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1 수목원에서

노화

안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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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노화 속에선 무엇이 익고 있을까
세속은 더 농후해지고 노련해진
감정 반죽이
발효도 끝나갈 즈음
오감은 뭉툭해지고 기억의 방은 헐렁해지는데
작고 단단한, 내뱉으면 탕탕 튕겨나가는
강한 발언이 새롭다 생각하게 된다
세속의 칼날 피해가며 두려움을
어찌 다스려왔을까
갑옷을 두르고 몸은 쭈글쭈글
속내는 벼린 칼날처럼 빛나는데
그것마저도 감춰진 노년에 내보일 수 없는 갈망 있다
세속으로 다가가기 전 고여 있던
푸른 숲 같은 속내, 말은 부드럽고
부드러움에 칼날은 없었던 때
세속의 칼날 앞에서
돌을 다듬는 물의 손을 믿었던 때
여자의 노화 속엔 그런 향수가
있는 듯하다
그 속에 숨은 힘, 그동안 투명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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