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10일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누에고치고
6개월만 살다가 버리는
집이 제비들의 집이며,
1년을 살다가 버리는
집이 까치들의 집입니다.

누에는 집을 지을 때
창자에서 실을 뽑고,
제비는 자기 침을 뱉어
진흙을 만들며
까치는 볏 집을 물어 오느라 입이 헐고 꼬리가 빠져도 지칠줄 모릅니다.

날짐승과 곤충은 이렇게 혼신을 다해 집을 지었어도
시절이 바뀌면 미련없이
집을 버리고 떠나 갑니다.
사람만이 끝까지 움켜 쥐고 있다가 종내는 빈손으로 떠나게 되지요.

자연을 완전히 소유하는
생명체는 세상 천지 어디에도 존재 할 수 없습니다.
태어난 모든 생물체는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자연에서 모든 것을
잠시 빌려 쓰다가
떠나가는 나그네입니다.

권불십년(權不什年)이고
청와대가 좋다하나
5년 잠시있다가는 세상만물중의 티끌이며
후르륵 타버릴 한움쿰의 건초에 지나지 않는다.
누에를 보거라.
제비를 보거라.
까치를 보거라.












2020/02/28 사문진 생태탐방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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