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4년) 가장 큰 둥근 달 풍경입니다
오늘(10.17일/음력 9월15일) 달은 가장 작은 둥근달(미니문) 보다
14% 더 커 보인다고 하며 이번 슈퍼문은 지난 해 8월 31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 이라고 합니다
☆한강의 <소년은 온다> 이것이 real이다.
복면한 그 형들은 누구였을까?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동호는 도청에 가면 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총도 만질수 있고, 따발총도 볼 수 있다는 소리를 친구 정대에게 들었다. 그날 동호 너는 친구 정대와 함께 가끔 총소리가 들리는 도청 뒤 서남동 골목길을 지나 허물어진 담장 틈으로 도청으로 들어갔다. 그저 총을 만져보고 따발총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는 그렇게 도청으로 갔다.
너는 도청 상무관 뒤편 마당 한켠에서 LMG 기관총 탄창에 총알 끼우는 일을 했다. 너는 총알 끼우는 일을 하얀 복면을 한 어느 형에게 붙잡혀 배웠다. 그 형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집에 있는 너의 뿔테안경 쓴 작은형이랑 비슷한 모습이었고 눈이 마주치면 가끔 웃어주기도 하였다.
광주말이 아닌 낯선 말씨를 쓰는 십 수명의 그런 복면형들이 그곳 상무관에 있었다. 개중에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여자처럼 하고 있는 형도 있어 여자인가 싶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었다.
나무판자에 뻘건 뺑끼로 쓴 감시반이라 씐 작은 간판을 앞뒤로 매단 트럭과 찌뿌차가 쾨쾨한 소리를 내며 세멘 바닥에 앉아 차가운 총알을 맨손으로 꽂고 있는 너의 앞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어딘가에서 한가득 총을 싣고 오는 트럭의 꽁지에서 검은 연기가 한 움큼 쏟아지면 너는 고꾸라져 콜록거리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복면형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낯선 말씨로 내 뱉던 복면형의 나지막한 고함소리 그것을 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은 말라우"
"이건 혁명이라우"
너는 마치 꿈에서 가위 눌린 듯 옴짝달싹을 할 수 없이 상무관에서 꼬박 사흘 밤낮 동안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너는 복면형들의 말이 광주말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뿐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거기에 왔을지는 알지 못했지. 너는 어렸으니.
나중에 세상 사람들이 그 복면형들을 몇번 광수 몇번 광수라 하던 그들이라는 것을 그때 너는 알지 못했다. 이상한 낯선 말씨의 복면형들이 어디에서 무엇때문에 온 사람들인지 너는 알지 못했다.
그 복면형들이 북한에서 광주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왔다는 소리를, 옆에서 총알을 함께 꽂던 친구 정대가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말해주기 전까진 너는 복면형들이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알지 못했다.
너는 상무대 뒤 마당 세멘 바닥에서 기관총 탄창에 차가운 총알을 열심히 꽂았을 뿐이다.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복면한 그 형이 누구인지 모른 채.
저녁이 다가오는 무렵 군인들이 물러갔다는 소리가 들리고도 총을 실은 트럭들은 여전히 쾨쾨한 소리를 쏟아내며 분주하다. 너는 이튿날 아침에 복면형에게서 총 만지는 법을 배웠다. 탄창을 꽂고 오른쪽 손잡이를 뒤로 당기고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쏜다고 배웠다. 옆에서 정대도 함께 배웠다. 탄창을 꽂지 말고 연습하라는 복면형의 거듭된 말도 하였다.
저녁 무렵 어둑할 즈음 너의 옆에서 탄창 띠에 총알을 꽂던 친구 정대가 '땅'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너는 정대의 목덜미에서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는 그 붉은 피를 고스란히 보았다. 너는 방금 살아있던 정대의 죽음을 방금 보았다. 피범벅인 정대는 오가는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실려갔다 한낮쯤에야 태극기에 싸인 주검이 되어 돌아와 상무관 바닥에 줄지어 뉘어졌다.
옆에서 총을 만지던 복면형의 실수로 일어난 총기 오발사고라 하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너는 무서움과 공포로 목구녕이 붙어버려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었지만, 그 밤에도 너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복면형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ᆢᆢ(중략)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동호는 도청에 가면 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총도 만질수 있고, 따발총도 볼 수 있다는 소리를 친구 정대에게 들었다. 그날 동호 너는 친구 정대와 함께 가끔 총소리가 들리는 도청 뒤 서남동 골목길을 지나 허물어진 담장 틈으로 도청으로 들어갔다. 그저 총을 만져보고 따발총을 보기 위해서였다. 너는 그렇게 도청으로 갔다.
너는 도청 상무관 뒤편 마당 한켠에서 LMG 기관총 탄창에 총알 끼우는 일을 했다. 너는 총알 끼우는 일을 하얀 복면을 한 어느 형에게 붙잡혀 배웠다. 그 형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집에 있는 너의 뿔테안경 쓴 작은형이랑 비슷한 모습이었고 눈이 마주치면 가끔 웃어주기도 하였다.
광주말이 아닌 낯선 말씨를 쓰는 십 수명의 그런 복면형들이 그곳 상무관에 있었다. 개중에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여자처럼 하고 있는 형도 있어 여자인가 싶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었다.
나무판자에 뻘건 뺑끼로 쓴 감시반이라 씐 작은 간판을 앞뒤로 매단 트럭과 찌뿌차가 쾨쾨한 소리를 내며 세멘 바닥에 앉아 차가운 총알을 맨손으로 꽂고 있는 너의 앞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어딘가에서 한가득 총을 싣고 오는 트럭의 꽁지에서 검은 연기가 한 움큼 쏟아지면 너는 고꾸라져 콜록거리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복면형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낯선 말씨로 내 뱉던 복면형의 나지막한 고함소리 그것을 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들은 말라우"
"이건 혁명이라우"
너는 마치 꿈에서 가위 눌린 듯 옴짝달싹을 할 수 없이 상무관에서 꼬박 사흘 밤낮 동안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너는 복면형들의 말이 광주말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뿐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거기에 왔을지는 알지 못했지. 너는 어렸으니.
나중에 세상 사람들이 그 복면형들을 몇번 광수 몇번 광수라 하던 그들이라는 것을 그때 너는 알지 못했다. 이상한 낯선 말씨의 복면형들이 어디에서 무엇때문에 온 사람들인지 너는 알지 못했다.
그 복면형들이 북한에서 광주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왔다는 소리를, 옆에서 총알을 함께 꽂던 친구 정대가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말해주기 전까진 너는 복면형들이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알지 못했다.
너는 상무대 뒤 마당 세멘 바닥에서 기관총 탄창에 차가운 총알을 열심히 꽂았을 뿐이다.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복면한 그 형이 누구인지 모른 채.
저녁이 다가오는 무렵 군인들이 물러갔다는 소리가 들리고도 총을 실은 트럭들은 여전히 쾨쾨한 소리를 쏟아내며 분주하다. 너는 이튿날 아침에 복면형에게서 총 만지는 법을 배웠다. 탄창을 꽂고 오른쪽 손잡이를 뒤로 당기고 방아쇠를 당겨 총을 쏜다고 배웠다. 옆에서 정대도 함께 배웠다. 탄창을 꽂지 말고 연습하라는 복면형의 거듭된 말도 하였다.
저녁 무렵 어둑할 즈음 너의 옆에서 탄창 띠에 총알을 꽂던 친구 정대가 '땅'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너는 정대의 목덜미에서 폭포처럼 콸콸 쏟아지는 그 붉은 피를 고스란히 보았다. 너는 방금 살아있던 정대의 죽음을 방금 보았다. 피범벅인 정대는 오가는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실려갔다 한낮쯤에야 태극기에 싸인 주검이 되어 돌아와 상무관 바닥에 줄지어 뉘어졌다.
옆에서 총을 만지던 복면형의 실수로 일어난 총기 오발사고라 하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너는 무서움과 공포로 목구녕이 붙어버려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었지만, 그 밤에도 너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복면형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ᆢᆢ(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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