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집사의 후회
박집사는 마을 모퉁이에 조그마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카페였습니다.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쉽게 오픈할 수 있다고 하기에, 상가를 임대하고 사업자 등록과 위생교육까지 마치고 카페를 열었습니다.
초기 인테리어 비용과 각종 장비 구입에 꽤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카페를 시작하자마자 박집사는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지불하고 나면 재료비조차 남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누가 하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그러던 중 “커피 맛이 좋다”는 소문이 조금씩 나면서 매상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신의 카페보다 훨씬 좋은 위치에 저가 커피 매장이 들어섰던 것입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이 한꺼번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단골손님들이 싼 커피 매장으로 옮겨가면서, 원래도 어렵던 형편에 매출이 반 토막 났습니다. 충성 고객이라고 믿었던 손님들조차 몇백 원이라도 더 저렴한 곳으로 옮겨가니 섭섭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박집사는 아르바이트생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내보냈습니다. 그 뒤로는 박집사 부부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경영을 하면서 부부 사이도 나빠졌습니다. 카페를 문 닫을 수 없어 가족여행조차 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박집사 부부가 카페에서 일하면서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있을 때는 젊은 손님들이 꽤 많이 왔지만,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박집사는 ‘이대로 카페를 접어야 하나…’ 하고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만두기에는 투자한 비용이 너무 많고 손실도 커서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박집사가 간과한 점은 무엇일까요?
1. 카페는 타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지만,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직종이라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2. 카페는 사람을 고용하는 업종입니다. 따라서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페의 고정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이 임대료와 인건비입니다.
3. 카페 신규 매장을 낼 때 거리 제한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바로 옆에도 새 카페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는 입지가 좋아 보이면 사정없이 들어와 버립니다.
4. 카페는 가격 경쟁이 매우 심한 업종입니다. 조금이라도 비싸면 손님들은 바로 더 싼 곳으로 찾아갑니다.
5. 카페는 위치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고객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6. 카페 인테리어는 2~3년에 한 번씩은 바꿔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업에 드는 비용이 꽤 큽니다. 새로 인테리어를 꾸밀 여유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카페를 하나 운영해 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박집사의 퇴직 후 인생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결국 박집사는 오랜 기도와 망설임 끝에 결심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카페를 접기로 말입니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는 약 12,083개의 카페가 새로 창업되었습니다. 같은 해 폐업한 카페는 약 11,450개로, 이는 하루 평균 34곳이 문을 닫은 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카페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2022년 기준, 서울 지역 커피·음료 업종의 3년 평균 생존율은 51.9%로, 이는 약 절반의 카페가 3년 내에 폐업함을 의미합니다.
커피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로 성공하려면 정말 많이 배우고 공부하며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실력을 갖춘다 해도, 카페 사업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사실 목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주변에서 군소 신학교에서 잠깐 공부한 뒤 몇 개월 만에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자신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뛰어들기도 하고, 목회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목회는 가장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신학을 12년 동안 공부하고 임상 목회의 과정을 거쳐도 평생 어렵고 힘든 것이 바로 목회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뛰어들어도 안 되고, 사명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이 집사에게 박집사가 조용히 말합니다.“집사님,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최우성(태은교회 담임목사, 강원대학교 커피과학과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Ph.D, D. Min) 공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