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야화 황진이(제27화) - 안심습지

풍류야화 황진이(제27화)

 

 

한양 손님을 통해 진이는 남사당(男寺党)에 대해 오래전부터 정보를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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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사회(男色社會)에 대한 관심이 발동하였고 진이가 이제 조선사회에서 더 이하 신분은 없는 남사당에 뛰어들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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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청룡 바우덕이/ 소리만 들어도 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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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청룡 바우덕이/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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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청룡 바우덕이/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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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청룡 바우덕이/ 바람을 날리며 떠나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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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로까지 나돌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고 바우덕이(金巖德:1848~1870)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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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40년 전에 진이가 남사당에 매료되어 수년 동안을 그들과 지냈고 위의 노래는 최근의 것이며 조용했던 마을이 오랜만에 떠들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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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 논밭 일로 허리 한 번 제대로 못피던 농사꾼들이 어깨를 들썩이고 마을 처녀들은 멀리 숨어서 가슴을 조이며 놀이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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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같이 환하게 흔들리는 횃불아래 춤추는 그림자들, 그 위로 어지럽게 퍼지는 흥겨운 풍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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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가운데에서는 남사당패들의 신나는 놀이가 한창이고 풍물놀이에 이어 버나(대접)돌리는 묘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살판(땅재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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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경꾼 속에서 남사당놀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진이가 눈에 띄었고, 송도에선 보기 어려운 남사당놀이를 보기 위해 한양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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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상층부에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보고 몸으로 체험하여 봤으니 이제는 최하층민인 천민의 세계도 보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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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를 연성(軟性) 국가로 조선은 경성(硬性) 국가로 진이는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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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선사와의 뜨거웠던 하룻밤도 외롭고 쓸쓸하고 사내 살 냄새가 아쉬울 때는 새록새록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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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은 진이를 뜨악해 하며 돈을 주고 육체적 기쁨을 맛보려는 족속은 많은 화대가 부담이 되어 쉽게 품을 수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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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많으나 신분이 너무 낮으면 상대조차 해주지 않아 진이는 이래저래 기명(妓名·명월明月)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외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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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사당패의 흥겨운 놀이판의 구경꾼들 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속엔 찬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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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패 놀이는 점점 열기가 더해 가고 매호씨(어릿광대)와 살판쇠(땅재주꾼)가 나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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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입을 쩍하고 맞추어 “안암팍이 분명하니 앞곤두부터 넘어가는데 휙휙”하고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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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손을 짚더니 한 바퀴 공중회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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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구경꾼들이 벌린 입을 채 다물기도 전에 살판쇠는 다시 뒷걸음질을 치는가 싶더니 다시 손을 짚고 뒤로 한 바퀴 사뿐히 돌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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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휙휙 소리를 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두 손으로 거꾸로 서서 걷다가 금세 한손으로 거꾸로 걷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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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판쇠는 “잘하면 살판이고 못하면 죽을 판이렷다.”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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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껑충껑충 위로 뛰어 몸을 틀고는 공중회전을 하려는 듯 몸을 솟구쳤고 그 밑에서 벌겋게 불을 담은 놋화로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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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판이 끝나자 보기 드문 미녀 어름사니(줄타기 재주부리는 광대)가 나와 매호씨와 줄고사를 올렸고 꽹과리, 징, 장구소리에 날라리까지 합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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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고사가 끝나자 장삼에 고깔 쓰고 중 모양을 한 여자 어름사니는 키를 훌쩍 넘게 매단 줄 위로 오르면서 재담 한마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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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하나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저 중 거동 보소. 억단(얽었담)말도 빈말이요.”라고 맑은 목청으로 중 타령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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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기예로 다져진 날렵한 몸매와 횃불 조명으로 음영이 짙은 미모에 구경꾼들은 잠시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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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경꾼 속의 진이는 고독이 휘오리가 점점 더 세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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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을 그리며 울고 지내니/ 산 접동새와 난 처지가 비슷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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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말은 진실이 아니며 거짓이라는 것을 아!/ 지는 달 새벽 별만이 아실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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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이라도 임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아아!/ 내 죄 있다 우기던 사람이 그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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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나에 대한 뭇사람들의 거짓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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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일이로다. 아아!/ 임이 나를 아마 잊으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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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님이여! 내 말씀 다시 들으시고 사랑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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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정'에 나오는 고려가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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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진이(明月)는 몸서리 쳐지도록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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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양·이사종·벽계수·이생, 그리고 화대를 주고 육체의 허기를 채우고 벌·나비가 꿀만 빨아먹고 훨훨 날아가듯 사내들은 모두 제 둥지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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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진이의 뻥 뚫린 가슴을 메우려 할 때는 사내들은 옆에 있지 않았고 지금이 바로 그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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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품에서 태상주를 꺼내 병 채로 마셨고 바로 이때 누군가 술병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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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도 없이 독주를 마시면 안 되오! 저리 가서 국밥과 함께 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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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헐레벌떡 진이 곁을 떠났다가 여자 살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진이가 한양으로 왔다는 소문을 듣고 수소문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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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도 없이 어떻게 육체의 허기를 채울 수 없을까 궁리를 하며 서성대고 있을 때 극적으로 진이와 해후하였고 사내 좋고 여자도 싫지 않을 상황적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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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 놀이판은 점점 열기를 더해갔고 높이 있는 미녀를 더 자세히 보려고 일어선 구경꾼들을 앉히는 소리에 놀이판이 잠시 소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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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어름사니는 장삼을 벗어던지고 전복(戰服)차림이 되어 갖은 걸음으로 재주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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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뒤로 걷다가 줄을 타고 앉아 화장을 하는 시늉을 하는가 하면 앞으로 가다가 뒤로 두 발로 뛰어 돌아앉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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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사니가 움직일 때마다 멍석 깔린 마당에 그림자가 출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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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러고 있을 것이오? 밤도 깊었소이다. 어서 주막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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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엔 삼남(충청·전라·경상도) 지방의 물산이 모이는 곳이오. 국밥이 아주 맛이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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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은 진이의 등에 손을 얹고 독수리가 먹이를 채가 듯 주막으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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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는 진이대로 이생은 또한 이생대로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를 마신 후 운우지락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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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가자 그들은 익숙한 부부모양 말이 필요 없이 한 덩어리가 되었고 오랜만에 해우 한 연인 같이 거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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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이 들어가면 진이가 깊이깊이 받아 물레방아 돌 듯 척척 맞아 돌아갔고 뒷산의 소쩍새도 그들의 운우지락을 응원하듯 목청껏 노래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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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에서 계속 -

[출처] 풍류야화 황진이(제27화)|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