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 전광열

그해 계절은 어머니에게 봄을 주지 않았다
자식 온다는 소식에 기대어 줄창 기다리던
양철대문 안에 주인 잃은 감나무가 그렁그렁
푸른 잎을 매달고 있었다
뒤안의 장독들은 살이 조금 빠진 모습이거나
멍한 표정으로 지나는 구름을 핥고 있었다

찬장과 싱크대의 어머니 손때가 몹시 슬펐다
찌그러진 양재기와 주전자를
나는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몇 십 년 촌음식을 도회지로 저나르던 반찬통들이
마른 먼지를 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엌 뒷문이 꺽꺽
어머니의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옛집이 늙으며 떠나간다
마루가 삭고 문고리는 맥을 놓고
손길 떠난 연장들은 빛을 잃고 숨소리마저 그치고,
빛잃은 것들을 하나하나 태울 때마다
출가한 사남매의 성장의 이력이, 이 집의 영혼이
하나씩 몸을 털며 주인 따라 하늘로 오른다

어머니는 주말이면 오셔서 유품을 마저 챙기신다
우리들을 가볍게 하신다
그것들은 너무 낡고 오래 되어 우리가 쓸 수 없는 것들이라며... ...


♤ ㅇ 이 시는 약 5년 전에 저가 어머님을 잃고
고향집에 홀로 계신 아버님을 모시러 귀향했던
어느 봄날의 풍경을 시로 쓴 겁니다
다행히 직장이 대구라서 고향 경산에서
아버님도 모시고 출퇴근도 가능했지요
직장이 멀었다면 효자는 못될 뻔 했네요
물론 저는 효자는 못되지만요 ㅎㅎ

ㅇ 위의 시 제목은 외출입니다. 봄날의 외출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영원히 떠나신 게 아닌
잠시 외출했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여자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집안은 금방 늙습니다
쓸고 닦는 건 아무래도 여자들이 나은데
본의 아니게 저가 어머님 역할을 할 수 밖에요
막상 밥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초보 주부가 되어 좌충우돌 물으면서 배워
몸 불편한 아버지를 지금껏 5년째 모시며
즐겁게 텃밭 농사를 지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ㅇ 위의 시는 어려운 게 없고요 다만,
마지막 연에서
어머님은 주말이면 오셔서 유품을 챙기신다
이 부분이 이해가 쉽지 않을 듯해요
주말마다 고향집에 가서 유품을 챙기는 이는
자식들이고 저죠
어머니 유품을 챙길 때마다
저희 가슴에 엄마가 생각나고 살아 오시죠
오셔서 우리가 정리하는 것들이
너무 낡고 후져 너희들은 못쓴다 버려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해요
아버지보다 엄마, 어머니보다 엄마
왜 우리에게 엄마란 두 글자는 특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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