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이는 전라도의 거시기
전라도 어느 한적한 물 좋은 시골 밭에서 콩을 한 짐 지고 온 아버지가 지게를 세우며 아들놈에게 말했다.
"야야, 저그 가서 거시기 좀 가져와라."
아들이 헛간에서 도리깨를 갖다 주자 휘잉휭 힘차게 휘둘려지는 도리깨질에 콩깍지의 콩들이 멍석에 쌓여 간다.
동네 아낙들이 모여 수군수군 댄다.
"아 글씨, 방앗간 집 순심이 엄마 말이여, 거시기 허고 눈이 맞아서 집을 나갔디야"
"그려? 고것이 참말이면 일났네 일났어. 아이고, 거시기는 불쌍혀서 어떡허냐!"
아낙들이 걱정스러워 거시기를 한다.
한성질 하시는 초로의 수학 선생님이 눈만 끔벅이는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아따, 여긋다가 거시기 허면 요거시 되고, 요것에다 또 거시기 허면 요거시 되는디 요것을 모른다냐 시방? 아이고 속 터져!"
애꿎은 칠판과 분필에 화풀이를 한다.
이처럼 자주 쓰이는 전라도 거시기는 때로는 사람이요 때로는 사물이며 동심 맑았던 우리의 동무였다.
"거시기 말이여 날씨도 좋고 헝게로잉 요번 벙개칠 때 다들 싹 나오더라고 오랜만에 얼굴 보고 거시기 한잔 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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