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노인의 遺言이었다.》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한다."

지난해 미국 동부지역 여행 갔다 돌아오는 길, 필자는 한국 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뉴저지의 뉴어크 공항 출국장에 줄을 서 있었다.
옆에서,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수척한 노인이 어린 손자의 손을 꼭 잡고 거듭거듭 얘기를 하고 있다.
"엄마 아빠 말 잘 들어야 한다."
"엄마 아빠 시키는 대로 하고, 공부 열심히 해야 된다."

필자에게 노인의 그 말은, 손자에게 남기는 유언(遺言)으로 들렸다.
아들 며느리 손자 보려고 미국까지 왔던 노인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국만리의 아들과 손자를 살아생전에 또 볼 수 있을까? 또 안아볼 수 있을까?
연신 손자의 볼을 어루만지고 껴안으며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는 노인의 모습은,
살아생전 손자를 마지막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노인은 출국 게이트를 들어가면서 손자에게 차마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저 가족은 무엇을 이루고 얻으려 이국만리 타국까지 왔을까?
손자와 아들 가족을 두고 헤어지는 저 노인네의 마음은 어떨까?
사람이 잘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잘 사나 못 사나 곁에서 부대껴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사람이 백 년을 살지 못하는데ᆢ

"엄마 아빠 말 잘 듣어야 한다."
그것은 노인이 손자에게 남기는 유언이었다.
손자와 아들은 그 두 달 뒤 다시는 노인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2024. 1. 17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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