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악마의 스모킹 건, 그리고 괴물들의 천국을 짓는 자들

-방탄이 부수어버릴 서민의 마지막 방파제

강원도 원주에서 벌어진 세 모녀 피습 사건의 전말을 다룬 기사를 읽으며, 서늘한 분노와 함께 지독한 기시감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간다.

10대 가해자가 40대 어머니와 두 십 대 딸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살인미수 혐의로 송치하고 서둘러 손을 털었다. 만약 이대로 재판에 넘겨졌다면, 가해자는 미성년자라는 낡은 온정주의의 방패 뒤에 숨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머지않아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년법이라는 요람 안에서 아이들의 범죄를 어른들의 책임으로 돌리며 낭만적인 관용을 베풀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악의 농도까지 옅은 것은 아니다.

사건의 서류를 넘겨받은 검찰의 집요한 보완 수사가 끔찍한 진실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담당 검사가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샅샅이 포렌식하자, 범행 전 살인청부와 사시미칼을 검색한 치밀한 계획범죄의 정황이 고스란히 튀어나왔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가해자가 영상 통화를 하며 피해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이를 몰래 녹화한 성착취물까지 발견됐다는 점이다. 우발적 사고를 친 비행 청소년이 아니라, 피해자의 영혼까지 잔인하게 짓밟은 완벽한 10대 악마의 민낯이 검찰의 교차 검증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까발려진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무겁고 날카로운 두 가지 팩트를 던진다.

첫째, 10대라고 해서 모두가 교화와 갱생이 가능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뼈아픈 진실이다. 살인을 검색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괴물들에게 나이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들은 보호받아야 할 소년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되어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 범죄자의 나이가 아니라 피해자가 흘린 피눈물의 무게로 형량을 달아야 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둘째,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본질. 경찰의 무능과 나태함을 걸러내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최후의 방파제가 바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라는 사실이다. 검사가 성착취물과 계획범죄의 스모킹 건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세 모녀의 억울함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이것이 국가 형사 사법 시스템이 1차 수사와 2차 보완 수사라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설계된 이유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 여의도에서는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집권 세력인 민주당은 검찰 개혁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오는 10월 이 검찰청 자체를 역사 속으로 폐지해 버리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신들을 향한 거대한 권력형 부패 수사의 칼날을 부러뜨리기 위해, 아예 사법 시스템의 전원 코드를 뽑아버리는 끔찍한 방탄 공작이다.

여기서 작금의 현실을 관통하는 가장 기괴하고 섬뜩한 아이러니를 하나 꺼내 보겠다.

과거, 모녀를 칼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끔찍한 연쇄 살인마가 있었다. 그 가해자는 대통령의 친조카였고, 그 잔혹한 살인을 데이트 폭력으로 포장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조카를 비호했다. 피해자 모녀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던 권력자다.

그런데 지금, 또 다른 모녀를 칼로 찌른 10대 괴물의 숨겨진 악행을 끝까지 추적해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일선 검사들이었다. 살인마 조카를 비호했던 자가 권력의 정점에 앉아, 무고한 모녀를 구제해 준 검찰 조직의 숨통을 완벽하게 끊어버리는 이 기막힌 수미상관.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로 보이는가.

민주당은 자신들의 보스를 향한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팩트의 지배를 받는 검찰 조직을 거세하고, 권력의 통제가 쉬운 비대한 경찰에게 모든 수사권을 몰아주려한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권력자는 위증의 덫으로 수사 검사를 탄핵하며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은 무능한 경찰의 부실 수사 앞에서 어린 악마들과 깡패들에게 짓밟혀도 호소할 곳조차 없는 완벽한 무법천지가 도래할 것이다.

정치 괴물을 구하려다 거리의 악마들까지 자유롭게 풀어놓는 이기적인 방탄의 청구서.

오는 10월, 낡은 대검찰청 깃발이 내려가고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완전히 증발하는 날. 옥좌의 권력자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겠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거리의 양아치와 악마들의 칼끝 앞에서 법이 아닌 각자도생의 주먹을 쥐어야 하는 끔찍한 원시 시대로 내던져질 것이다. 서민의 피눈물을 땔감으로 태워 만든 방탄조끼의 대가가 이토록 참담하고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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