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 사진을 찍으러 갔다 꽤나 난감한 상황의 이야기를 올려 보았다 .

그러다 보니 또 솔섬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옮겨 본다.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솔섬 사진에는 저작권이 없다?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찍은 강원도 <솔섬>은 수묵화 같은 느낌과 구도로 많은 관광객 유치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솔섬>과 유사하게 보이는 사진을 이용해 TV 광고를 제작했다. 케나는 이 사진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법원은 ‘자연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이고 케나의 사진과 광고에 쓰인 사진은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케나의 솔섬과 저작권 분쟁

강원도 삼척 월천리에 ‘속섬’이라는 곳이 있다. 육지와 붙어 있고 별다른 명소가 주변에 없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2007년 <철학자의 나무(Philosopher’s tree)>로 유명한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가 방한해 이 섬을 찍어 작품으로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케나가 찍은 수묵화 느낌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진 때문이었다.

작품이 알려진 후 많은 사진 애호가들과 관광객들이 이 섬을 찾게 된다. 케나는 이 사진에 <파인트리(pine tree)>라고 이름을 붙였고 ‘속섬’은 ‘솔섬’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실 당시 속섬은 LNG 생산기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여론에 힘입어 보존이 결정되기도 했다. 케나의 작품이 살린 것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케나의 사진 이미지를 생각하며 솔섬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솔섬에 가서 케나가 촬영한 장소와 카메라 앵글을 서로 공유하기까지 했다. 사진 애호가들은 ‘케나처럼’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촬영 포인트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케나의 사진과 유사한 구도, 느낌의 사진이 상당히 많다.

케나의 <솔섬>과 관계된 공식적인 분쟁이 발생한 것은 대한항공의 광고다. 대한항공은 2011년 8월 공모를 통해 아마추어 작가가 찍은 솔섬 사진을 이용해 TV 광고를 만들었다. ‘솔섬 삼척 편’이라는 광고였는데, 여기에 나온 사진이 케나의 <솔섬>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 하는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가 나가자 공근혜갤러리는 사진 무단 사용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3억 원의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했다. 케나의 <솔섬>이 TV 광고에 사용된 적은 없지만, 케나가 보통 광고사진 사용료로 받는 돈이 4억 원 정도여서 이것에 근거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4년 법원은 “자연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로서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표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전체적인 콘셉트나 느낌에 의해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저작자나 예술가의 창작의 기회 및 자유를 심하게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케나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4월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4’ 국내 출시를 앞두고 만든 광고 시안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 광고 시안에는 케나의 <솔섬> 사진에 나오는 소나무섬과 그림자 부분만을 사용했다. 케나의 사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광고 시안을 보고 그 사진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림 1 삼성전자의 갤럭시S4 광고 시안

제일기획은 케나 측과 저작물 이용에 대한 협의는 했다. 광고 시안을 제작하기 전에 케나의 저작권을 대행하고 있는 공근혜갤러리에 사용을 의뢰했는데, 흑백 이미지에 컬러를 입히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용 허락을 받지 못한 제일기획은 모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서 케나의 솔섬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를 구매해 광고 시안 제작에 사용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는 원작의 구도에 맞추어 촬영을 하고 최대한 유사하게 후반 보정 작업을 했던 것 같다. 협의 과정과 달리 흑백 이미지를 사용했다. 만약 원작이 흑백인 사진을 컬러로 바꾸는 행위는 저작권자가 가진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가 창작물의 내용,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다. 흑백영화를 컬러영화로 제작하는 것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 출처 : 마이클 케나, 솔섬사진, 저작권분쟁 자료1


▲ 출처 : 솔섬 사진 - D항공사 광고 사용, 저작권분쟁 자료2

삼성전자의 갤럭시S4 광고 시안


사진의 저작권 보호

사진은 빛이나 복사 에너지의 작용을 이용해 피사체를 필름이나 디지털 매체에 기록하는 것이다. 사진은 그림과 함께 인간의 역사를 사실감 있게 기록할 수 있는 매개체로 함께해 왔다. 1839년 프랑스인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가 발명한 은판사진()으로 풍경을 찍은 것이 사진의 시초라고 한다. 당시에는 인물 사진이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법 역사에서 볼 때 사진은 다른 저작물에 비해 늦게 저작물로 보호받기 시작했다. 또한 보호 기간도 짧았다. 우리나라 최초 ‘저작권법’인 1957년 법은 음악이나 미술저작물은 사후 30년까지 보호했지만 사진저작물의 보호 기간은 사후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사진을 창작성 있는 예술로 보기보다는 회화나 조각 등과 달리 카메라라는 기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간의 창작적 역할이 적고, 사물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복제의 수단으로 본 것이다.

그 후 사진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진 촬영 과정에서 발견되는 창작성에 주목하게 되고, 문화 · 예술 분야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국제적으로도 사진을 저작물로 인정한 것은 다른 저작물보다 늦은 1908년 베른협약 베를린 개정 회의 때부터였다.

사진이 저작물로 보호받으려면 얼마나 창작성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 있다. 188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버로길스 사건 판결이다(Burrow-Giles Lithographic Co. v. Sarony). 원고인 사로니(Sarony)는 유명한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사진을 촬영했는데, 피고 버로길스 회사가 사로니의 사진 중 하나를 대량으로 무단 복제해 판매했다.

버로길스는 사로니의 사진은 피사체를 단순히 기계적인 방법으로 촬영한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창작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원고가 피사체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 피사체, 의상, 포즈, 배경, 조명 등을 선택하고 배치한 데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림 2 사로니의 오스카 와일드 사진(1882년 1월)


사진의 창작성은 피사체의 선택, 셔터 찬스, 셔터 스피드, 조리개의 선택, 카메라 앵글, 조명, 구도, 감도 선택, 렌즈나 사진기의 선택 등 다양한 요소에 산재되어 있다. 특히 필름 카메라라면 필름의 선택이나 현상 · 인화 과정에, 디지털 카메라는 이에 덧붙여 포토숍(컴퓨터 소프트웨어)과 같은 후보정 과정에서도 사진가의 창작성이 개입되어 결과물이 달라진다. 동물이나 사람같이 움직이는 피사체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같이 고정된 물체도 사진저작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버로길스 판결에서는 사진가가 피사체를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데서 창작성을 찾았지만 피사체를 연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진이 저작물로 보호받는 데 장애는 없다. 피사체의 연출에만 창작성이 있다고 한다면 전문 사진가나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만 저작물이 된다는 비합리적인 결과가 되고 만다.

학계에서는 사진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① 주민등록증 · 여권 사진, 감시 카메라 등 실용 목적으로 찍은 사진, ② 기계부품 · 설계도 사진 등의 기능적 사진은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법원은 햄 제품만을 충실히 찍은 광고사진, 성형외과의 모발 이식 전후 사진, 수술 사진은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광고사진, 풍경사진은 사진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법 2005.7.22.선고.2005나3518판결).

자연경관과 저작권

솔섬이라는 자연경관 자체에 저작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케나의 <솔섬> 이미지를 모방 촬영해 유사한 이미지를 만든 것은 마치 유명 화가의 그림을 흉내 내어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산이나 섬처럼 자연경관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 상당수 유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일정한 구도로 촬영한 이미지를 모방해 사진을 제작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솔섬> 사건에서 법원은 “자연경관은 만인에게 공유되는 창작의 소재이기 때문에 촬영자가 피사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사진에서는 촬영뿐만 아니라 포토숍과 같은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후반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법원의 지적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것보다는 케나의 사진과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구도가 다르고, 케나 사진은 늦가을 저녁, 아마추어 작가는 한여름 새벽에 찍어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 모방작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자연물이나 풍경이라도 어떠한 앵글로 촬영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달하는 의도가 달라진다. 산이나 숲과 같은 자연경관에 대한 앵글은 아이디어이므로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 실린 아름다운 사진을 보라. 앵글을 흉내 내어 찍는다고 그런 사진이 나오지는 않는다. 산이나 섬과 같이 장소나 각도가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어떤 줌렌즈(거리 조절이 가능한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피사체가 달라 보일 수 있다.

사진은 구도, 빛의 강약상 창작성이 있다. 원작 이미지를 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작물이 나오더라도 구도, 원근법, 빛 강약이 유사하지 않으면 원작과 비슷한 느낌이 나올 수 없다. 케나의 사진과 유사한 구도라도 흑백사진인 <솔섬>과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사진은 얼마든지 있다. 케나 사진의 핵심은 나무와 그림자 그리고 섬을 멀리서 바라보는 원근법이다. 케나의 사진에서 이 부분을 제거하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평범한 사진이 된다.

공근혜갤러리 측은 전문가들에게 두 사진의 비교를 의뢰했다고 한다. 케나 사진이 흑백이고, 대한항공의 사진이 컬러이기는 하지만, 비율과 컬러를 맞추어 비교해 보았더니 소나무가 좀 자란 것 빼고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히 겹쳐졌다고 한다. 의도적으로 케나의 사진을 모방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이 회화와 비교해 저작물로 인정되는 범위가 좁을 수 있지만 그것은 사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작권법의 일반 이론에 의해 창작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초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도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다. 모든 사진은 아무리 간단하더라도 찍는 사람의 개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일반인이 찍은 사진과 전문가가 찍은 사진을 특별히 구분하지도 않는다. 누가 찍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사진이라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사진의 창작성은 피사체의 연출, 영상화 작업 이외에 순간포착(timing)에서도 발견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이 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순간을 포착하거나 케네디 대통령 암살 장면을 찍은 사진과 같이 사건 현장에 우연히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을 포착해 찍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사진의 창작성 범위

‘저작권’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이 제한되는 영역을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이 있는 사진이라도 일반인이 사적()으로 복제하거나 모방을 하여 가정과 같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또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공정 이용도 있다. 비영리 목적으로 최소한으로 인용하거나 이용한다면 상관없다. 명작을 따라 찍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케나도 사진을 공부할 때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방해 찍었다고 한다.

<솔섬> 사건에서 법원은 케나의 사진이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진이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일반인이 보았을 때에는 유사하게 보이지만 자연경관 사진은 구도가 조금 다르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뿐이다. 모 예술복합공간의 아트숍에서는 케나 이미지가 인쇄된 캘린더에서 사진만 잘라 액자에 넣어 ‘아트상품’으로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행위는 충분히 저작권법 침해가 될 수 있다.

사진의 창작성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 왔지만 피사체를 선택한 것도, 카메라의 렌즈를 피사체에 향하게 한 것도, 셔터를 누른 것도 모두 촬영자의 선택이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촬영자의 개성적 표현이다. “자연경관은 만인의 것이다”라거나 “풍경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소재”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간이 볼 수 있는 모든 사물은 사진의 대상이며 창작성을 인정하는 범위만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타인 사진을 무단 이용할 경우 저작권법만 관련이 되지는 않는다.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사진이더라도 무단 이용해 타인에게 손해를 주고 영업상 이익을 취한 경우에는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 박준우(2014.). 모방풍경사진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연구. ≪계간 저작권≫, 106호.
  • 오승종(2013.). 『저작권법』. 박영사.
  • 이상정(2014.). 사진의 저작물성에 관한 일고. ≪계간 저작권≫, 105호.
  • 한국저작권위원회(2008.~2011.). ≪저작권판례집≫(11~13호).

    [네이버 지식백과] 솔섬 사진에는 저작권이 없다?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2015. 5. 20., 하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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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인 즉슨 솔섬이 이름 없는 무인도 엿는데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솔섬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는 이야기와

솔섬을 사진으로 찍어 가공한 사진이 삼성전자 갤럭시 휴대폰에 사용하려고 했다가 피소 당했지만 자연 경관이 저작권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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