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네이밍 센스》
☆이조년(李兆年)의 다섯 형제.

 


<열정과 자존의 오백년 고려사> 라는 책을 읽다가 이조년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눈에 띄어 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조년(李兆年 : 1269~1343)은 성주 이씨 중시조 이장경(李長庚)의 아들로 호는 매운당(梅雲堂)이며, 고려 충렬왕 20년(1294)에 문과에 급제하여 충혜왕 원년(1340) 정당문학에 승진, 예문관 대제학이 되어 성산군(星山君)에 봉해진 고려말의 문신으로 시문에 뛰어났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라는 유명한 시조 <다정가>를 지은 사람이 이조년이다.

고려 말의 충신 이인복과 권신 이인임이 이조년의 손자이며, 조선 태조 이성계의 사위인 이제가 그의 증손자다. 
이조년의 바로 위 형인 이억년도 유학자로 우리나라 성리학의 시조라 불리는 안향의 직계 제자였으며, 또한 둘째 형 이천년의 후손이 요동의 왕이라 불렸던 이성량이고, 이성량의 아들이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을 이끌고 왔던 장수 이여송이다.

이조년은 형제가 다섯인데, 그 이름이 특이한 네이밍(naming)
센스를 보여준다.
형제들 이름이 위로부터 이백년(李百年), 이천년(李千年), 이만년(李萬年), 이억년(李億年), 이조년(李兆年)이다.
그 옛날 고려시대에 다섯 형제의 이름을 숫자를 사용한 특별한 이름으로 작명한 부친 이장경의 네이밍 센스가 놀랍다.

백년 천년 오랫동안 장수하여 부귀를 누리길 바라는 원(願)을 담아 지은 이름일터이지만, 이조년 이억년 이만년 이천년 이백년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이름이다.

가문이 위세를 떨치던 고려조가 망하고 조선조 들어서도 여전히 명문가의 명맥을 이어오는 성주이씨(성산이씨) 가문이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가세를 이어오는 것은 이조년(李兆年) 형제의 특별한 이름 덕분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려 시대에 이런 획기적 이름짓기 센스를 보였다는 게 매우 흥미있고 놀라운 일이다.
(2023. 2. 1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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