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문태소(拙文胎笑) : 웃음을 자아내는 편지
한 선비의 아내가 맹인을 청하여 집안의 평온을 비는 안택굿을 하려고 준비했다.
그리하여 맹인이 안택경(安宅經)을 낭송하려 하는데 병풍이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
선비의 아내는 남편에게 친구네 집에서 병풍을 좀 빌려달라고 하였다.
선비는 굿을 하는 일이 못마땅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서 친구의 집으로 사람을 보냈다.
'우리 집사람이 맹인에게 푹 빠져서 오늘 밤에 그를 불러들여 이상야릇한 일을 하려고 하니,
잠시 자네 병풍을 빌려주어 그 일이 성사되게 해주었으면 좋겠네.'
선비의 글을 읽은 친구가 병풍을 빌려주면서 일부러 놀려주려고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
"병풍은 빌려주겠는데 자네가 말하는 그 이상 야릇한 일이란 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니 좀 알려주게나."
이에 선비는 친구가 정말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묻는 줄 알고 다시 이렇게 글을 써보냈다.
'이 사람아, 그것은 음양(陰陽)에 관계된 그런 이상야릇한 일이라네.'
※음양(陰陽) : 음양 오행의 점치는 일 등을 뜻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남녀 관계를 나타냄.
이 글의 내용 역시 맹인과 선비 아내가 사랑을 나누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어 친구들이 보고 웃음을 터뜨렸더라 한다.
출처 : 김영동 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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