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편복원(木片復願) : 대팻밥을 다시 찾다.
어떤 선비가 나이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서
사주를 교환하고 혼인날을 잡아놓게 되었다.
그런데 선비가 은근히 처녀를 한번 보고싶은
마음에 볼일이 있어 지나던 길이라 핑계하고
처가가 될 집에 들리게 되었다.
석양 무렵에 선비는 색시의 방이 있는 뒤뜰로
나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성거리자
과연 얼마 후에 처녀가 방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척 하였고 처녀 또한 장차 낭군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 하던 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끗 사내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 무렵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서 처녀는 선비의 양물 크기를
보았으며 처녀는 깜짝 놀라 어머니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말했다.
"어머니, 난 절대 시집을 안 갈 거예요."
"왜 이러니? 어서 까닭을 말해 보아라."
"글쎄 병신이 되고싶진 않단 말이에요."
"병신? 아니 그것은 또 무슨 소리더냐 ?"
처녀가 조금전에 바라본 선비의 우람한 양물
그림자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딸의 얘기를
들으니 과연 사위의 양물이 그리 우람하다면
딸이 병신이 될 것 같은 의심도 들었다.
어머니는 그날밤 사랑채로 나가 장차 사위가
될 선비에게 모든걸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자
선비는 피식 웃으며 장모에게 그런 이야기를
정말로 믿는냐고 하였다.
그리고 정 그렇게 걱정이 되면 보여주겠다고
하자, 처녀의 어머니는 지체있는 여자였으나
딸이 병신이 되느냐 안되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였기에 자세히 검사하였다.
이윽고 안심이 되어 딸에게로 돌아가 낭군이
양물을 대패로 깍아낼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했디면서 전하자 처녀는 안심하게 되었다.
드디어 두 사람이 혼례식을 올리고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질펀한 운우지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한 뒤에 신부가 신랑에게 말했다.
"서방님, 지난번에 밀어버린 대팻밥을 조금만
다시 찾아올 수 없나요?"
출처 :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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