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자인 단오제 행사 봉산 탈춤

모자를 쥐고서 꿈이라 여기다

 
 

악모의몽(握帽疑夢) : 모자를 손에 쥐고 꿈이라

여기다

한 어리석은 서생이 관서의 기녀에게 미혹되어

여러 달을 계속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기녀의 행수기생이 다급히

기녀를 부르며 말했다.

"관찰사께서 본군에 도착해 너를 수청기생으로

선택하셨으니 서둘러 단장하고 들어가 뵙거라."

기녀와 한 방에 있던 서생이 흐느끼며 말했다.

"오늘은 너를 품을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으냐?"

그러자 기녀가 흐느끼는 서생에게 말했다.

"저에게 좋은 계책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셔요.

월경중이라 핑계를 댈 것입니다.'

그러더니 음납(생리대)을 차고 관찰사가 묵고

있는 객관으로 나갔다.

서생이 몹시 기뻐하며 몰래 기녀 뒤를 따라가

엿보니 기녀는 객관에 이르자,

음납을 풀어 담장의 기와를 들춰낸 후 그 안에

감추고는 이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크게 노한 서생은 음납을 꺼내 들고 돌아와서

손에 들고 앉아서 등잔불을 밝히고 잠을 자지

않으며 말했다.

"내가 저를 그처럼 극진히 아끼고 사랑했는데

어쩌면 나를 이토록 속일 수가 있는가?"

한참동안 혀를 차다가 문득 엎어져서 음납을

손에 쥔 채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새벽이 되어서 기녀가 객사에서 나와 자신이

감추어 두었던 음납을 객관담장 기와 밑에서

찾았지만 간 곳이 없었다.

기녀는 서생이 가져갔을 것이라 짐작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몰래 살펴보니 역시나 서생이

음납을 손에 쥔 채 깊은 잠이 들어 있었다.

기녀는 서생이 쓰고 있는 모자를 가만히 벗겨

서생의 손에 들려 있는 음납과 바꿔치기 하고

나와 다시 어제 저녁처럼 사타구니에 음납을

찬후 급히 서생을 부르며 방에 들어와 말했다.

"서방님, 주무셔요? 안 주우셔요? 저는 어제밤

그 계책으로 수청을 모면했답니다."

서생이 깜짝 놀라 일어나 앉으며 소리 질렀다.

"분하도다. 분해! 너의 정체가 이미 탄로났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보아라."

그러자 기녀가 서생에게 물었다.

"무슨 물건을 보라는 말씀이신지요?'

"너의 음납이 여기에 있지 아니한가? 변명하지

말라!"

기녀가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음납은 제 몸에 채워져 있는데, 어찌 서방님의

손에 있다고 하시는지요?

다시 보십시오. 모자를 보고 음납이라 하시다니

무슨 헛소리이십니까?"

서생이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과연 모자인지라 괴이하게 여기며 말했다.

"내가 꿈을 꾸었나' 하고는 인하여 기녀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기뻐서 말하였다.

"너는 진실로 나를 저버리지 않았구나."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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