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아포면 국사리에 선산이 있답니다.
그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셔 놓았지요
모신지가 50년도 더 되는듯 합니다.
내가 태어나고 이듬해 돌아 가셨으니
때문에 할아버지의 존재도 모르고 커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벌초며 성묘를 다녔죠 묘소에 갈때 마다
황폐해지고 들짐승이 묘소를 파해쳐 봉분도 무너지고
산소 주변은 아카시아나무로 군데 군데 나무가 자라고
잔디가 차츰 차츰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계속 두고만 볼 수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아닌 나의 후손에게 산소 관리를 맡긴다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행히 아버님 묘소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모셔 별다른 관리가 필요가 없고
어머니도 함께 모시면 되기 때문에 신경 쓸일이 없을듯 하고
오다 가다 한번 씩 들러 꽃도 갈아 드리고 참배도 드리고 하면 되지만
할아버지 묘소는 그게 아니지요 그래서 파묘를 결정 하였습니다.
봉분을 파햬쳐 유골을 화장하여 산에 뿌리고 묘소를 없애기로
육촌 형제들과 그렇게 결정 하였답니다.
지난 토요일 마지막 재례를 드렸습니다.
증조부 묘소와 당숙부 묘소도 같이 정리 하기로 하고요
마침 윤달이 끼인 윤년의 해이라 올해 아니면 안 될것 같아 택일을 하여
파묘를 하기로 하였답니다.
다음주면 포크레인으로 봉분을 부수고 파해쳐 유골을 화장 하려고 합니다.
이젠 마지막이 될 할아버지의 묘소를 사진으로 나마 남겨 둡니다.
작은 할머니의 소생인 삼촌과 사촌 형제가 왜 상의도 없이 파묘를 했느냐는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진을 남겨 두려 합니다.
평소 한번도 묘소를 찾지 않는 원수지간과도 같은 삼촌과 사촌 형제지만
혹 이라도 할아버지 묘소를 파묘했다는게 알려져 원성을 살까하여 사진을 남깁니다.
그것 뿐 아니라 이제 되 돌릴 수 없는 마지막 산소 의 모습이라
섭섭함이 더 크서 사진이라도 남겨두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