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31) 게이샤 커피... 르왁커피... 고가의 특수한 커피 수요는 시장확대에 긍정적 영향

  • 신혜경 전주기전대학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교수
  • 입력 : 2017.04.21 05:00

    [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31) 게이샤 커피... 르왁커피... 고가의 특수한 커피 수요는 시장확대에 긍정적 영향
    오늘날 커피를 재배하는 나라들은 나무당 수확량이 많으면서도 병충해에도 강한, 맛 좋은 개량종 커피를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세계커피연구회(World Coffee Research)는 ‘스타마야(Starmaya)’라는 새로운 품종의 커피가 개발되어 곧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1년 프랑스의 농업기술센터(CIRAD)와 중남미의 열대농업연구교육센터(CATIE, Centro Agronmico Tropical de Investigacion Ensenanza)등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한지 16년 만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스타마야는 아라비카 종류 중의 하나인 F1 하이브리드 품종으로 니카라과에서 임상시험을 마쳤다고 한다. 임상시험 결과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으며 맛 또한 최상급이란 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F1 하이브리드 커피는 실험실 바깥의 오염된 땅에서는 자라지 않는 등 아직 여러 문제점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이런 문제점이 해소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색있는 새로운 커피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커피 품종 개량종 중에 현재 가장 비싸게 팔리는 유명한 품종으로 ‘게이샤(Geisha)’를 들 수 있다. 이름에서 일본 기생의 매혹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사실은 일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게이샤라는 이름은 1931년 에티오피아에 주재하던 영국 외교관이 연구용으로 커피 열매를 수집하던 중 에티오피아 남서쪽 카파 지방에 있는 게샤 지역에서 가져온 커피 열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즉 이 종자를 카파 지방의 게샤 또는 게이샤라 불리는 마을에서 가져왔다고 하여 게이샤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을 따서 ‘아비시니아종’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가져온 커피 열매는 1936년에는 탄자니아로 보내졌다가 다시 1953년에 코스타리카로 보내졌다. 그 후 1963년에는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 전해져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재배되고 있는 게이샤 커피는 이 때 전파된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처음 게이샤가 파나마에 전파되었을 때는 대체로 해발고도 1,400미터 정도되는 지역에서 재배되었고, 품질이 일정치 않아 그저 그런 맛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커피 품종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파나마에 있는 3,300m 높이의 바루 화산 동쪽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는 보케테(Boquete) 지역에서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세계를 매료시키는 커피로 재탄생하게 된다.

    바루 화산의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캐러비안 해가 보이고 서쪽으로 태평양이 보인다. 보케테 지역에서는 게이샤 커피 나무를 바루 화산의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가파른 경사면에서 재배하고 있다.

    그렇게 재배되는 커피 나무는 한 달에 2~3주 동안 시속 60~70마일로 세차게 부는 바람에 맞서 견뎌야 한다. 일반적인 커피나무와는 달리 가늘고 키가 12~15 피트까지 크게 자란다. 일반적인 커피 나무들은 수확하기 편하도록 가지치기를 하여 대체로 키가 대략 8피트(대략 2.5미터 정도)를 넘지 않는다.

    이런 특수한 지역에서 생산된 게이샤 커피는 커피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복합적인 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베리류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망고, 파파야, 복숭아를 응축시킨 향을 가지고 있다.

    게이샤는 2005년 파나마에서 열린 커피경진대회 (Cup of Excellence, COE)에서 첫 선을 보였다. 게이샤가 오늘날과 같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7년 파나마에서 개최된 COE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부터다.

    에스메랄다 농장의 스페셜 게이샤 커피는 온라인 경매 사상 유례가 없는 파운드당 130달러라는 전무후무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그 당시 에스메랄다 농장의 농장주가 출품한 COE 84~88점 대의 스페셜티 커피가 파운드당 2달러에 불과하였는데 그 해 생산된 대부분의 게이샤 커피는 1파운드에 12.50달러에 팔렸다.

    당시 공정무역커피 가격이 유기농 생두의 경우 파운드당 1.41달러, 비유기농 생두의 경우 파운드당 1.21달러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공정무역 커피 가격은 2008년에 유기농 생두의 경우 파운드당 1.55달러, 비유기농 생두의 경우 1.35달러로 인상되었다) 게이샤 커피가 얼마나 높은 가격에 팔렸는지 알 수 있다. 2006년 파나마의 COE 대회에서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 커피는 파운드당 50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로스팅된 게이샤 원두 100g(커피 5잔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 약 5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한잔에 최소 1만5천원~2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마니아들에게는 꾸준히 인기가 있다.

    최근 게이샤 커피는 국내외에서 열리는 각종 커피 경진대회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커피 경진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신만의 특색있는 커피향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최고 품질의 스페셜티급의 커피 원두를 가지고 출전한다.

    2016년 세계바리스타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할 한국국가대표 선발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대부분이 게이샤 커피를 가지고 출전할 정도로 게이샤 커피는 전문가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게이샤 커피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파나마의 보케테 지역과 같은 풍부한 화산토양과 가혹한 자연환경이 아니더라도 게이샤 특유의 향미를 구현할 수 있는 재배방법을 하루 빨리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31) 게이샤 커피... 르왁커피... 고가의 특수한 커피 수요는 시장확대에 긍정적 영향
    커피 품종은 아니지만 비싸게 거래되는 특수한 커피로는 ‘루왁커피’를 들 수 있다. 루왁(Luwak)은 말레이사향고양이를 뜻한다. 루왁커피는 이 사향고양이가 먹어 그 소화기관을 통과하여 배설된 커피 열매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가격이 1파운드 당 120달러에서 600달러에 이를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및 필리핀과 동티모르에서 생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위즐이라는 베트남산 족제비가 먹고 배설한 커피 열매로 만든 위즐커피도 있다.

    루왁은 본능적으로 가장 잘 익은 커피 체리만을 따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섭취된 커피 체리가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외피와 과육이 제거되고 커피 생콩만 남아 배설되는데, 커피 열매가 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위 속의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커피의 향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컷의 발정기에 사향이 묻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향성분의 커피는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배설된 커피 콩을 깨끗이 세척한 후 원두 고유의 향미를 잃지 않는 수준에서 가볍게 로스팅한다.

    루왁커피
    루왁커피
    몇 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의 커피 농장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일부러 수확시기에 맞춰 방문하여 직접 커피열매를 따고 가공도 해보는 체험을 하였다.

    커피열매를 수확하여 과육을 벗기고 물에 담궜다가 넓은 체에 펼쳐 자연바람으로 그늘에서 말리는 작업을 하던 중, 이미 가공을 마치고 그늘에서 며칠째 건조되고 있는 커피 생두가 보였다.

    그 생두 중에 푸르스럼한 형광색을 띄고 있는 것들이 보여, 결점두인 줄 알고 앉아서 하나씩 모두 골라내고 있었다. 이때, 농장주가 지나가며 크게 화를 내면서 바로 그것이 사향이 묻은 생두라고 하여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사향 묻은 루왁커피의 생두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

    당시 농장주는 자연 방목한 사향고양이에 의해 만들어진 루왁커피는 1kg 생두가 산지에서도 우리 돈으로 무려 40만원을 호가한다고 하였다. 사향고양이가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배설을 하는 특정 장소를 찾아 배설된 커피 생콩을 일일이 수집해야 하므로 그 생산량이 아주 적어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루왁커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향고양이를 잡아 양식을 하면서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고 약을 먹여 배설하게 하여 커피 생콩을 얻는 곳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루왁커피를 ‘양식 루왁커피’라고 부르는데 값은 자연 방목 루왁커피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동물보호가들은 커피 농장에서 루왁을 사육하는 것이 동물학대라고 하면서 루왁커피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루왁커피는 사향이라는 한방의 약용작용과 특유의 향미 때문에 값비싸게 팔린다. 마치 우리나라의 누룽지를 마시는 느낌과도 흡사하다. 커피수업을 하던 중에 고령의 수강생들에게 루왁커피를 선보이면 대부분 좋아하며 꾸준히 마시고 싶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루왁커피 한잔이 3만5천원이나 5만원에 팔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저가커피를 취급하는 매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게이샤나 루왁커피처럼 최고가의 커피를 찾는 수요 또한 늘고 있다. 다양한 커피 맛을 느끼고자 하는 커피마니아층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초저가 커피에서 초고가 커피까지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커피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전체 커피시장에 부정적인 의미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커피를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서 즐기며 시장이 커진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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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9/2017041901442.html#csidx07dc057f4dd0858ac55d6649cb4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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