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너무 무서운 꼬마신랑

 
 

피부출외(避婦出外) : 신부가 무서운 꼬마 신랑

나이가 아직 열두살 밖에 안된 철없는 코흘리개가 장가를 갔는데, 신부는 신랑보다 여섯살이나 많은 열여덟살의 다 큰 처녀였다.

신부집에서 며칠 밤을 지낸 후에 신랑집으로 가는 신행 행차에 신부의 아버지 이진사도 집안의 여러 어른들과 함께 동행을 했다.

신랑집에서는 넉넉지 못한 살림이지만 닭을 잡고 쇠고기국을 끓이고 떡을 하여서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사돈 맞을 준비를 했다.

신랑 아버지 심초시는 동구 밖까지 나가 사돈네를 영접했고, 잔칫상을 가운데 두고 신부측 사돈네가 신랑측 어른들과 마주 앉았다.

보통은 신부가 신랑집으로 들어와서 시집살이를 하기 때문에, 신부 쪽 사돈네가 신랑 쪽 사돈에게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신부 아버지 이진사는 심초시를 깔보고, 양반가문 자랑 딸 자랑을 늘어놓으며 은근히 딸을 시집살이 시키지 말라는 협박조로 나왔다.

“칠대조께선 평양감사 발령을 받고도 조정이 하는 꼴이 못마땅해 그 자리를 거절하시고 초야에 묻혀 글만 읽자, 한양에서 대감들이 내려와 삼고초려를 했지만 끝내 물리치셨지요.”

마주 앉은 심초시와 친척들은 속으로 혀를 찼으며 사돈댁이 강건너 이웃 동네라 혼례 올리기 전부터 이진사 집안의 내력을 잘알고 있은 터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니 기가 막혔다.

진사 자리도 돈을 주고 샀다는 것을 고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양반 행세를 해대고 있으니 뭇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우리 딸애는 손에 물 한방을 묻히지 않았고 어릴때 선친께서 천자문과 사자소학, 사서삼경까지 가르쳐 남자였다면 장원급제를 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신부 아버지 이진사는 거푸 술잔을 비워서 불그레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로 계속해서 자기 딸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딸애 사군자치는 솜씨는 한양까지 알려져서 한점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요. 에헴.”

신부 아버지 사돈 이진사는 더욱 기고만장이다.

“우리 딸아이가 18년 동안 얼굴을 본 남자라고는 조부와 아비뿐이었지. 에헴, 에헴.”

바로 그때 어린 새신랑이 들어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떡을 먹고 있는데 장인 이진사가 신랑에게 웃으며 말했다.

“심서방 처갓집에서 며칠 동안 묵느라 배를 곯았나 보네. 제집에 오자마자 게걸스럽게 떡 접시를 차고앉은 걸 보니. 껄껄껄.”

“나 죽을 뻔했어요.” 열두살 된 새신랑의 한마디에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저기 저기 저 여자 때문에 나 정말로 숨막혀 죽을 뻔했다고요.”

앞치마를 두르고 소반에 반찬을 차려서 들어오는 새색시를 가리키며 새신랑이 소리쳤다.

“나는 졸려죽겠는데 저 여자는 발가벗고 가쁜숨을 몰아쉬면서 내 바지를 벗기고 내 고추를 쥐었다가 내 배위에 올라타고 엎드려 헐헐거리며,

내 손을 끌어다가 자기의 사타구니에 집어넣는데 미끈미끈한 물이 질척거렸고 자기 젖무덤에 나의 머리를 박아 껴안는데 숨막혀 죽겠더라구요.”

새색시는 소반을 떨어트리고 자기 얼굴을 감싸며 부엌으로 도망가고 이진사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소피보러 가는 척하면서 밖으로 나가더니 그길로 줄행랑을 놓았다.

출처 :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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