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야화]도련님을 짝사랑히는 풍산댁 - 샛강에서

도련님을 짝사랑히는 풍산댁

 

 

풍산댁은 뒷집의 도련님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고

도련님이 한산 세모시 복건을 쓰고 서당에 갔다가

돌아올 무렵 풍산댁은 일부러 대문 밖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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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이 도련님과 눈을 마주칠 때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 도련님도 흘낏 풍산댁을 보며 생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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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살의 뒷집 도련님은 얼굴에 아직도 솜털이

가시지 않았지만 백옥같이 흰 얼굴에 콧날은 오똑

하고 큰 눈에 긴 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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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꼭다문 붉은 입술이 꽉 깨물어주고 싶도록

예쁜 얼굴이며, 만약에 도련님이 치마를 입었다면

영락없는 미인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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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네 다섯칸 초가집과 뒷집의 홍진사네 서른

세칸 기와집 사이엔 담이 있지만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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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은 터가 높아 도련님이 방에서 들창을 열면

앞집의 우물이 있는 초가집 뒤꼍이 한눈에 훤하게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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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늦여름 어느 날에

점심 나절이 한참 지나서 그림자가 비스듬히 누을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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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을 마친 뒷집 도련님이 타박타박 앞집의 대문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풍산댁이 대문 틈으로 보고

얼른 뒤꼍의 우물가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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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모시 적삼을 벗어서 우물옆에 있는 앵두

나무 가지에 걸면서 곁눈질로 뒷집의 도련님 방을

힐끔 쳐다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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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의 도련님방 들창이 열리자 풍산댁은 못본척

하면서 저고리와 치마끈을 풀었으며 스물 아홉살

풍산댁의 몸매는 아직도 터질 것처럼 탱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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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치마와 고쟁이를 벗어 던지고 바가지로

물을 덮어쓰면서 찢어진 두쪽의 엉덩이를 뒷집의

도련님방 들창을 보고 살살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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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몸이 바짝 달아올라서 멱을 감다 말고

치마저고리를 옆구리에 차고, 텃밭에 가서 가지

한 개를 따서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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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들어간 풍산댁은 가지를 자신의 옥문에

대고 계속 문질러대며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흥얼거리고 온 몸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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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뒷집 도련님은 풍산댁의 탱탱한 가슴과

커다란 방댕이를 그리며 용두질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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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풍산댁 남편이 강건너 사는 친구 부친상

문상을 가며 부인에게 오늘 밤을 새우고 올테니

문단속을 잘 하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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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남편이 강건너 친구집 문상을 떠나고

날이 저물자 몸이 갑자기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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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몇자 적은 종이를 접어서 막대기 끝에

매달아 도련님 방의 들창 안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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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지자 문고리를 열어 놓은채 홑치마만

입고서 도련님을 기다리던 풍산댁이 깜박 잠이

들었다가 가슴이 답답하여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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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도련님 양물이 풍산댁의 옥문속에 깊숙이

들어와 쾅쾅 절구질 하고 숨소리는 가마솥에서

김을 뿜어 올리는 것처럼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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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은 연신 도련님을 불러대면서 두 다리를

도련님의 허리에 휘어감고 두팔로 목을 힘차게

옥죄며 자신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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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을 계속해 두번이나 뒤집고 장대비를

쏟아낸 도련님이 방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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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을 켜자 풍산댁은 뒷집의 도련님이 아닌

뒷집에서 일하는 총각머슴 바우라는 것을 알고

혼비백산 놀라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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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이 막대기 끝에 매단 종이 쪽지를 도련님

방에 넣었을 때 마침 도련님은 방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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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침모가 도련님 방의 이불을 바꾸러 왔다가

풍산댁이 넣은 종이 쪽지를 주워 내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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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오늘밤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니 월담을

해서 안방으로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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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렁이 같은 침모는 쪽지를 읽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총각머슴 바우에게 엽전 스무 냥을 받고

그걸 팔아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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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댁이 다듬이 방망이를 높이 치켜들자 바우가

빙긋이 웃으면서 종이 쪽지를 펴보이며 임자라고

부르자 풍산댁은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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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겨온 글 -

[출처] 도련님을 짝사랑히는 풍산댁|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