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부터 일본까지, 각양각색 새해맞이

지구 반대편에선 새해에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와 다른 세계 각국의 신년 풍습을 살펴봤다.
■ 미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해를 맞아 보신각 타종을 기다리듯, 미국인들은 ‘볼 드롭’을 기다린다. 볼 드롭이란, 12월 31일 23시 59분부터 그해의 마지막 60초 동안 타임스 스퀘어 꼭대기에서 크리스털 볼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을 지켜보는 행사다. 새해가 되는 순간에는 1톤에 달하는 오색 색종이가 아름답게 흩날리며,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으로 새해를 맞은 기쁨을 나눈다. 볼 드롭 행사 전후로는 전 세계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져 매년 수백만 명의 인파가 이곳을 찾는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에선 19세기부터 이어져온 성대한 새해맞이 거리 축제 ‘민스트럴 카니발’이 펼쳐진다. 당시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차별정책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흑인 노예들은 1년에 단 하루 주어진 휴식의 날인 1월 2일에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고, 이후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뒤에도 자유를 향한 갈망을 춤과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민스트럴 카니발’로 굳어졌다. 현재는 다양성과 화합을 의미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프랑스

미식의 나라 프랑스는 새해 첫 명절인 주현절에 달콤한 아몬드 크림이 들어 있는 파이 ‘갈레트 데 루아’를 먹으며 행운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갈레트 데 루아를 만들 때에는 도자기 인형인 ‘페브’를 반죽에 넣어 함께 굽는데, 파이 조각 안에서 페브를 발견한 사람이 그날 하루 왕이 되는 행운을 누린다. 노예까지 초대해 가족 연회를 열었던 고대 로마인들이 갈레트 데 루아를 나눠 먹고, 페브를 발견한 노예가 그날만큼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요구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 데에서 유래한 전통이다.
■ 멕시코

멕시코 사람들은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먹으며 새해가 풍족하길 기원한다. 이 풍습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스페인 마드리드의 포도원에서 다음 해의 포도 풍작을 기원하며 포도 열두 알을 먹었다는 설과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에 스페인 국왕이 백성들에게 포도를 나눠주며 함께 먹도록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포도와 함께, 빨간 속옷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해 첫날 빨간 속옷을 입으면 애인이 생긴다는 속설이 있어 이날만큼은 빨간 속옷을 챙겨 입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뉴질랜드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6월 혹은 7월에 새해를 맞는다. 황소자리의 어깨 부분인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태양과 같은 시간에 떠오르는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의 설날인 ‘마타리키’를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축제를 연다. 식재료를 가열해 증기를 내뿜도록 하는 방식으로 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하우타푸’ 의식도 이때 치러진다. 마타리키에는 땅에 구덩이를 판 뒤 고기, 감자, 옥수수 등을 지열로 서서히 익히는 마오리족의 전통 음식 ‘항이’를 만들어 나눠 먹는다.
■ 태국

태국의 설날은 4월이다. 타이력으로 정월 초하루를 의미하는 ‘송끄란’ 기념행사도 이 시기에 열린다. 송끄란은 산스크리트어로 ‘이동’을 의미한다. 이날 태양의 위치가 바뀌며 새해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태국에선 물이 정화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송끄란에는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액운을 씻어낸다. 이 시기에는 재스민을 우린 물에 찬밥을 말아 반찬을 곁들이는 ‘카오채’를 많이 먹는다. 카오채는 본래 신에게 바치는 음식이었는데, 태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송끄란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 튀르키예

튀르키예에서 사람의 심장 색깔과 비슷한 붉은색은 사랑과 행복, 건강을 상징한다. 붉은색 과일 중 하나인 석류는 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행운을 가져다주는 과일로 통했는데, 빼곡한 석류 알은 다산, 부, 풍요를 의미한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새해에 집 밖에서 으깨진 석류를 발견하면 그해의 운이 좋다고 여긴다. 새해 전날 현관문 앞에서 석류를 으깨며 행운이 오길 기원하거나, 속에 들어 있는 알이 많이 터질수록 더 큰 행운이 온다고 믿어 지붕 등 높은 곳에서 석류를 떨어뜨리는 사람도 있다.
■ 일본

일본에선 새해 연휴를 맞아 오세치 요리를 먹는다. 3단 혹은 5단 찬합에 다양한 음식을 정갈하게 담은 메뉴다. 오세치 요리의 대표 식재료인 새우는 노인의 굽은 등을 닮아 장수와 지혜를, 작은 멸치는 번영과 풍요를, 청어알은 다산을 의미한다. 가족과 둘러앉아 요리를 먹고 난 후에는 가까운 신사를 찾아 새해 첫 참배 ‘하쓰모데’를 한다. 대문 앞에 ‘기다린다’는 단어인 ‘마쓰(待つ)’와 발음이 비슷한 소나무 장식 ‘가도마쓰(門松)’를 세워두고 오곡 신이 와 복을 내려주길 기다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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