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해학]선비가 하인을 둘러대 속이다 - 반영 강변 풍경

선비가 하인을 둘러대 속이다

 

 

급지선변(急智善變) : 재빨리 둘러대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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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있었는데 집안에 얼굴이 예쁜 여종이 있어마음에 두며 가까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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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종의 남편이 한집에서 일을 하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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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틈날 때마다 여종의 남편을 멀리 심부름 보내놓고 그동안 여종 방에 들어가 즐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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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사실을 눈치챈 여종의 남편은 항상 마음 속에 한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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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 선비가 여종의 남편을 불러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편지를 전하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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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의 남편이 생각해보니 편지를 전하고 오면 밤이 깊어질텐데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주인이 자기 아내와 즐기기 위한 술책인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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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증거를 잡아서 추궁할 생각으로 주인에게 편지를 받아와선 곧 아내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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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주인어른이 아무 동네에 사는 누구 집에 편지를 전하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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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갑자기 복통이 나서 갈 수가 없으니 당신이 나대신 다녀와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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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따뜻한 방에 좀 엎드려 있어야 할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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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서 편지를 내밀자 아내는 하던 바느질을 거두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급히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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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여종의 남편은 호롱불을 끄고는 아랫목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하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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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 남편의 예측은 완전히 적중하였고 선비는 여종의 남편이 심부름을 갔으니 당연히 여종이 혼자 있을 줄 알고 살그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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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아랫목 쪽으로 가까이 다가와 앉아서 이불 속으로 슬그머니 손을 넣고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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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의 남편은 분노가 치밀고 진정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지만 꾹 참으며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앉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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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이 남의 방에 들어와서 무슨 도둑질을 하려고 이리 더듬느냐? 대체 어떤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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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갑자기 소리를 치는 여종 남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리곤 엉겁결에 기지를 발휘하여 큰소리로 위엄있게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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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이 무슨 짓이냐? 내 편지를 전하라고 시켰거늘 네 처를 대신 보내 놓고 이렇게 드러누워서 주인을 기만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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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도 네놈이 속이는 줄 알고 있었기에 오늘 작정을 하고 적발하려 했는데, 그야말로 딱 걸려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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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번에는 네 놈의 그 앙큼한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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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는 이렇게 소리치면서, 손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니 여종의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으면서 애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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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닙니다 주인어른! 소인이 갑자기 복통이 나서 부득이 심부름을 갈수가 없어 소인의 처를 대신 시킨 것이오니 소인을 용서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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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그러면 나에게 얘기하고 허락을 얻어야 하거늘, 네놈 마음대로 했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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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히 용서하니, 이후에 또다시 그러한 일이 있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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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여종의 남편은 주인의 간음 사실을 밝히려다가 도리어 낭패를 당하고 서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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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들은 선비의 친구들은 선비의 임기 응변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씁쓸해 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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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영동 교수의 고전 & Life

 

[출처] 선비가 하인을 둘러대 속이다|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