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와 시동생의 누룽지 사건

 

 

보신작식(補身灼食) : 몸에 좋은 누룽지

총각 둘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나 기운 없어 죽겠다."

​"젊은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그런 소리나 하고

정말 안됐다. 대체 왜 그래?"

​"너도 내 입장 되어 봐라. 너야 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지내지만 나야 어디 그러냐?

아버지 어머니 모두 돌아가시고 형수 밑에서

얻어먹는데."

"형수가 굶기기라도 해?"

​"굶기기야 하겠냐? 밥을 준다는 게 매일같이

눌은밥이야. 이젠 누룽지만 보면 신물난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좋은

꾀를 하나 궁리해 냈다.

"너 걱정하지 마라. 좋은 수가 있다."

​"좋은 수가 무언데. 어떻게 하는 데?"

"아무 생각말고 내일 아침에 내가 찾아갈테니

미리 변소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내가

묻는 말에 시키는 대로 대답이나 하면 돼."

​친구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른 후에 자기

집으로 돌아갔으며 다음날 친구가 찾아왔다.

​"아주머니, 안녕하십니까 ? 그런데 얘는 어디

갔습니까?"

"도련님은 변소에 가셨는데 좀 기다리시죠."

​"아닙니다. 제가 볼 일이 좀 급해서요. 거기로

가서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친구는 변소 앞에 가서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야, 너 물건 한번 되게 크다. 요즘 무얼 먹는데

그래?"

"맨 날 누룽지지 뭐."

​"너 눌은밥 한 해 동안 먹고 이렇게 커졌으니

한 해만 더 먹으면 방망이만 하겠다."

​형수는 부엌에서 밥하다 말고 이야기를 모두

들었으며 그후, 다시는 시동생에게 누룽지를

주지 않았으며 그좋은 누룽지는 매일 형님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출처 :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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