 내 걱정을 하느냐! 어서 당장 돌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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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부답이고 진이는 대답이 없자 뒤를 돌아봤으며  사내는 덕구로 대답대신 계속 걸어와 진이의 눈앞에 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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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않고 내 말이 말 같지 않게 들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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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제가 돌아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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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이에 어떻게 알았는지 주지스님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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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玄岩) 주지는 비몽사몽간에 황진사가 나타나 밖에 좀 나가보게 하고 사라져 밖으로 나와보니 진이와 덕구가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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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암은 사월초파일 등에 황진사가 넉넉한 시주를 하여 인연이 돈독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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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날이 저물었으니 안으로 들어가 쉬게나. 지금 다시 마을로 돌아가긴 너무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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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여긴 맹수들이 날뛰어 여간 위험하지 않아.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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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 주지스님은 둘을 떠밀다시피 하여 안으로 들여보냈고 점심도 거른 그들은 주지스님이 준 저녁밥을 맞바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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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깔리지 않았는데 벌서 관음굴 쪽에서 부엉이가 울었고 부엉이 울음소리 사이엔 간간이 늑대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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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밤이고 진이는 산사의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으며 꿈속을 헤메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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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두 뺨을 꼬집어 보았으나 분명한 현실이고 이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덕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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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이 덕구는 문밖에서 잘 터이니 아씨는 편히 주무세요”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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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밤 바람이 차니라! 이곳에서 너도 자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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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란 남녀가 한방에서 잘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진이는 즉흥적으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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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될 말이예요! 이 방에선 진이 아씨 혼자 주무시고 소승도 대웅전에서 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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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좁은 공간에서 젊은 남녀의 잠자리를 정리해 주고 주지스님은 대웅전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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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덕구도 진이 말대로 못이기는 척 같은 방에서 자고싶지만 자신이 한 말도 있고 주지스님도 자리를 비워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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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혼자 조용히 편안하게 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덕구도 마음과는 다르게 밖으로 나왔으며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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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에 거목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이름 모를 산짐승들의 울음소리처럼 들렸으며 덕구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고 소름까지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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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제법 차갑고 밤이 깊어지자 오슬오슬 추위에도 덕구는 소르르 잠이 왔으며 잠이 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눈이 자꾸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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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를 지키려는 뜨거운 마음에서 산사까지 따라왔는데 산짐승들이 울어대는 깊은 밤에 잠이 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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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처럼 밀려드는 좋음엔 속수무책이고 어느 때쯤인가 덕구의 어깨에 무거운 짐처럼 눌려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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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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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치며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났고 덕구는 순간적으로 산짐승이 자신을 덮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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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잠이 안와서 밤하늘의 별이라도 보고 있으려고 나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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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의 어깨에 몸을 의탁했는데 놀라 단발마를 토해냈고 덕구는 가슴이 뛰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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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그만한 일에 그렇게 화들짝 놀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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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가 다시 덕구의 어깨에 몸을 의탁하였고 덕구의 코에 진이 한테서 풍겨나오는 신비스런 향기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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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의 고함소리에 주지스님도 대웅전에서 나왔고 진이를 가운데로 덕구는 왼쪽에 주지스님은 오른쪽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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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가을이지만 곧 초겨울이 됩니다. 산사의 암자가 협소하고 불편하시더라도 참고 견디세요! 며칠을 지내보면 곧 적응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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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스님은 다시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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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아씨, 아씨도 방으로 들어가셔서 주무세요. 밤이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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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는 진이를 떠밀다시피 하여 방으로 들여보냈고진이는 덕구의 손이 옆구리에 닫자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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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도 역시 옷 속이지만 말랑한 진이의 살이 손에 느껴오자 정신이 혼미해지고 밀려왔던 잠이 은하수 밖으로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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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도 방으로 들어갔으나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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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 덕구도 대웅전 앞을 서성대며 밤을 샜고 그들은 지금껏 평소의 진이와 덕구가 아님을 동시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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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에서 계속 -

 

[출처] 풍류야화 황진이(제7화)|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