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0개’ 한국은 12만 개… 흉기가 된 과속 방지턱]
이웃 나라 일본의 도로 위 과속방지턱이 공식 집계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0개’에 가까운 반면, 바다 건너 대한민국의 도로에는 무려 12만 개가 넘는 방지턱이 깔려 있다. 안전을 명목으로 설치된 시설물이 이토록 극명한 양적 차이를 보인다면, 우리는 그 이면에 숨겨진 교통 행정의 구조적 모순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도심 이면도로부터 원활한 물류가 생명인 주요 간선도로까지 무분별하게 살포된 12만 개의 과속방지턱은 이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판’이 아니라,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고 혈세를 탕진하는 ‘도로 위의 흉기’로 전락했다.
이 갈라파고스적 행정의 폐해는 한일 양국의 교통사고 데이터가 품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인구와 차량 등록 대수가 한국보다 약 2.5배 많아 산술적으로는 사고 발생도 2.5배 많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일반도로에서의 과속 사고 건수는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2.5~3배나 더 많다. 인구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한국의 일반도로 과속 사고 발생률이 일본의 6~7배에 달한다는 뼈아픈 결론이 나온다. 12만 개의 방지턱과 3만 대의 무인 단속 카메라로 도로를 옥죄고 있음에도 이처럼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우리의 행정 당국이 근본적인 도로 환경 개선보다는 1차원적인 ‘물리적 통제’에만 매몰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혹자는 통계상 일본의 과속 사고 치사율(약 50%)이 한국(약 24%)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을 들어 일본의 도로가 더 위험하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통계의 엄격함이 만든 착시에 불과하다. 일본 경찰은 '누가 봐도 명백한 초과 속도가 사고의 결정적 원인'일 때만 과속 사고로 집계하여,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의 극단적인 고속 주행 사고만 통계에 남긴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제한 속도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가벼운 사고라도 폭넓게 과속으로 분류한다. 치사율의 숫자 놀음에 가려져 있을 뿐, 실제 대한민국 도로는 규격 미달의 장애물들로 인해 매일같이 끔찍한 사고를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도심 곳곳에서 빈발하는 과속방지턱 유발 사고를 분석해 보면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다. 영세 업체들이 헐값에 시공하여 법적 표준을 초과한 뾰족한 방지턱, 도색이 지워진 ‘스텔스 방지턱’은 운전자의 급제동을 유발해 뒤따르던 차량과의 대형 연쇄 추돌 사고로 직결된다. 차체가 낮은 고급 세단은 방지턱을 넘다 서스펜션이 주저앉고 오일 팬이 깨지기 일쑤다. 무엇보다 도로 위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무거운 하부 고압 배터리 팩이 규격 외 방지턱에 긁히면 언제 대형 화재로 이어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셈이다. 심지어 100미터 간격으로 튀어나오는 방지턱은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의 출동을 속절없이 지연시키며 국민의 골든타임마저 짓밟고 있다.
멀쩡한 도로를 누더기로 만든 이 촌극의 이면에는 표심만 의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독한 포퓰리즘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일반 도로의 방지턱 설치 최종 결정권과 예산 집행권을 쥔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은 감속 민원이 들어오면, 타당성 조사나 경찰 심의는 건너뛰고 일단 개당 수백만 원짜리 콘크리트부터 붓고 본다. 국토교통부 지침상 간선도로에는 방지턱을 깔 수 없음에도 이 규정은 가볍게 무시된다. 차량이 망가진다는 역민원이 빗발치면 다시 세금으로 수리비를 물어주고 아스팔트를 깎아낸다. 멀쩡한 도로를 파헤쳤다 덮기를 반복하며 수백억 원의 국민 혈세가 시공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부조리한 카르텔이 고착화된 것이다.
수치의 격차를 만드는 근본 원인은 결국 거버넌스의 차이다. 일본은 일반도로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단속 표지판이나 차량을 부수는 콘크리트에 의존하지 않고, 도로 폭을 좁히거나 굴곡을 만들어 물리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유도하는 ‘존(Zone) 30’이라는 선진적 ‘교통 정온화(Traffic Calming)’ 기법을 도입했다. 반면 우리는 그 막중한 치안과 안전의 책임을 기계와 콘크리트 덩어리에 철저히 ‘외주화’해 버렸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이 참담한 ‘방지턱 포퓰리즘’의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 간선도로의 흐름을 끊고 사고를 유발하는 불법·불량 방지턱을 전수조사하여 즉각 강제 철거해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장에게 집중된 무분별한 신설 권한을 엄격히 통제하고, 시설물 신설 시 반드시 교통·소방 당국의 합동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도로는 국가의 혈관이다. 아스팔트에 무식한 혹을 붙여 차량을 파괴하는 1970년대식 땜질 처방을 멈추고, 근본적인 도로 설계 혁신을 통해 교통안전의 패러다임을 환골탈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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