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선비와 청상과부 인연

 
 

조선시대에 선비 한 사람이 과거에 낙방하고 귀향하는 길에 산중을 걸어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집 대문을 두드리자 절세의 여인이 대문을 열었다.

선비는 지나가는 과객인데 날이 저물어서 하룻밤 유하기를 청한다고 하면서 그 여인에게 간곡하게 사정을 하였다.

여인이 이곳은 여인 혼자서 사는 곳이지만 야밤에 거절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듯 하여, 허락하겠다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선비는 마음이 들떠서 구름가마 탄것 같은 느낌으로 안으로 여인을 따라 들어갔것다.

서로 수인사를 나눈 다음에 저녁상이 들어오는데 너무나 정갈하고 맛갈스러워 차림을 보니 양반댁 여인이었고 저녁을 먹고 선비가 여인에게 물었다.

"어쩌다가 이런 산중에 홀로 사시는지요?"

머뭇거리던 여인이 자초지정 사연을 털어놓았고 뼈대있는 판서댁 자제에게 출가했으나 첫날밤에 신랑이 요절하여 청상과부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엔 나라에서 수절을 장려하고 재혼은 어림도 없는 규범이었으며 선비는 저녁도 잘먹고 사연을 듣고서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올턱이 없었다.

선비는 사공에 뱃노래~ 목포는 항구다~ 처녀뱃사공 등등 온갖 망상과 만리장성 기와집 짓는 공사로 괴로워하다가 용기를 내어 추파를 던졌다.

"저어~ 남녀가 유별하나 오래간만에 절세 미인을 뵈니 춘심을 금힐길 없어 감히 합방을 청합니다."

선비가 조심스레 절세미인 청상과부에게 추파를 던졌으며 청상과부도 단칸방에서 아랫목에 낮선 남정네를 재우고 윗목에서 잠이 올턱이 없었다.

선비의 추파에 망설이던 청상과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와의 약조를 지켜주면 선비와의 합방에 응하겠다고 하였다.

여인은 이곳 산골에서 혼자 살다가 인연이 닿으면 신랑감을 만날 것이고, 없으면 팔자라고 생각하며 독수공방 하면서 살기로 했다면서 한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지나가는 남정네 중에 도리와 이치를 알고 진정한 사랑이면, 마음에 드는 남정네에게 문제를 내서  맞추는 인격의 도량을 갖춘 선비라면

합당한 인연이라 생각하고 평생 동거동락 하기로 작정했다고 말하면서, 이에 응하고 따르겠느냐고 선비에게 물었다.

그래서 선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선 곳감이 달고 수정과 식혜가 맛있으니, 언감생심 그리 하겠다고 급한 마음에 혼쾌히 승낙하였다.

선비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글 공부라면 어느 누구에게 못지않게 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과거도 다넛 번이나 낙방한 경력도 있으니 그까짓 여인이 내는 시제 하나 제대로 못맞추겠는가 하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정색을 한 이 청상과부 여인이 나그네에게 문제의 운을 띄우는것이었다

여인이 낸 시제는 "今日夜合房連也" 하고 물었으며 선비에게 합당한 답을 이어보라고 하였다.

선비가 부귀영화를 누리도록 해주겠다. 손에 물도 안묻히게 해주겠다. 호강시켜주겠다. 등등의 온갖 답을 다 해주어도 여인은 아니라고 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니여~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여~"

청상과부는 선비에게 내가 바라는 답이 아니라고 하면서 선비가 밤새도록 답변을 하여도 계속해서 아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선비는 자기 나름대로 글줄께나 읽었다고 자부하던 자신을 한탄하였다.

선비는 그러니 내가 과거도 번번이 낙방을 하였지 하고 자책을 하였으며 어느듯 첫닭이 울고 나그네 선비가 여인에게 두손을 들고 말았다.

"이보시게! 내가 졌소! 하지만 내가 포기하는 대신 정답이나 알려주면 교훈으로 삼겠소!" 하였다.

선비가 사정하자 여인이 "그럼 저와의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고 알려드리리다" 하면서 답하였다.

"男便地下鳴何也" 그 여인이 낸 시제에 대한 답은 "지하에 계시는 남편이 운다"는 것이었다.

비록 청상과부로 재혼과 같은 꿈을 꾸지만 상대가 자기의 입지를 알고 새생활을 시작하면 배신감이 적게 생기는 것이었다.

즉 도리를 알고 행하면 떳떳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정네를 여인은 찾고 있엇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비는 청상과부와 인연이 닿지 않아서 일이 성사되지 못하고 낙향을 하였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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