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집 낭자를 범하는 또줄이
주인은 동정인 척하며 또줄이를 머슴으로 접수하였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할일없이 세월만 죽이면서 호시탐탐하고 있는 또줄이에게 가을이라는 계절이 그의 꿈이 영글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때는 늦가을 추수가 끝나고 나면 그 볏짚으로 초가지붕을 새로 단장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볏짚으로 엮은 것을 이엉이라고 한다.
작년에 덮었던 헌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덮는 것이 초가집의 특성이다.
더이상은 설명을 못하겠고 촌닭은 다 알고 있으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둘이서 하는 일이라 주인은 지붕에 올라가고 또줄이는 밑에서 이엉을 메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나르는 일을 맡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점심 때가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마당에 있던 이엉을 메려고 하던 찰라 또줄이의 눈에는 반쯤 열린 부엌문 사이로 낭자가 쭈그리고 앉아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순간! 또줄이의 원초적 병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이 집에 들어왔던 경유를 더듬었다.
논두렁에서 만났던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자 의외로 또줄이는 머리가 팽팽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30년의 한이 모든 뇌세포를 움직이고 있는가 보다.
또줄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위까지 올렸다가 내리면서 회심의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결심했어! 또줄이는 곧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고 제일 먼저 취한 조치가 지붕에 걸쳐진 사다리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 다짜고짜 낭자를 덮쳐 입을 막고 그레꼬로망 자세로 들어갔다.
낭자는 청천벽력이라 처음엔 그저 멍~할 뿐이었고 낭자 앞에 보이는 또줄이는 이미 머슴이 아니었다.
단지 보이는 건 가슴이었고 낭자는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아버지로부터의 구원의 손길만을 기다리는데 밀치고 있던 손엔 힘이 빠져갔다.
그런데 일은 지금부터 시작되었고 지붕 위에 있던 주인은 머슴이 이엉을 가지고 오지 않자 머슴을 부르기 시작했다.
"주라~ 주라~ 주-우-라~"
이 소리를 들은 머슴은 옳거니 하고 쾌재를 부르며 하는 말이...
"봐라 니 애비가 주라잖아~"
낭자는 모든 것을 체념해버렸고 팔에 힘도 빠졌거니와 애비란 자가 저렇게 나오니...
잠시후 필생의 꿈을 이룬 머슴은 흐뭇한 마음 한량없었다.
그런데 일을 끝마쳤으면 빨랑 이엉을 메고 올라가야 될 터인데 그냥 게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으로는 30년의 한을 다 못 푼 모양이다.
머슴이 믿는 건 오로지 지붕의 높이 인 것 같다.
설마 뛰어내리지는 않겠지......
얼마 후에 다시 생기를 찾은 머슴은 재차 시도할 기색을 보이자 낭자는 아까는 얼떨결에 당했지만 이번에는 죽어도 안된다는 듯이 반항할 자세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30년을 오로지 일념으로 살아온 그가 아닌가!
또 다시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데 이제 지붕위에서는 난리가 났다.
아까는 머슴이 뒷간에라도 갔나하고 그동안 한숨돌리고 있었는데 영영 안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기다리다 못해 내려가 볼려고 하니 사다리가 없었고 뛰어내렸다간 반쯤 갈 것 같아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열받기 시작했다.
주인은 다시 머슴을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번에도 노래를 불렀다.
"또주라~ 또주라~ 또 주-우-라~"
동시에 부엌에서 들리는 또줄이의 말이 과관이다.
"봐라 니 애비가 또 주라고 하잖아!"
그리하야 지지리도 여복이 없던 용팔이가 스님을 만나는 바람에 소원성취하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난 후 생긴 불후의 명언이 있었으니...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는 손자맹자 뺨치는 소리가 전해내려 온다고 합니다.
- 옮겨온글 -

[출처] 주인집 낭자를 범하는 또줄이|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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