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ᆢ뭐라고 해도 두환이 형님이 참 잘했어!》
☆서울 강남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다.

지난주 집중호우로 오송 지하차도 등 전국 곳곳에 난리가 나기 며칠 전, 지루한 장맛비가 꿀꿀하게 내리던 날 지인과 함께 서울 강남의 어느 막걸리 전문점 식당엘 갔다.

술 도수가 19도나 된다는 귀한 막걸리에 주안상 차려놓고 세상사 얘기를 나누며 주안상을 비우고 일어설 즈음,
나이 꽤나 되어 보이는 멋쟁이 노 신사분들 한무리가 옆 테이블에 앉았다. 중후한 톤으로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 가운데 대화의 한 토막이 나의 귀를 쫑긋하게 하였다.
"ᆢ뭐라고 해도 두환이 형님이 참 잘했어!"

그 말에 귀가 쫑긋하여 옆자리를 슬쩍 보았다.
그 말을 하는 신사분은, 박씨 성을 가진 예전의 유명한 배우 그분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아는 핸썸한 그분이 맞았다.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던지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젠틀한 모습 그대로다. 반가운 마음에 박○○선생님 아니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더니 얼굴이 신분증 아닙니까 하며 특유의 호방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내가 웃으며 조크로 물었다. "조금 전 말씀하시던 그 형님과는 잘 아시는 사이세요?" 하였더니 같은 레벨의 조크로 대답을 한다.
"아 ~ 형님은 날 잘 모르시는데 나는 형님을 잘 압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합니다."

식당을 나오는 길, 노 신사분들 테이블 앞으로 별도로 5만 원을 결재하였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그러고 싶었다. 배우님 고향이 전라도 어디쯤인 것으로 알고 있어 더욱 그러고 싶었다.
서울 강남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다.
(2023. 7. 23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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