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山月夜詠梅|이 황
獨倚山窓夜色寒(독의산창야색한)
梅梢月上正團團(매초월상정단단)
不須更喚微風至(불수갱환미풍지)
自有淸香滿院間(자유청향만원간)
혼자 산창에 기대니 밤기운 차고
매화나무 끝에 달이 떠올라 이제 막 둥글어지네
반드시 다시 미풍이 불어오지 않아도
맑은 향기 뜰에 가득하네
步屧中庭月趁人(보섭중정월진인)
梅邊行繞幾回巡(매변행요기회순)
夜深坐久渾忘起(야심좌구혼망기)
香滿衣布影滿身(향만의포영만신)
나막신 신고 뜰을 거니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 곁을 거닐며 돈 것이 몇 번이던가
밤 깊도록 앉아 있어 돌아갈 일 잊고 있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 그림자는 몸에 가득
晩發梅兄更識眞(만발매형갱식진)
故應知我怯寒辰(고응지아겁한진)
可憐此夜宜蘇病(가련차야의소병)
能作終宵對月人(능작종소대월인)
늦게 피는 매화꽃, 참뜻을 새삼 알겠네
일부러 내가 추위에 약한 것을 알아서겠지
가련하다, 이 밤 내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밤새도록 달만 보고 있겠네.
山夜寥寥萬境空산야요요만경공
白梅凉月伴仙翁백매량월반선옹
箇中唯有前灘響개중유유전탄향
揚似爲商抑似宮양사위상앙사궁
산 속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비었는 듯,
흰 매화 밝은 달이 늙은 신선 벗해 주네.
그 가운데 오직 앞 내 흐르는 소리 들리니,
높을 때는 商음이고 낮을 땐 宮음일세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하네
-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중에서-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 속에서 성현을 대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비어 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 보니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을 말라
- 퇴계 이황이 두향에게 보낸 시-
2020/03/01 세천 한라비발디 아파트 화단에 핀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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