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술'이라는 귀한 말》
☆그것은 직관적 감성의 말이다.
☆그것은 직관적 감성의 말이다.
일전에 편의점에 들러 "단술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편의점 젊은 직원이 멀뚱멀뚱 알아듣질 못하여 "감주 어디 있어요?"라고 재차 물었다. 언어적 소통장애를 겪은 셈이다.
감주(甘酒)를 순우리말로 바꾸면 '단술'이 된다. 지금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는 말이지만 예전 경상도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식혜를 '단술'이라고 했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식혜를 단술이라고 불러, 필자는 지금도 식혜를 단술이라고 부른다. 달콤한 술이라는 뜻으로 단술, 감주(甘酒)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살펴보니 '국어 순화안'(1994년)이라는 총무처 발행 자료에서 감주를 단술로 순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렇듯 단술이라는 말이 순우리말로서 대접받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단술은커녕 감주마저도 어느새 밀려나 식혜라는 말이 더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식혜와 감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식혜는 엿기름 우려낸 물에 밥을 함께 삭힌 것이며, 감주는 일본의 음식으로서 고두밥과 누룩을 함께 발효시켜 단것을 넣은 것이다. 이렇듯 식혜와 감주는 그 제법과 식재료가 아예 다른 음식이지만 우리는 감주와 식혜를 같은 말로 통용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감주와 식혜는 같은 듯 다른 음식이다.
식혜(食醯)라는 말은 한자어로서 밥을 삭힌다는 뜻이며, 실제로 식혜는 밥을 엿기름과 함께 삭혀서 만듦으로 그 만드는 과정까지를 표현하는 이름으로 식혜가 마땅하긴 하지만, 식혜라는 것이 삭혀서 발효시켜 만든 것이어서 결국 술과 유사하므로 달콤하게 발효된 술이라는 의미의 단술이라는 이름이 외려 매우 적합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집 아들은 어릴 적에 단술을 '물밥'이라고 불렀다. 어린아이의 눈으로는, 밥알이 물에 둥둥 떠 있으니 물밥이라고 불렀을 그 이름이 매우 직관적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때로는 이러한 유치한 직관적 감성 그것이 논리적 이성을 뛰어넘어 모두를 공감하게 한다. 직관적 감성 그것이 결국 사람의 마음일 테니까.
식혜라는 것이 어쨌든 발효시켜 삭혔으니 술이라 할 것이고, 달콤한 술이니 '단술'이라고 부르는 그 또한 매우 직관적이고 감성적 이름이 아닌가 한다.
'단술'
사투리이기 이전에 참 의미 있고 정감 어린 순우리말이다. 순우리말이어서 감주, 식혜보다는 더 친근하고 편안한 말이다.
근래 단술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그것이, 혹여 우리가 사투리를 낮잡아 여겨 그런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참에 국민적 공감대를 일으켜 식혜, 감주라는 한자어 대신 단술이라는 순우리말을 일상의 통용어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단술'
입에 담을수록 달짝지근한 직관적 감성의 말이다.
(2023. 7. 29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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