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에 맞이하는 가을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
힘을 다하여 삶을 사랑했을까?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반듯한 명함(名銜)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세울 이름도 없는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 하고 살았을까 하는
후회는 또 왜 이렇게 많을까.
그리움을 다하여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도,
사랑을 다하여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황혼기의 가을 앞에 서면
모두가 놓치기 싶지 않은 추억인데..
그래,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앨범속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황혼기에 맞이하는 가을 앞에서는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이 아름다우리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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